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가마솥 더위라는 말이 어울리는 요즘, 이 열기에 올해도 알프스의 만년설은 녹았고 아프리카는 가뭄으로 1300만명이 기아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급기야 영국에서는 1976년 이후 가장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대응하기 위해 물로 머리를 감기보다는 드라이샴푸를 사용하라는 권고가 나와 떠들썩했다. 우리나라도 올해 7월은 기상관측 이래 가장 덥고 가물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산발적인 소나기에도 남부지방은 농업용수 부족이 이어지고 있다.

날씨가 이상하면 매번 배후로 지목되는 공적이 기후변화다. 특히 우리나라는 8위라는 높은 위치를 차지하는 글로벌 온실가스(CO2) 배출 주범 중 하나로 꼽히는 만큼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물론 말할 것도 없이 우리나라도 노력하고 있다.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고, 2050년에는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워 달리고 있으니까. 특히 온실가스 주요 감축수단으로 각광받는 CCS(Carbon Capture and Storage)기술은 미국, 캐나다, 호주, 유럽 등 선도국과 기술격차가 2.5~5년 정도 차이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비어버린 폐유전·폐가스전에 온실가스를 주입하는 기술이다보니 원유빈국인 우리나라는 이만큼만 쫓아가도 선방한 편이다.

대표적으로 석유공사가 생산이 끝난 동해가스전에 연간 40만톤의 온실가스를 주입하는 실증사업을 벌이는 가운데 민간에서도 온실가스 포집·저장 사업을 분분히 추진하는 등 CCS는 차세대를 이끌어갈 기술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국내기업 6개사는 말레이시아 국영에너지기업 페트로나스와 CCS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산업단지에서 발생한 온실가스를 포집, 허브에 집결 시킨 뒤 말레이시아까지 이송하고 이를 폐유전에 집어넣겠다는 계획이다. 여러 기업이 배출한 온실가스를 한번에 처리할 수 있어 효율적이고, 일이 잘 풀리면 다른 기업의 참여도 받겠단다.

온실가스는 석탄층에도 주입할 수 있다지만 국내 어느 땅에 묻어도 말레이시아 폐유전·폐가스전보다는 비쌀 테니 신의 한 수라고 불러야 할 것도 같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온실가스를 외국으로 내보내는 것이 식민주의적 발상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선진국이 폐기물을 제3세계로 수출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시각이다.

이건 말레이시아의 입장도 들어봐야 한다. 현재 말레이시아에는 16개의 고갈된 폐유전이 존재한다. 말레이시아는 폐유전을 CCS로 만들되 자국이 소화할 수 있는 이상의 용량은 제3자에게 제공해 CCS허브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CCS솔루션을 대규모 국책사업으로 가져가겠다는 포부다. 우리기업과의 협업 역시 페트로나스가 더 적극적이었다는 것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일각에서는 환경성·수익성 문제도 제기되지만 온실가스가 방사성폐기물처럼 유해한 물질인 것도 아닌 만큼 환경성 문제는 차치할 만 하다. 사업 추진단계에서 여러 변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온실가스를 이송하는 과정의 수익성을 문제삼는 것도 아직은 이른 것으로 보인다.

페트로나스와의 이번 사업은 개발부터 탄소포집, 이송, 저장소 부지 탐색, 운영에 이르기까지 우리기업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그만큼 국내 CCS기술 개발 및 밸류체인 성장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원유빈국이라 폐유전도 없는 탓에 온실가스를 저장할 CCS부지도 마땅치 않은 나라다. 민감한 환경문제를 앞에 두고 비판과 우려는 늘 필요하지만 너무 과도하면 사기를 깎아먹는 법이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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