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으로 94년 개설 5개월 만에 지역 매출 1위 달성 
“29년 동안 ‘사람에 대한 믿음’은 변하지 않는 가치관”

[이투뉴스]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대원페인트건설’ 강상원 대표(62세)는 노루페인트와 함께한 지 올해로 29년째 되는 특약점주다. 페인트에 대한 자신감과 자긍심이 가득한 그는 젊음 하나와 사람에 대한 믿음을 토대로 94년 특약점을 개설하고, 이어 5개월 만에 지역 매출 1위를 달성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세월이 흘러 당시의 젊음이 이젠 경륜으로 바뀌었지만 사람에 대한 믿음만큼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강 대표의 도전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강상원 대표는 군 제대 후 화공약품을 취급하는 회사에 입사했다. 나쁘지 않은 조건의 회사였지만, 언젠가 사업체를 운영하는 꿈을 가졌던 그에게 때마침 페인트 원료회사 사원 모집 광고가 눈에 띠었다. 본인의 사업체를 운영하기 전에 영업 분야를 꼭 경험해보고 싶었던 강 대표는 그 회사에 영업직으로 지원해 1990년 페인트 업종과 인연을 맺게 됐다. 
 
페인트와 신나 원료를 취급하는 회사에서 ‘원료’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그는 자신만의 철학으로 현장에 뛰어들었다. ‘남들이 다 하는데 나라고 못할 이유가 없다’는 젊은 패기로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펼쳤다고 그때를 회상한다.

이런 열정은 짧은 시간에 성과로 나타났다. 한달 급여가 40만원이었던 당시 영업 성과급만 급여의 절반 수준인 20만원을 추가로 받았을 정도다. 하지만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나 할까 이 같은 초고속 성과는 그에게 또 다른 측면에서 독으로 다가왔다. 선배들이 본인들보다 더 많은 실적을 거두며 높게 평가를 받는 그를 시기한 것이다. 열심히 노력한 결과가 따돌림이라는 유탄으로 튄 셈이다.
 
온갖 방법으로 거래처 영업활동을 제약하는 선배들의 괴롭힘을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어지면서 결국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 열정을 다하던 회사를 갑자기 그만두게 되면서 아쉬움도 컸지만, 젊은 패기로 어디서든 자신의 위치를 다질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고 그때를 회상한다.
 
잘 다니던 회사를 하루아침에 그만두게 된 이후에도 당시 영업활동을 하면서 가깝게 지내던 거래처를 자주 찾아 얘기를 나눴고, 그러던 중 거래처 사장의 도움을 받아 목공용 신나 제조업을 시작하게 됐다. 꿈에 그리던 본인의 사업체를 갖게 된 것이다.
 
지난 1990년대 초 국내 건설경기는 유례없던 활황을 맞았던 시기지만 목공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건설에서 페인트 분야는 필수’라고 판단한 그는 수많은 페인트 회사를 찾아가며 대리점 개설의 문을 두들겼다. 그러나 당시 건설경기가 워낙 좋을 때라 페인트 회사들은 더 이상 대리점을 내주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노루페인트 지역 지점장과 운 좋게 인연이 이어진 강 대표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본인을 어필했다. 

“돈도 없고, 페인트에 대한 지식도 없고, 거래처도 없고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넘칩니다. 열정 가득한 젊음입니다. 한번 믿어주십시오” 강 대표가 그때 노루페인트 지역 지점장과의 만남에서 했던 말이다. 

당시 은평구는 노루페인트 시장점유율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역이었다. 그는 이 지역의 시장점유율을 1년 안에 확고하게 다져놓겠다고 약속하며, 특약점을 오픈했다. 강 대표는 지금도 당시 아무것도 없었던 자기를 믿어준 노루페인트 지역 지점장에게 더없는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 특별했던 날을 정확히 기억한다. 막내딸 생일이 1994년 1월 10일인데, 그 한달 뒤인 2월 15일이 노루페인트 특약점의 문을 연 날이다. 

특약점을 시작한 강 대표는 자신만의 특별한 방식으로 사업체 운영에 나섰다. 고객을 내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아무리 작은 물량이라도 정성을 다해 직접 배송했으며,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맞춰줬다. 이런 열정은 곧 결과로 나타나 특약점 개설 5개월 만에 지역 매출 1위를 달성했다. 젊음과 패기 밖에 없는 자기에게 힘을 실어준 지역 지점장의 믿음에 답한 것이다.

그때 건설사의 주임, 대리였던 고객은 30여년이 지난 지금 한 건설사의 임원이 되고 대표가 됐지만 여전히 그의 고객으로 남아있다. 사람에 대한 강 대표의 믿음과 철학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지나가는 거지도 내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신조를 갖고 있는 강 대표는 인연이 이어진 모두를 내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믿음과 인연을 더없이 중요하게 여기는 그의 이런 가치관은 회사 운영에서도 다르지 않다. 직원들의 복지는 물론이고 ‘정말 우린 한 가족’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회사를 만드는데 온 힘을 다하고 있다.

대원페인트건설의 직원은 7명이다. 그 중엔 17년차 직원도 있고 12년차 직원도 있다. 코로나 펜데믹 이전에는 직원들과 다 함께 매년 한 번씩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1994년 특약점을 시작할 때 함께했던 직원은 개인적인 사유로 그만두고, 다시 서울지역 버스운송회사에 취직할 때 강 대표가 직접 보증까지 섰다. 벌써 20년 넘게 그 버스운송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그 직원은 지금도 가끔 사무실을 방문해 그때를 추억하곤 한다.

◆ ‘페인트’ 가치 무한…종사자로서 자긍심 
반평생을 페인트와 함께한 강 대표는 사람들에게 페인트가 더 좋은 기억으로 남기를 바라고 있다. 페인트는 누군가에게 집을 꾸미는 추억이 될 수도 있고, 오래된 것을 보완해주는 매개체가 될 수도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강 대표 본인에게도 가장으로서 집안을 책임지게 해준 고마운 존재다.

강 대표는 “자기로 인해 잘된 사람이 생길 때 너무 좋다”면서 “경쟁만이 아닌 업계 전체가 더욱 성장해 모두가 잘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른 특약점 자녀들이 대원페인트건설에 와서 교육을 받고 가는 경우가 더러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누가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었다. 소비자가 질문하면 그것을 메모했고, 현장에서 배웠다. 그러면서 지식과 노하우를 쌓아갔다. 현장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보완할 수 있는 곳이다. 현장이 곧 새로운 페인트를 개발할 수 있는 연구소이다” 그는 무엇보다 현장을 강조하며, 앞으로도 현장에서 끝없이 도전을 계속하겠다고 힘주어 말한다.  

“페인트의 가치는 계량할 수 없다. 낡은 건물, 새로운 건물, 우리가 지내는 모든 공간에 함께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자긍심이 크다. 페인트를 취급하는 우리 업계 종사자들이 자부심을 갖길 바란다” 페인트의 무한 가치를 강조하는 강 대표의 열정어린 도전이 또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 기대된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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