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사 이달 모듈 판매가 인하…판매 저조 원인
현물시장 강세, RPS입찰 미달로 국산품 경쟁력 퇴색

[이투뉴스] 2020년 탄소인증제 도입 이후 계속 올라가던 국산 모듈가격이 하락했다. 저탄소제품을 사용해 국산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탄소인증제 도입 취지와 다르게 비싼 가격으로 사업자들이 1등급 제품을 외면하자 제조사들이 판매가를 낮춘 것이다.

태양광업계에 따르면 이달 국산 태양광모듈 와트(W)당 평균가격은 580원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원자재가격과 물류비가 폭등한 이후 국산 모듈가격은 한때 600원까지 올랐지만, 이달 들어 점차 판매가격이 하락하는 추세다.

국산 모듈가격 하락은 국내시장 판매가 원활치 못하자 재고해소를 위해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탄소인증제 도입 후 국내 제조사들이 모듈가격을 높인 것이 사업자들에게 외면받는 결과로 이어진 셈이다.

A제조사 관계자는 “수요와 공급을 계산했을 때 사업자들이 국산 모듈을 사용하지 않아 판매가를 낮출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그동안은 원자재가격 급등을 이유로 모듈가격을 올렸지만 제품이 팔리지 않다 보니 결국 가격을 다시 낮추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탄소인증제는 태양광모듈 제조 과정에서 탄소배출총량을 관리하기 위해 만든 제도지만, 국내산업을 보호한다는 의미가 크다. 하지만 국산 모듈 판매에 기여하지 못하고 가격만 높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재 1등급 국산 모듈가격은 W당 640원 안팎으로, 중국산 등급외 모듈 판매가(400원)보다 60% 비싼 수준이다. 탄소인증제 도입 후 저탄소 인증을 받기 위해 상대적으로 값비싼 웨이퍼를 사용하고, 원자재가격이 오르면서 원가보전을 위해 판매가를 지속해서 인상한 결과다.

저탄소 모듈이 비싸도 사업자들이 구매했던 이유는 고정가격계약 참여 시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RPS입찰 미달로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입찰에 참여한 사업자 모두가 낙찰돼 탄소인증제가 무용지물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산 모듈을 사용한 사업자와 중국산 제품을 쓰고 있는 사업자 간 변별력이 없어져 비싼 값을 치르고도 역차별을 받았다는 의미다.

현물시장가격이 높아지면서 사업자들이 중국산 모듈을 사는 사례도 늘고 있다. 현물시장은 탄소인증제품을 사용해도 혜택을 받지 못해 가격경쟁력을 갖춘 중국산 제품을 이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현물시장 상황이 좋아 사업자가 국산이 아닌 중국산 모듈을 사용해 이윤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태양광사업자들은 국산과 중국산 간 가격 차이가 심하지만 않았어도 국내 제품을 이용하는 발전사업자가 많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태양광업계 관계자는 “탄소인증제 도입 전만 해도 국산과 중국산의 가격 차이가 10%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격차가 너무 벌어졌다”며 “제조사들이 합리적인 수준으로 인상폭을 정했으면 사업자들이 여전히 국산 제품을 이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태양광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해 탄소인증제 외에 다른 정책을 마련해 가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안병준 솔라플레이 대표는 “탄소인증제는 국내 태양광산업을 보호하겠다는 의미가 강하지만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해주는 제도가 아닌 국내시장을 우물 안 개구리로 만들고 있다”며 “태양광산업 진흥을 위해선 미국 같이 일정 비율을 보전하거나 독일처럼 전력요금 차등제를 적용하는 등 직접 지원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경남 기자 jin0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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