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기준 25.8TWh 서울시 가정소비량 1.8배
"원활한 재생에너지 전환 사회공동 노력 필요"

▲삼성전자의 RE100 이행을 촉구해 온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2018년  독일 베를린에서 재생에너지 사용을 촉구하는 프랭카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RE100 이행을 촉구해 온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2018년 독일 베를린에서 재생에너지 사용을 촉구하는 프랭카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투뉴스] 국내기업 중 전력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삼성전자가 2050년까지 자사 소비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15일 선언했다. 삼성전자의 연간 전력사용량은 작년 기준 25.8TWh로 서울시 가정용 전력의 약 1.8배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이날 발표한 '新환경경영전략'에서 "전력수요가 큰 만큼 재생에너지 수급이 쉽지 않고,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여건도 불리한 상황이지만 인류 당면과제인 환경위기 해결에 기여하기 위해 탄소중립을 향한 도전에 나서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RE100 이니셔티브 가입 = 삼성전자는 우선 글로벌 기업의 자발적 재생에너지 사용운동인 'RE100'에 참여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한전이 공급하는 산업용 전력이나 자체 공정가스와 LNG연료를 사용해 왔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공정가스 처리효율을 대폭 개선하고, LNG 보일러 사용을 줄이기 위해 폐열 활용과 전기열원 도입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사업장의 RE100은 5년내 완료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서남아와 베트남은 올해, 중남미는 2025년, 동남아 CIS 아프리카는 2027년을 각각 목표 달성시점으로 정했다.

◇여건 녹록지 않아 "정책지원 필요"= 삼성전자는 반도체부터 스마트폰, TV, 가전에 이르기까지 국내는 물론 글로벌 ICT 경쟁 제조사 가운데 가장 많은 전력을 사용하고 있어 이번 선언의 의미가 남다르다.

작년 기준 주요기업 전력사용량은 구글(알파벳) 18.2TWh, TSMC 18.2TWh, 인텔 9.4TWh, 애플 2.9TWh 등으로 삼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향후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하는 전력량은 서울시 가정(약 400만가구)이 모두 사용하고도 남는 약 700만 가구분에 해당한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평택 등에서 반도체 생산라인을 계속 증설하고 있어 전력사용량이 지속 증가할 전망이다. 반면 국내는 아직 재생에너지 공급량이 충분치 않은데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고 정부의 비중제고 의지도 크지 않아 적잖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RE100 2020'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재생에너지 전환이 어려운 10개국 중 한 곳이며, 국내외 RE100 가입기업 53개사 중 27개사(51%)가 한국을 '재생에너지 조달 장벽이 있는 국가'로 꼽을만큼 수급환경이 녹록지 않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원활한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해 사회적 공동노력이 필수"라면서 "정부는 재생에너지 공급확대와 정책적 지원을 하고, 산업계는 효율 높은 재생에너지 기술개발과 보급을, 시민사회는 재생에너지 개발사업에 대한 이해와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린피스 "목표시기 앞당겨야" = 시민사회는 환영의 뜻을 내비치면서도 목표시기는 앞당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간 삼성전자의 재생에너지 전환을 지속 촉구해 온 그린피스는 "심각한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삼성전자에 요구되는 책임과 역할에 비해 매우 미흡한 목표"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에 이어 국내 3위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이다.

여기에 반도체 양산을 위해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인 평택 P3공장을 올 하반기 완공할 예정이어서 온실가스와 전력사용량은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글로벌 RE100 가입사들의 평균 달성시점은 2030년 전후다.

양연호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삼성전자는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시급성을 강조하면서, 정작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큰 반도체 부문(DS)의 감축을 계속 지연하고 있다"며 "재앙적인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골든 타임은 향후 10년이다. 2050년 목표는 너무 늦다”고 지적했다.

장다울 그린피스 전문위원은 “이번 발표를 계기로 더 빠르고 과감한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를 위한 정책과 제도가 수립되도록 정부·국회·언론을 대상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재생에너지 발전이 확대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투자와 신규계약 발굴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날 기후솔루션도 논평을 내 "삼성의 야심찬 계획이 다른기업의 RE100 동참을 이끌 것으로 기대하지만, 시대 흐름을 역행하는 정부의 기조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을 21.5%로 대폭 하향했다"고 지적했다.

기후솔루션은 "실질적인 RE100 달성은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는 물론이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전력계통 환경을 얼마나 조속히 마련하는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면서 "화석연료를 우대하는 기존 전력시장 환경에서 재생에너지도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하고, 전력거래소 거버넌스를 독립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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