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선진국들이 제품을 생산할 때 들이는 전력(전력원단위)을 가능한한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지난 30년간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다는 소식이다. 본지 보도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한국의 전력원단위는 40%가량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산업계의 부담을 완화시켜준다는 명분아래 원가보다 저렴한 전기요금 수준을 유지하면서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다소비산업을 보호해준 반면 단위당 전력사용을 줄이는 효율개선사업은 등한시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세계은행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한국의 2020년 기준 전력원단위는 0.3590으로 호주(0.1176), 독일(0.1676)의 약 2배, 영국(0.1077), 덴마크(0.0877)에 비교하면 각각 3배와 5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만큼 많은 전기를 사용한다는 뜻으로 전력원단위가 높으면 높을수록 산업구조가 후진적임을 드러내는 수치다.

30년전인 1990년의 경우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전력원단위는 0.2625로 프랑스(0.2513), 호주(0.2445), 일본(0.2447), 독일(0.2339)보다는 낮았지만 격차는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 한국의 원단위를 100으로 치면 미국이 124, 일본 93, 프랑스 96, 독일 89 등의 수준이었지만 30년이 경과하면서 우리나라는 2020년 자원부국인 미국보다 효율이 39% 떨어진 국가로 전락하고 말았다.

각국의 1990년 대비 2020년의 원단위 개선율을 보면 영국이 39%, 미국 33%, 덴마크 32%, 독일 28%, 프랑스 13% 등을 보였으나 유일하게 한국은 37% 후퇴했다는 것.

이같이 전력원단위가 개선은커녕 악화된 것은 산업 경쟁력확보를 위해 전기요금을 낮게 유지해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20년 기준 국내 전기요금은 1982년에 비교해 겨우 47.15% 올랐으나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7%를 기록했다. 산업보호와 물가안정을 위해 전기요금을 낮게 유지해온 결과임을 증명한 것이다.

그러나 전력요금이 전체 제조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3%에 불과해 재료비 50.87%, 노무비 11.22%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으로 복리후생경비(1.3%)에도 미치지 못한 수준이다.

물론 철강과 시멘트 등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중후장대산업의 경우는 전력비중이 평균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 일부 산업을 위해 전기요금을 원가보다 싸게 유지한다는 것은 설득력을 결여하고 있다.

이같은 모순은 전력효율 개선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음은 물론 전력원단위가 더욱 나빠지는 악순환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시급히 개선돼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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