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온의 공급관과 저온의 회수관을 1∼2년마다 교체 사용
엠테크윌, 매직밸브 적용시 열배관 수명 30년 연장 가능

[이투뉴스] 지역난방을 공급하는 열배관은 통상 평균수명을 30년쯤으로 본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 110∼120℃의 고온을 사용, 수명이 그리 길지 않다. 열수송관은 강관을 폴리에틸렌으로 감싸 오래갈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내부에 있는 보온재가 열에 의한 탄화·경화 현상이 발생, 배관을 타이트하게 잡아주지 못해 생각보다 수명이 짧아지는 셈이다.

1980년 중반 서울 목동을 시작으로 분당과 일산 등 1기 신도시에 공급이 시작된 우리나라 지역난방 역사를 고려할 때 설치된 열배관 중 일부는 이미 수리 또는 교체 시기가 도래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숫자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도심 복판의 열수송관을 수리·교체하기 위해선 엄청난 비용은 물론 교통혼잡, 공급불안 등 부작용도 만만찮다. 현재 많은 집단에너지사업자가 걱정하는 이유다.

이러한 상황에서 열수송관 수명을 2배 이상 늘릴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한국지역난방공사에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한 후 정년퇴직한 문재희 엠테크윌 대표. 그는 한난에 입사해 열공급시설(열펌프, 배관, 기계실)에 대한 설계부터 기술개발 등 다양한 업무를 맡았다. 배관망 해석프로그램을 개발, 전수하는 등 자회사인 지역난방기술 설립에도 관여했다. 이후 품질관리부서는 물론 해외사업처장과 고양·대구·중앙지사장 등을 지낸 지역난방 전문가다.

열수송관의 수명연장에 대한 발상은 사실 누구나 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하다. 가장 먼저 현재 120도 수준까지 올라가는 열수송관을 80도 아래로 낮춰 운영하는 방안이다. 이렇게 하면 100년이 돼도 배관이 쌩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모든 지역난방 공급시스템이 120℃로 운영되는 만큼 당장은 바꾸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고온의 공급관과 저온의 회수관을 공급중단 없이 교체할 수 있는 매직밸브 시제품.
▲고온의 공급관과 저온의 회수관을 공급중단 없이 교체할 수 있는 매직밸브 시제품.

그래서 나온 해법이 고온의 열을 이송하는 공급관과 60℃ 안팎으로 운영되는 회수관을 적절한 시기마다 바꿔 사용하는 것. 열수송관의 수명을 좌우하는 보온재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해주면 열수송관 수명 역시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했다. 이 특허기술(열수송관 수명연장을 위한 매직밸브)은 공급중단 없이 공급관과 회수관을 교체할 수 있다. 특히 박스 형태로 제작해 비용은 최소화하는 대신 공사편의성도 높였다. 기술설명회를 거치는 동안 지역난방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끄는 이유다.

매직밸브를 이용해 1년 내지 2년 마다 공급관과 회수관을 교대로 사용하면 열수송관의 수명연장 효과가 크다는 것이 핵심이다. 열 사용량이 거의 없는 하절기에 작업을 펼치면 빠르면 반나절 만에 완료할 수 있단다. 물론 무조건 공사를 시작해 공급-회수관의 열매체를 옮기는 것이 아니라 온도변화와 압력변화까지 고려한 적절한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관련 해석프로그램에 대한 개발도 모두 완료한 상황이다.

▲각종 특허증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문재희 대표.
▲각종 특허증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문재희 대표.

문재희 엠테크윌 대표는 “아직 구체적으로 제안하기는 어렵지만, 지금까지 연구한 것으로 볼 때 20년가량 된 수송관에 수명연장기술을 적용할 경우 수명이 30년 이상 늘어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물론 사용패턴 차이 등을 감안해야하기 때문에 우리가 개발한 프로그램을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직에 있을 때부터 이러한 방안을 고안했으나 여건이 안돼 실행이 어려웠다는 그는 메인 수송관에서 빠져나가는 분기관을 블록으로 정해서 공사를 진행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가장 작은 규모의 사용자 기계실을 시작으로 소단위 및 중단위까지 가능하다. 다만 대단위 공급망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바로 실증. 특허까지 받았지만 현장에 적용했을 때 기대했던 결과가 나오는지 확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서울시에 신기술 테스트베드 실증 사업을 신청, 노후배관을 대상으로 테스트에 나서기 위한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AI 데이터 분석과 매직밸브로 열수송관 수명을 100% 향상 시키는 기술’에 대한 제안서를 제출해 현재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이밖에 기술설명회에 참석한 일부 집단에너지업체가 추가 설명과 함께 실증을 함께 해보자는 제안이 와서 검토하는 중이다.

열수송관 수명연장을 시작으로 설계·진단·유지관리 등 열수송관 관련 토탈 기술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엠테크윌은 이 기술을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이 도입할 경우 매설된 열수송관 전체적으로 3조원, 연간 590억원이 넘는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매직밸브 외에도 밸브박스 내 공기를 외부로 배출해주는 스마트팬, 작업자의 질식 및 추락을 방지해주는 환기형 안전사다리 등도 제작, 공급에 나설 예정이다.

문재희 대표는 “좋은 기술이라고 생각했지만 공사에 다니면서 구현을 못 했다. 돈 버는 것은 두 번째다. 기술자로서 국가 전체적으로 엄청난 편익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가진다”면서 “3개 회사가 테스트 베드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년 말까지 실증을 마무리하고, 기술이 완성되면 지역난방 전 분야에 도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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