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산 가스수입량 줄이고 연내 원전3기 폐쇄

[이투뉴스] 러시아가 독일을 통해 유럽에 가스공급을 재개하기로 했다. 노드스트림1 가스관이 다시 운영되지만, 공급량이 원래대로 회복될지는 미지수다. 독일이 직면하고 있는 에너지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천연가스는 독일 전체 에너지믹스의 27%를 감당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까지 독일에서 소비된 가스의 약 55%가 러시아산이었을만큼 의존도가 높았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독일 정부는 다른 지역에서 가스를 확보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였다. 노르웨이와 네덜란드 수입량을 늘리고, 미국과 카타르산 수입 기반시설을 확대했다. 그 결과 지난달말 기준 러시아산 의존도는 25%로 대폭 줄었다. 

그럼에도 가스 비축량이 부족해 가정에 공급하는 난방용 수급과 산업계 전력공급에 애를 먹었다. 천연가스는 난방 및 전력공급의 37%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인 가스프롬은 야말 송유관을 통한 벨라루스와 폴란드로의 수출을 중단했다. 

독일의 노드스트림1은 하루 1억 7000만입방미터의 가스를 수송하던 러시아~유럽간 주요 가스관이다. 그러나 가즈프롬은 지난달 중순 하루하루 4000만 입방미터로 수출량을 대폭 축소했다. 캐나다 측의 제재로 독일기업 지멘스의 터빈 수리가 늦춰졌기 때문이라고 핑계를 댔다.

실제 이달 11일부터 노드스트림1은 예정된 점검과 보수로 10일간 운영이 중단됐다. 독일 연방 네트워크 관리청은 가스프롬측이 원래 공급용량의 30% 수준만을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키엘연구소는 가스프롬이 유지 보수를 위한 휴지기간 전까지 용량의 40%를 보낼 경우 독일은 아슬아슬하게 수요를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 상반기부터 가스 비축량을 확보하기 위해 서두른 덕분이다. 하지만 내년과 2024년은 더 심각한 상황에 처할 것이라 우려한다.

전문가들은 독일이 가스 수요를 맞추지 못할 경우 2830억 유로 상당의 경제적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에 따라 독일 안에서는 가스절약에 대한 압박이 높아지고 있고, 가스 할당제에 대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요양기관, 병원, 가정은 할당제 대상에서 제외되겠지만 전체 소비량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산업계에 적용될 경우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특히 화학업계과 제약업계는 할당제 도입이 전체 경제에 도미노 효과가 유발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로버트 하벡 독일 에너지부 장관은 각 가정이 가스절약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가디언>은 "올라프 슐츠 현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가 천연가스를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가교연료’로 인정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그 다리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은 올해말 마지막 남은 3개의 원자력발전소를 모두 폐쇄할 예정이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메르켈 전 총리가 내린 결정이다. 탄소감축을 위해 2038년까지 석탄 발전소를 퇴출할 계획도 갖고 있다.

아울러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2010년 성장 피크를 찍은 이후 최근 둔화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독일은 에너지시장을 단계적으로 자유화했으며, 러시아산 가스에 대한 의존도 역시 점진적으로 높여갔다. 

남아 있는 원전 3곳은 독일 전체 전력믹스의 5%만을 차지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원전 수명 연장의 효과는 크지 않고 위험 요소만 높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하벡 장관은 최근 발전소 핵연료가 올해 말까지 모두 소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전 수명을 몇년 이라도 연장하려면 새로운 연료봉을 구매해야 하고, 안전 조사가 필요한 상태다. 물론 원자력 산업계는 향후 전력수요 증가를 감안해 원전의 수명연장을 시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씽크탱크인 아고라 에네르기벤테는 독일의 전력수요가 2045년까지 2배 늘어나 1000TWh에 달할 것으로 봤다.

녹색당 소속 하벡 장관은 금기없이 원자력을 냉정하게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탈원전을 뒤엎는 결정은 1980년대부터 반원전 운동으로 성장한 녹색당 입장에서 정치적으로 상당한 손실의 가능성을 품고 있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EU는 우크라이나 전쟁 전까지 가스수요의 5분의 2 가량을 러시아에서 조달했다. 내년까지 이를 3분의 2 가량 줄이기로 했으나 경제위축에 대한 우려로 전면적인 수입 금지 합의를 이루는데 실패했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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