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각국은 언제나처럼 연대와 협력보다 각자도생의 길을 찾고 있다. 식량과 에너지는 국가 존립의 문제다. 한국은 바람 앞 촛불신세다. 세계에서 9번째로 많은 에너지를 쓰는 나라(2021년 1차에너지)이자, 에너지자급률이 OECD 최하위다. 사태가 길어지면 산업과 경제, 민생 전 분야에서 치명상을 입게 된다. 

수급은 이미 경고등이 켜진 상태. 2년 전과 비교해 국제유가는 1.5배, 유연탄가격은 6배, LNG는 4배가량 뛰었다. 전력공급의 60~70%를 감당하는 연료들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가 가기 전 경험해 본적 없는 수급대란과 마주할 수 있다. 

위기의 파고가 높은데 한국은 아직 평온하다. 대통령을 ‘처음 해보는’ 위정자는 만능원전으로 탄소중립과 물가안정을 호언하고 있고, 정부는 전력시장에 인위 개입해 공급가(SMP)를 누르는 하책을 동원하고 있다. 원전은 아무리 빨리 지어도 십수년이 걸린다. 제때 정당하게 지불하지 않은 에너지비용은 수급불안과 공기업 부채란 이자까지 붙여 되돌아오게 마련이다. 국민이 나서 이런 기만을 질책해야 한다.

소득을 더 늘릴 수 없는 가계에 재정위기가 닥치면 덜 쓰고 더 값지게 쓰는 게 능사다. 환란수준의 에너지 위기 대응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일단 소비량 자체를 크게 줄여야 하고, 이용효율도 극대화 해야한다. 값싸고 풍족하게 에너지를 누리던 시절은 깨끗이 잊는 게 좋다. 기후위기로 더 비싼값을 치르는 쪽도 어차피 현 세대와 가까운 후대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꾸준히 재생에너지를 늘려 에너지자급률과 높이고 가격정상화로 효율을 제고해야 한다.

최근 통계를 확인해 보니 한국의 전력원단위가 지난 30년간 되레 40%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다소비 산업을 보호하고 물가를 안정시킨다는 명분으로 장기간 값싼 요금을 유지한 결과다. 에너지이용효율 지표인 에너지원단위도 마찬가지. 2020년 기준 한국 원단위는 0.13으로, 일본 독일 프랑스 스페인의 2배, 덴마크 영국 스위스의 3배 수준이다.

심지어 에너지자급률 100%를 바라보는 미국(0.10)보다 높고, OECD 평균(0.09)에도 못 미친다. 2010~2020년 사이 에너지원단위 연평균 개선율은 미국 2.4%, 일본 2.6%, 독일 4.0% 등이다. 반면 한국은 1.5%에 그쳐 순위가 OECD 뒷단으로 더 밀렸다. 국제유가가 뛰는데 값싼 기름이 있을 수 없다. 전기와 가스가격도 마찬가지다. 당분간 큰 폭의 가격 상승은 불가항력이다. 당장은 고달프지만, 체질을 바꿔 비효율을 걷어낼 기회이기도 하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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