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오 블루이코노미전략연구원 원장

▲김진오 블루이코노미전략연구원장
▲김진오 블루이코노미전략연구원장

[이투뉴스] 국제유가는 우리나라 경제와 국민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제유가 상승세가 심상찮다. 국제유가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2008년 4~8월에 있었던 1차 고유가 시기와 2011년 2월~2014년 8월에 있었던 2차 고유가 시기에 이어 사상 3번째 배럴당 100달러 시대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는 지정학적인 리스크뿐 아니라 수급 펀더멘털의 영향을 받는 품목이기 때문에 공급보다 수요가 커지면 가격이 오르는 것이 당연하다. 이에 미국 등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들이 임시방편으로 비축유 6000만배럴을 방출하기로 했지만 유가상승을 억제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하는 이유로는 미국의 원유재고 감소와 주요 산유국의 느린 증산 등이 주요원인으로 꼽힌다. 친환경 기조 확대로 미국 셰일기업의 신규투자가 지연되는 가운데 최근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러시아 등 기타 산유국의 협의체)의 증산량도 목표에 미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최근 유가상승의 국내경제 파급효과 분석자료’에 의하면 유가상승은 그 자체로 원유수입국인 한국경제에 가계 구매력 감소와 기업 생산비용 증가를 유발한다. 경제주체별 영향은 기업의 증가한 생산비용이 비석유제품가격으로 전가되는 정도에 따라 크게 다를 수 있음을 전제하고, 최근의 유가상승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모두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렇지만 여기에도 문제점은 있다. 원유공급 측면에서 OPEC+의 추가증산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수급불균형 요인과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 지속 가능성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 요인 등으로 고유가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또 국제유가가 오르면 비용상승 압력이 큰 정유, 철강, 화학, 전력·가스·증기, 도로운송, 항공운송 등의 부문과 직·간접 연관관계를 맺고 있는 산업의 충격은 아주 클 것으로 평가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도 현재 국제유가 오름세는 멈추지 않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오히려 더 올라갈 것 같은 긴장감마저 맴돌고 있다.

한국경제는 오일쇼크의 충격을 극복해 안정적 경제성장 기조를 유지하고 국제유가 변동에 민감한 경제 구조를 벗어나기 위해 중단기 타개책 마련이 시급한 단계에 이르렀다. 물론 단기대책으로 유류세 인하와 같은 조치가 필요하긴 하다. 그러나 국제 유가상승 기조가 쉽게 가시지 않을 사항도 고려해서 플랜 B를 작동할 준비는 갖춰 놓는 신중함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첫째, 중·장기적으로 국제유가 충격이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이 시기를 원유 및 석유제품 의존도를 줄여나가는 미래정책의 실행의 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둘째, 앞으로 기업의 수익성 악화에 대비한 비상경영체제 구축과 원자재 가격변동 리스크 축소를 위한 원자재 구매의 효율성 확보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셋째, 국제사회가 관심을 갖고 추진하고 있는 ‘2050 탄소중립실현’에 발맞춰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신재생에너지 개발 및 이용보급 확대에 보다 적극성을 보이는 것이 불확실한 미래를 헤쳐나가는 유일한 길이요, 답이다.

국제유가 배럴당 100달러라는 시대의 복병을 만나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는 없다. 위기가 곧 기회라고 하듯이 에너지를 사용하는 국민의 삶의 방향이나 에너지정책 추진방향을 새롭게 점검해 보고, 에너지믹스를 어떻게 구축해야 할 지를 다시 한번 구상해 봐야 할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발생한 위기와 새 변화에 어떻게 적응해 나갈 것인가를 보여주는 지침서로서의 새로 단장된 중장기 에너지수급계획을 기대해 본다.

김진오 블루이코노미전략연구원장 jokim@besic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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