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EEFA '탄소포집의 교훈' 보고서 13건 사업 추적
"CCS 명분 새 석유·가스전 개발 기후변화 더 악화”

▲국내 CCS 실증 플랜트 전경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국내 CCS 실증 플랜트 전경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이투뉴스] 석탄화력과 천연가스발전소 등에서 배출된 온실가스를 포집해 저장하는 방식으로 탄소를 감축한다던 CCS(탄소포집저장) 프로젝트 상당수가 좌초위기에 처했거나 이미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때 전환분야의 온실가스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미래기술로 치켜세워졌지만, 기대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화석에너지 수명연장용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가 이달초 발표한 ‘탄소포집의 핵심 교훈(The carbon capture crux: Lessons learned)’이란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추진된 13건의 주요 CCS 프로젝트 가운데 10건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7건은 목표대로 탄소를 포집하지 못하고 있고, 또다른 2건은 실패 판정이 내려졌으며 나머지 1건은 사업이 중단됐다. 이들사업이 전체 CCS용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5%에 이른다.

앞서 IEEFA는 대규모 CCS 프로젝트 가운데 포집 및 저장능력 등을 따져 13건을 분석 대상으로 정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현재 연간 3900만톤인 CCS 저장량이 2050년 60억톤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는 등 그 미래를 낙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정부와 민간발전사가 앞장서 2030년 연간 약 1000만톤, 2050년 8500만톤으로 포집·저장량을 늘리겠다고 호언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조사 대상 중 약 77%는 공언한 온실가스 포획 효과를 내지 못해 면을 구겼다. IEEFA가 보고서에서 "현재 상태에서 CCS는 증가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멈출 솔루션이 될 수 없다"고 직격한 배경이다. 브루스 로버트슨 IEEFA 분석가는 “많은 국제기구와 국가가 CCS 의존적인 화석연료 탄소중립을 계획하고 있지만 쉽게 달성되지 않을 것"이라며 "지난 50년간 시도된 CCS가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탄소중립 효과는 미미한데 CCS 적용을 명분으로 더 많은 가스전 난개발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도 꼬집었다. IEEFA와 글로벌CCS협의체(Global CCS Institute)에 의하면, 상용화 CCS 가운데 69%는 천연가스 생산과정에 발생하는 탄소포집용이다. 하지만 가스 전주기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생산과정 포집 가능량은 소량에 불과하다.

여기에 전체 탄소포집량의 27%만이 온전히 격리돼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는 반면 나머지 73%는 머잖아 온실가스 배출원이 될 원유추출(EOR, enhanced oil recovery) 공법에 사용된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IEEFA는 보고서에서 "이산화탄소 일부를 포집한다는 이유로 석유·가스전 개발을 새로 추진하는 것은 기후변화를 더 악화시키는 일”이라며, CCS가 이들 산업의 수명을 늘리고 있다고 각을 세웠다.

그러면서 IEEFA는 "CCS사업 여부와 관계없이 어떠한 신규 석유·가스전 개발도 허용해선 안된다. 실패한 고르곤 가스전 CCS 프로젝트처럼 납세자들이 사업 실패 책임을 떠안지 않으려면, 이 사업으로 이득을 보는 석유·가스전 기업들이 사업실패와 탄소누출 비용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 기업이 보조금이나 세제혜택을 받았다면 더욱 그렇다"고 강조했다.

일부 에너지대기업이 CCS를 적용한 가스전 개발을 탄소중립으로 적극 홍보하던 국내서도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기후변화에관한국제간협의체(IPCC)가 올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CCS는 비쌀 뿐더러 재생에너지 대비  감축 잠재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면서 “당장 대안이 없은 일부 산업 부문에 제한적으로 활용해야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대신 석탄·가스에 CCS를 붙여 산업 수명을 연명하는 일은 결국 국민 부담으로 전가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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