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러시아 로사톰 건설자회사와 25일 사업계약
이창양 산업부 장관 "尹정부 강력한 수출정책 성과"
전문가단체 "적자우려 높은 토목 하청수주" 평가절하

▲한수원이 3조원 규모 2차측 공사를 수주한 이집트 엘디바 원전 위치도
▲한수원이 3조원 규모 2차측 공사를 수주한 이집트 엘디바 원전 위치도

[이투뉴스] 한국수력원자력(사장 황주호)이 이집트 원자력청이 발주하고 러시아 국영 원자력기업 로사톰이 건설하는 1200MW급 원전 4기 건설사업의 2차측 사업을 25일 수주했다. 2차측은 원전의 핵심 주기기인 원자로(1차측)의 핵분열 열로 터빈을 돌려 전력을 생산하는 나머지 공정을 일컫는데, 이번에 한수원이 수주한 사업은 터빈동 건설 등 한화 약 3조원 규모의 80여개 건물 시공과 기자재 공급이다. 

한수원은 이날 이집트 카이로에서 황주호 사장과 알렉산더 코르차긴 Atomstroyexport JSC(이하 'ASE JSC') 부사장이 임석한 가운데 엘다바 원전 2차측 건설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엘디바 원전 프로젝트는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북서쪽으로 약 300km 떨어진 지중해 연안에 1200MW(VVER-1200) 원전 4기를 2028년부터 2030년까지 순차 준공하는 사업이다. 전체 사업비는 300억달러(약 40조원)다. 

이집트 원자력청(NPPA)이 발주한 사업을 2017년 러시아 국영원전기업인 로사톰의 원전건설 자회사 ASE JSC가 수주해 지난달 1호기 원자로건물 콘크리트 타설을 시작했다. 한수원은 문재인정부 때인 2017년부터 이 사업의 2차측 수주를 위해 공을 들였고, 작년 12월 ASE JSC로부터 단독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사실상 승기를 굳혔다. 한수원이 독자적으로 나서 수주한 첫 해외 원전사업이다.

한수원은 이 사업의 속도를 내기 위해 내달 국내 원전 건설업체와 기자재 공급사들을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열어 공급품목과 입찰일정 등 주요정보를 공유한다는 계획이다. 황주호 사장은 "이집트와 유사한 환경인 UAE의 건설경험을 바탕으로 엘다바 원전 사업의 성공적인 완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이를 바탕으로 추가적인 해외 원전 수주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엘디바 원전 2차사업 수주를 "윤석열 정부의 강력한 원전수출 정책과 연계된 첫 가시적 성과"라고 자찬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지난 7월 새정부 에너지 정책방향을 통해 탈원전 폐기를 공식화하고 원전수출전략 추진위원회를 가동하는 등 원전 정책의 변화와 강력한 수출 추진 의지가 계약 성사에 기여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창양 장관은 "체코, 폴란드 등 우리 원전의 우수성을 높이 평가하고, 원전 협력을 타진하고 있는 국가들이 많은 만큼, 앞으로 우리가 가진 모든 역량을 총결집해 원전수출이 새로운 국부를 창출하고 성장산업으로 커 나갈 수 있도록 강력하게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 사업이 국가적으로 득보다 실이 큰 사업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원자력 전문가단체인 원자력안전과미래는 이날 낸 논평에서 "러시아 원전의 비원자력 시설 중 적자가 발생하기 쉬운 일부 토목건축 공사를 하청으로 수주한 것으로, 엄밀히 말하면 우리나라 원전을 수출한 것이 아니다. 민간건설업체가 수주해도 될 일들인데, 명분도 실리도 없는 사업을 국가가 추진했다"고 평가절하했다. 

이 단체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과 유럽에 적대적인 러시아에서 사업을 수주한 건 외교적 마찰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소(小)를 얻고 대(大)를 잃을 위험성이 우려된다"면서 "UAE 바라카원전처럼 장기 공사에 따른 불투명한 대차대조표를 생각하면 만일의 경우 국민세금으로 적자를 감당할 것인가. 민간이 수행하든지, 최종 결정전 국회동의를 받고 투명하게 대차대조표를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왼쪽 다섯번째부터) 황주호 한수원 사장과 알렉산더 코차긴 ASE JSC 원전건설담당 부사장 등 양사 관계자들이 25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엘다바 원전 2차측 건설사업 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다섯번째부터) 황주호 한수원 사장과 알렉산더 코차긴 ASE JSC 원전건설담당 부사장 등 양사 관계자들이 25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엘다바 원전 2차측 건설사업 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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