[이투뉴스] 최근 <뉴욕타임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기름값 내리기를 시도한다면 이는 ‘나쁜 선택’이 될 것”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흔히 정치인들이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을 이유로 에너지 가격에 손을 대는 것은 대부분 선거용이라며, 중간선거를 앞둔 대통령의 복잡한 사정을 비꼰 것이다.

미국뿐만 아니다. 윤석열 정부 역시 에너지 가격정책에 대한 첫 단추부터 잘못 채우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글로벌 에너지가격 상승에도 불구 전기요금을 비롯한 국내 에너지 가격조정에 소극적이다 못해 꼼수를 남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전사에게 지급하는 CP(용량요금) 중 환경기여도를 없애는 것에서 시작됐다. 청정연료 사용 확대와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해 도입한 정책이 갑자기 사라졌다. 여기에 SMP가 지나치게 오를 경우 상한제를 도입해 일부를 차감 지급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경쟁과 시장원칙이 작동하는 전력 시장·요금체계 조성’을 국정과제로 택한 지 한 달 만에 내놓은 정책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들다.

표면적으로 전력시장운영규칙 개정이라는 틀을 사용하고 있지만, 내용은 한전의 엄청난 적자를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 민간 몫을 떼어 내겠다는 인위적인 개입의지가 드러난다. 4형제 중 유일하게 살아 남은 막내를 구하기 위해 더 많은 사람의 목숨까지 위태롭게 하는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떠오를 정도다.

사실 SMP상한제의 실질적인 표적이 누구인지는 다 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LNG를 직도입하는 민자발전업체가 타깃이다. 한전은 전기요금을 못 올려 막대한 적자를 보는 상황에서 특정 발전사업자는 반대로 초과이득을 보는 만큼 어떡하든 줄이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유탄을 맞은 재생에너지 및 집단에너지 사업자까지 거리에 나서 온통 난리다.

그렇다고 한전을 가해자로 보기 어렵다. 누가 보더라도 전기판매를 독점하는 공룡이지만 오랫동안 먹이를 주지 않자 잠시 남의 먹거리에 한눈을 팔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범인은 연료비연동제라는 제도를 만들어 놓고도 적용하지 않는 정부다. 물가인상 억제와 국민생활 안정이라는 핑계를 대지만 표만 의식한 결과다. 직전 있었던 대선과 지방선거 여파가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새정부만 탓하기도 어렵다. 국제유가가 치솟자 유류세를 내리고, 전기·가스요금 인상 역시 차일피일 미뤘던 문재인 정부 역시 비난을 면키 어렵다. 정치개입이라는 악순환이 에너지 산업을 병들게 하고 있다. 잠시 눌러서 문제가 해결된다면 찬성 100%가 나올 것이다. 하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로는 낫지 않을뿐더러 상처만 곪는다. 라이언(한전) 일병을 구할 것이 아니라 에너지 산업 전체를 구해야 한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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