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무관 사후책정 예산으로 일괄 배제
"행정편의주의적 운영 반드시 시정해야"

▲거창군에 설치된 주택용 태양광 설비. ⓒ경남도 제공,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거창군에 설치된 주택용 태양광 설비. ⓒ경남도 제공,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이투뉴스] 수요를 고려하지 않는 신재생에너지 융복합지원사업 예산편성과 집행기관의 주먹구구식 대상자 배제조치가 정부-지방자치단체-참여기업-수요국민간 위화감을 조성하고 정책불신을 키우고 있다. 신재생융복합사업은 전기요금의 3.7%를 따로 떼 조성한 전력산업기반기금 등을 재원으로 시행하는데, 재정당국의 잠정 내년 예산안은 사전조사 수요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4월말 공고해 지난달 11일까지 접수를 받은 내년 신재생융복합사업 지원결과를 보면, 전국에서 151개 컨소시엄이 모두 5만3449개소에 설비를 설치하겠다며 보조금 2870억원을 신청했다. 태양광이 4만4564개소(204MW)로 가장 많고 뒤이어 태양열 5237개소(5만6319㎡), 지열 3548개소(67MW), BIPV(건물일체형태양광) 78개소(1MW), 연료전지 22개소(248kW) 순이다.

에너지공단은 이 가운데 이달초 공개평가를 거쳐 105개 컨소시엄을 추렸고, 내달 16일까지 현장평가를 마치기로 했다. 나머지 46개 컨소시엄은 순위를 매겨 예비대상자로 분류했다. 현장평가에서 부적합 사업이 발생하거나 내년 예산이 추가 확보되면, 차순위 컨소시엄을 사업에 반영하겠다는 의도다. 사업대상자 최종 확정은 10월초 예정이다.

문제는 요건을 정상적으로 갖춘 신청사업의 무더기 배제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지자체와 시공사들에 따르면, 산업부는 4월말 공고를 내면서 내년 보조금 지원규모를 1500억원 내외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달 현재 기획재정부는 1336억원 가량만을 책정하려 하고 있다. 보조금 신청액(2870억원)을 감안하면 대규모 신청탈락이 불가피하다.

업계 사이에선 공단이 컨소시엄당 40%씩 일괄적으로 물량을 대거 삭감할 것이란 풍문이 파다하다. 재정당국이 수요에 걸맞은 예산 증액에 나서지 않는 한 공고·홍보나 기업 및 개인발품으로 어렵게 발굴된 수요가 대량 사장될 수밖에 없다. 

가장 난감한 쪽은 시공사들이다. 지원에서 배제된 수요자가 '농사일까지 제쳐두고 거리가 먼 면사무소까지 달려가 신청는데, 누군되고 누군 안되냐'며 사유를 따져묻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전언이다. 산업부와 기재부, 국회가 수요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예산을 유연하게 증감하고, 집행기관인 공단은 탈락자가 수긍할만한 실질적이고 엄정한 평가로 결과에 대한 수용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까지 당국은 수요나 사업규모와 관계없이 동일한 평가인력을 현장에 배치해 획일적 방식으로 수요를 삭감하거나 '지자체·시공사가 자진해 수요를 감축하라'는 식의 고압적 대응으로 참여사들의 원성을 샀다. 여기에 요식행위 수준의 사업평가와 평가위원 중간교체, 특정업체나 특정지자체 밀어주기를 위한 정·관계 로비의혹도 끊이질 않고 있다. 

업계는 주먹구구식 융복합사업에 대한 일체 개선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한 컨소시엄 참여사 관계자는 "탄소중립목표 달성을 위해 우리가 시행해야 할 예산편성과 집행에 관한 일관성 확보가 필요한데, 정부 정책을 믿고 신청을 낸 국민을 기만하거나 실망시키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수요조사결과가 예산안을 초과하는 경우 관계부처 및 국회와 협의해 적정 증액대책을 수립하고, 초과분에 대한 수요조정이 필요할 땐 신뢰와 설득력을 갖춘 평가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공고부터 수요조사, 평가에 이르는 기간이 매우 짧은데다 비리 개입요소도 많아 업계와 지자체는 물론 수요자인 국민들의 불만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이라면서 "신뢰받는 정부,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정부, 위민하는 정부가 되려면 지금처럼 행정편의주의로 제도를 운영하는 행태는 반드시 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재생융복합사업은 지자체나 공공기관, 신재생설비기업과 감리사, 민간 등이 컨소시엄을 꾸려 태양광·풍력·지열 등 상호보완이 가능한 에너지원 설비를 특정지역 주택·공공·상업건물 등에 설치,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기여하고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사업이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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