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7천억~8천억원 계통안정화 ESS 본격화
신남원 등 6개 변전소에 배터리880MWh 설치

▲56MW급(PCS 기준) 영주변전소 계통안정화용 ESS 구축 조감도 ⓒ한전
▲56MW급(PCS 기준) 영주변전소 계통안정화용 ESS 구축 조감도 ⓒ한전

[이투뉴스] 한전이 내년까지 전북 신남원 등 전국 6개 345kV 변전소에 PCS(전력변환장치) 970MW, 배터리 880MWh 규모의 계통안정화용 ESS(에너지저장장치)를 설치한다. 한번 충전으로 500km이상을 달릴 수 있는 전기차 아이오닉6(77kWh) 1만1400여대분의 배터리를 전력망에 투입해 송전선로 부족과 재생에너지 변동성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한전은 2015년부터 3년간 신용인 등 전국 14개 변전소에 주파수조정용(FR) ESS 376MW를 설치했다. 그러다 제주지역 재생에너지 출력제한이 심화되자 지난해 김제변전소(24MW)와 울산변전소(16MW)에 있된 ESS를 서제주변전소로 옮겨 설치한 바 있다. 송전망사업자가 수백MW 단위 발전제약용 ESS를 국내계통에 설치하는 것은 처음이다.

25일 전력당국에 의하면 한전 전력그리드본부는 최근 이 사업이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함에 따라 내년 준공을 목표로 EPC를 발주하는 등 후속 공정을 밟고 있다. ESS 설치장소는 전북 신남원, 충남 예산, 경남 부북과 함양, 경북 영천과 영주 등 6곳이다. 주로 변전소 현대화 사업을 통해 부지 여유가 있는 장소다.

지난해 한차례 예타 통과가 무산될 때보다는 사업규모가 줄었다. 초안은 전국 12곳에 사업비 1조1200억원을 들여 PCS 1400MW, ESS 1260MWh를 설치하는 것이었으나 비용대비편익(B/C)이 부족하다는 판정을 받고 올해는 설치장소 6개소, 사업비 7000억~8000억원, 설비용량은 970MW(PCS) 880MWh(배터리)로 규모를 줄여 심의를 통과했다.

기존 ESS가 FR 단일용도였다면 이번에는 발전제약 완화와 재생에너지 변동성 대응까지 고려한 다목적이다. 현재 강원지역 계통은 새로 준공된 원전·석탄화력 생산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낼 송전선로가 부족해 일부 발전기들이 정상출력을 내지 못하고 있다. 곧 가동되는 신한울 1호기(원전)부터 강릉안인(석탄), 삼척블루파워(석탄) 등 GW급 후속 대형발전소 6.4GW도 같은 처지다.

이 지역의 전력 병목현상이 해소되려면 신한울~신가평 사이 230km HVDC(초고압직류송전)가 신설돼야 하는데, 이 노선은 공기를 최대한 앞당겨 건설해도 1단계 사업이 2025년 하반기에나 완공될 전망이다. 이번에 설치하는 ESS만큼 동해권 저원가 발전기들의 발전량을 늘릴 수 있어 SMP(전력시장가격) 하락에 의한 전력구입비 감소를 기대할 수 있다.

전력당국 한 관계자는 "신한울 2호기와 재생에너지 설비 등이 더 늘어나면 동해안 발전기 제약량 확대는 불가피하다"면서 "ESS 신설로 1GW 이상의 해소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5년 이후 송전선로가 확보돼 발전제약이 해소된 뒤에는 주된 용도가 재생에너지 변동성 대응과 주파수 안정화로 바뀐다. 9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현재 추세로 재생에너지 비중이 증가하면, 발전량 변동폭이 일정량 이상일 때마다 주파수 유지기준 충족이 어려울 수 있다. 이때 충·방전 속도가 매우 빠른 배터리기반 ESS를 백업설비로 활용하면 순간적인 순수요 변동에 대응할 수 있다.

전력거래소는 인버터기반의 재생에너지가 증가하는만큼 관성을 제공하던 동기발전기가 줄어 고장 시 광역정전 위험도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1.7GW 가량의 1차 예비력과 1.8GW이상의 ESS가 확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국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계통부하가 52.7GW일 때 1.4GW급 대형원전(신고리 3,4호기 등)이 고장으로 불시 정지하면 적게는 630MW, 많게는 5GW의 태양광인버터가 추가 정지해 계통주파수가 58.79Hz까지 곤두박질 할 수 있다. 이때 사태가 광역정전으로 파급되지 않도록 UFR(부하차단기)이 자동 동작해 최대 8.4GW 가량의 부하차단(정전)이 일어날 수 있다.

한전 한 관계자는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면 전력계통계획이나 운영, 해석 등이 현재와는 차원이 다르게 달라지고 어려워진다. 해외와 달리 독립계통인 우리 전력망의 치명적 약점을 기술로 커버할 수밖에 없다"면서 "당장 인력과 장비가 대대적으로 확충돼야 하는데, 공허한 기술논쟁만 오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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