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정유업계가 또다시 역대급 실적을 갈아치웠다. 지난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4사의 2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7조5536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년 만에 지난 한해 영업익 7조2333억원을 단숨에 뛰어넘었다. 

2분기 정유사들은 전년 동기대비 2배에서 많게는 4배 넘게 영업이익을 늘리면서 모두 조(兆) 단위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 2조3292억원, GS칼텍스 2조132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양사 모두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했다. 

에쓰오일은 1조7220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바로 경신했다. 현대오일뱅크도 1조3703억원을 달성, 최초로 1조원을 넘어섰다. 이 같은 호실적은 고유가로 인한 재고 관련 이익과 정제마진 확대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유업계의 표정은 마냥 밝지만은 않다. 초과이윤세, 이른바 ‘횡재세’ 얘기가 야당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고 있기 때문이다.

초과이윤세(Windfall Profit Tax)는 예상치 못한 큰 이익을 거둔 기업으로부터 일반적인 소득세 외에 추가적으로 징수하는 세금이다. '윈드폴(Windfall)' 사전적 의미는 횡재로 '바람에 떨어진 과실'에서 유래했다. 풀이하면 우연찮게 떨어진 사과를 공짜로 취했으니 적당한 세금을 내서 사회에 환원하라는 취지다.   

초과이윤세 얘기가 거세지자 정유업계는 드러내지는 않지만 '말도 되지 않는 소리'라며 펄쩍 뛰고 있다. 우선 업계는 "왜 우리만"이냐고 강하게 되묻는다. 사기업이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통해 이윤을 거둔 것인데 왜 정유업계에만 날선 기준을 내미냐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공정과 상식 기조에 벗어나도 한참을 벗어났다고 업계는 하소연한다.  

두번째로 정유업계는 "왜 이제 와서"라고 반문한다. 2020년 국내 정유업계는 코로나19 여파로 도합 5조원대 영업적자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손실에 대한 어떠한 지원도 없었는데, 왜 이제 와서는 횡재세 얘기를 이렇게 쉽게 꺼내는지 도통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영국 등 유럽 일부 국가가 초과이윤세를 걷고 있는 것과는 적절한 비교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그곳들은 원유를 시추하고 생산하는 업스트림(Upstream) 영역이기 때문에 원유를 수입해 가공‧정제하는 국내 정유사와 사업구조가 판이하다는 설명이다. 마진율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선상에서 보긴 매우 어렵다는 것. 이 밖에 이중과세 지적에도 초과이윤세는 설명해 내기 어렵다.   

물론 경유가 휘발유 가격을 역전하고 리터당 2000원을 돌파하는 등 이례적인 초고유가 시대에 정유사만 온전히 자유로울 순 없다. 고유가로 인한 물가 상승에 온 국민이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정유사만 나 홀로 콧노래를 부르는 것도 문제가 있다. 다만 초과이윤세는 멀어도 한참은 먼 이야기로 들린다. 설령 분위기는 그럴지 몰라도 시장경제에선 근거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조율할 것이 산더미인데 지나치게 감정만 앞세우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감정이 앞서면 눈앞이 흐려지고 눈앞이 흐려지면 핵심을 잊기 십상이다. 고유가로 힘들어하고 있는 국민보호라는 미명으로 '사기업의 이익금을 갈취'하겠다는 것은 범죄에 가깝다.

김동훈 기자 hoon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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