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이투뉴스/이정윤] 윤석열정부의 초대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으로 황주호 전 경희대 교수가 발탁됐다. 황 사장은 줄곧 총리가 위원장을 맡는 원자력진흥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사다. 작년 6월에는 한수원 원전안전자문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이 위원회는 전 원안위 위원과 원자력안전기술원장 등을 위원으로 위촉해 안전이 아니라 안전규제기관에 대한 원전사업자 입장을 대변하는 곳 아니냐는 말을 듣기도 했다. 

황주호 사장은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권까지 소위 원자력계 상층부에서 활동해 온 인사다. 방사선과 악전고투하는 원전 현장과 그 현장 직원들이 흘리는 땀과 수고를 잘 알지 못하는 자리에 있어 왔다. 그런 황 사장이 1만명이 넘는 직원들을 이끌고 전국 30개 원전을 총괄해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안전은 원전의 생명이자 금과옥조나 다름없다.

원전 산업계 바람대로 소형모듈원전(SMR)은 희망의 씨앗이 될 수 있을까? 황 사장인 원자력진흥위원으로 활동할 당시 위원회는 SMR 페이퍼플랜트 개발에 나랏돈 수천억원을 지원했다. 그는 미국 뉴스케일사의 사외이사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런 시그널을 받아 국내 원전기업들은 사업성이 불분명한 해외 SMR사업 투자에 뛰어들기도 했다. 

급기야 지난달 중순 최태원 회장이 이끄는 SK와 SK이노베이션은 빌게이츠의 테라파워에 3200억원을 지분 투자했다. SK는 국내 대기업 중 가장 공격적으로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 분야에 투자해 온 기업이다. SMR은 지난 십수년간 연구개발에도 불구하고 인허가는 물론 안전성, 경제성 등을 검증받지 못했다. 돈이 부족할 리 없는 빌게이츠 사업에, 그것도 상업성 조차 요원한 사업에 SK는 왜 선뜻 돈을 댔을까. 

연이어 실책을 반복한 새 정부 미국외교와 맞물려 여러모로 석연찮은 투자라는 뒷말이 나온다. 지난달 중순 원전수출전략추진위원회가 범부처로 발족돼 활동을 시작했다. 2030년까지 10기의 원전을 수출하겠다고 공언했다. 당초 80기를 수출하겠다던 원자력계 목표가 갑자기 쪼그라든 배경이 무엇인지 아무런 설명이 없다. 원전 건설을 검토하는 나라는 느긋한데, 원전을 수출한다는 국가는 목을 매는 꼴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적자투성이 노후원전 가동을 위해 60조원을 투자한다. 원자력의 부활신호일까? 재생에너지 투자액은 480조원에 육박한다. 이들의 방향타가 어디로 향하는 지 주목해야 한다. 비(非)원자력계통 토목공사 하청을 수주하고 해외 원전사업을 수주했다고 과도하게 홍보하는 건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물불을 가리지 않고 무리수를 쓰다보면 국익에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요르단 연구로와 UAE 원전건설사업에 대한 대차대조표 공개는 물론 막대한 공적자금이 수반되는 원전수출사업에 대한 국회의 사전 동의절차가 필요하다.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immjy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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