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업계가 폐기물 대량 반입 나서자 자원순환업계 반발
"자원순환·탄소중립에 유리" vs "쓰레기 시멘트를 그린워싱"

“소각장과 소성로 모두 배출기준 동일 적용” 놓고도 대립

[이투뉴스] 폐기물 처리를 둘러싸고 소각장을 운영하는 자원순환업계와 시멘트 공장을 돌리는 시멘트업계가 각을 세우고 있다. ‘폐기물 소각을 통한 에너지화’를 담당하는 자원순환업계와 ‘폐기물 연료화 확대’를 추진하는 시멘트업계가 서로 폐기물 확보에 나서고 있기 때문. ‘쓰레기산’ 등 늘어나는 폐기물 처리를 고심하고 있다는 뉴스는 많이 들었지만, 폐기물을 서로 차지하겠다고 다투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들의 속사정은 과연 뭘까?

◆상호 홍보전과 도넘은 비방전 이어져
최근 시멘트업계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소각업계가 도를 넘는 시멘트 때리기에 나선 것은 폐기물 확보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폐기물을 소각 처리하면서 안정적인 물량 확보는 물론 수익까지 확대하는 등 알짜 사업을 영위했지만 최근 시멘트업계의 폐기물 사용량이 늘자 경쟁자로 인식하고 있다”는 발언까지 덧붙였다.

소각업계는 질소산화물 50ppm 배출기준을 적용하는데 반해 시멘트 소성로는 이보다 완화된 270ppm을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국내 소성로 기준이 유럽과 비교해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특히 “소각업계의 시멘트에 대한 공격이 수년 전부터 계속되고 있으며, 시민단체 역시 양 업계의 상생을 논의해야 함에도 근거 없는 유해성 논란을 내세워 시멘트를 폄훼하는 등 몽니를 부리고 있다”며 소각업계와 시민단체를 싸잡아 비난했다.

이같은 보도에 대해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이사장 이민석)은 “시멘트업계는 소각업계 비난보다는 그린워싱(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환경주의)에 대해 해명부터 먼저 해야 한다”고 역공을 펼쳤다.

공제조합은 이에 대한 근거로 해외 시멘트업계는 20∼34종의 폐기물을 쓰고 있으나, 국내 시멘트업계는 88종의 폐기물을 반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출기준에 대해서도 “30∼40년 전의 질소산화물 배출기준인 270ppm을 15년 동안 여전히 유예 적용받고 있는 것은 명백한 특혜”라고 비난했다.

업종별 대기오염물질 배출총량 2위인 시멘트업계가 19개 업종 8만개 업체가 적용받고 있는 ‘환경오염시설 통합관리제’ 적용대상에서 빠지다 국회와 시민단체 지적이 잇따르자 최근 들어서야 대상에 포함(4년 후 적용)되는 등 우대가 여전하다는 주장도 내놨다.

자원순환공제조합은 이같은 사실에도 시멘트업계가 “소각전문업계가 폐기물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거나 “대기기준이 유럽기준에 비해 낮은 수준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민간 소각전문업체를 비롯해 매립·고형연료보일러·발전에너지·제지 등 환경기초시설업계 대부분이 시멘트 공장에서 촉발된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지칭되는 폐기물 재활용과 처리시설에 대한 배출기준을 올바로 정립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각업계 관계자는 “폐기물 관련 각종 규제기준과 관리체계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소각전문시설에 비해 너무 허술한 폐기물 배출체계를 가지고 있는 시멘트업계가 오히려 ‘그린워싱’으로 위장하며 몽니를 부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멘트업계가 본업 부진을 보전하는 대체 수익수단으로 폐기물 대량 사용을 그린워싱으로 감추고 있는 속내를 국민 앞에 솔직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일한 이미지를 놓고 시멘트업계는 소성로의 장점이라고 설명하는 반면 소각업계는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꼬집었다.
▲동일한 이미지를 놓고 시멘트업계는 소성로의 장점이라고 설명하는 반면 소각업계는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꼬집었다.

◆환경규제 논란과 밥그릇 다툼 성격 혼재
소각장과 시멘트업계가 이처럼 폐기물 처리를 둘러싸고 강대 강으로 맞서고 있는 것은 시멘트업계가 원료 및 연료로 폐기물 사용을 늘리면서 시작됐다. 특히 시멘트업계가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국내에서 나오는 폐기물 대부분을 사용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양측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시장에서 시멘트업계가 원료 및 연료의 일환으로 폐기물 처리물량을 빨아들이자 단가가 하락하는 등 소각업체 피해로 이어진 것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제는 시작단계지만 시멘트업계의 폐기물 처리용량이 계획대로 계속 늘어날 경우 사실상 태울 쓰레기를 찾기 어려울 것이란 소각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시멘트업계는 제조과정에서 환경오염을 줄이고 천연자원을 보전하기 위해선 폐기물 활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석탄재나 슬러지, 폐플라스틱의 경우 원료로도 사용하고, 다른 폐기물 역시 오염물질 배출이 많은 유연탄 연료를 대체하기 때문에 시멘트 분야의 탄소중립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과정이라는 의미다.

반면 소각업계는 공정한 경쟁이라면 시장에서 도태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배출규제 특혜'를 받고 있는 시멘트업계의 주장은 업종이기주의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여기에 단순 연료 사용이 아닌 '쓰레기 시멘트'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 마당에 폐기물을 통한 탄소중립 달성은 어불성설이라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멘트와 소각업계의 다툼에 대해 폐기물을 어느 쪽에서 처리하든 오염물질 배출 최소화와 함께 재활용 및 에너지이용 극대화 라는 명제에 부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6가 크롬이 검출된 만큼 시멘트의 유해성 논란을 해소함과 동시에 격차가 큰 대기오염물질 배출기준을 바로 잡은 후 시장에서 해결토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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