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시가동만 고려 보조보일러 미보유·철거·방치
단지·全계통 정전 시 전력수급 재개에 큰 차질

▲국내 대다수 석탄화력이 보조보일러 설비를 갖추지 않아 정전 시 자체 재기동이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발전사들과 전력거래소가 이용선 더불어민주당의원실에 제출한 현황자료에 의하면, 태안화력(사진)과 삼천포, 여수, 하동, 당진, 보령 등 주요 석탄화력 48기가 전계통 정전 시 스스로 기동을 할 수 없다.
▲국내 대다수 석탄화력이 보조보일러 설비를 갖추지 않아 정전 시 자체 재기동이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발전사들과 전력거래소가 이용선 더불어민주당의원실에 제출한 현황자료에 의하면, 태안화력(사진)과 삼천포, 여수, 하동, 당진, 보령 등 주요 석탄화력 48기가 전계통 정전 시 스스로 기동을 할 수 없다.

[이투뉴스] 국내 석탄화력 57기 가운데 48기는 발전단지 발전기 전체 정지나 전계통 정전 시 자체 재기동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저전원으로서 상시가동되는 상황만 고려해 보조보일러를 이미 철거했거나 작동불능 상태로 방치하고 있어서다. 재생에너지 확대로 석탄화력의 정지 빈도가 늘고 있는 가운데 계통 블랙아웃 등 만일의 상황 발생 시 전력수급 재개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이투뉴스>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발전5사 보조보일러 가동현황자료'와 전력거래소 '보조보일러 보유여부 및 기동가능 여부'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57기 가운데 보조보일러를 갖춘 발전기는 영흥 5,6호기와 삼척그린 1,2호기, 신보령 1,2호기, 신서천 1호기, 고성하이 1,2호기 등 9기 뿐이다.

나머지 48기는 같은 발전단지내 다른발전기가 가동중일 때만 기동이 가능하다. 석탄화력 재기동 때 마중물처럼 반드시 필요한 밀봉증기(Seal Steam)를 공급해 줄 보조보일러가 철거돼 없거나 보일러 장기 미사용 등의 사유로 설비 정상가동이 어렵기 때문이다. 

발전사별 현황을 살펴보면 남동발전 영흥화력(1~6호기)은 보조보일러 2대가 있지만 1대가 환경부 대기오염물질 배출기준을 맞추지 못해 1~4호기의 자체 기동이 불가능하다. 삼천포화력(3~6호기)도 같은 이유로 2024년까지 보조보일러를 새로 설치하는 계획을 세웠다. 여수화력은 2018년 보일러를 철거한 경우다. 

남부발전은 삼척그린파워(1~2호기)는 문제가 없지만 하동화력(1~8호기)은 2009년 기존 보조보일러를 영월복합으로 이설하면서 공백이 발생했다. 1~8호기가 모두 정지하면 발전단지 전체 재기동에 차질이 발생한다. 보조보일러가 있어도 무용지물인 곳도 있다. 동서발전 당진화력(1~10호기)은 보일러 장기 미사용으로 정상작동이 어려운 상태다. 동해화력은 2017년 설비를 철거했다.

서부발전 태안화력(1~10호기)은 보조보일러를 휴지(休止)보존 조치해 바로 쓸 수 없다. 중부발전은 신보령과 신서천화력처럼 새 발전소는 설비를 갖췄지만 보령화력(3~8호기)은 2004년 기존 보일러를 철거한 것으로 확인됐다. 민간발전사는 고성하이(1~2호기)와 GS북평화력(1~2호기) 모두 보조보일러를 갖췄으나 북평화력은 정상가동이 안된다.

보조보일러는 정지된 터빈에 증기를 공급해 터빈 안팎을 밀봉상태로 만들어주고 예열도 돕는 설비다. 석탄화력이 기저전원으로 연중 상시 가동되던 때는 쓰임새가 적어 철거·이설하거나 방치해도 크게 문제삼지 않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최근 재생에너지 비중 증가로 석탄화력도 봄·가을 경부하 때마다 정지하면서 발전소 일선 현장과 전력당국 사이에서 뒤늦게 보조보일러 문제가 불거졌다.

발전사 관계자는 "그동안은 추석이나 설연휴에 몇기 정도 정지하는 게 최대여서 정지한 발전기를 다시 기동할 때도 굳이 보조보일러를 쓸 필요가 없었지만, 2년전부터는 봄·가을에도 석탄화력이 모두 정지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현장에선 다수호기를 정지시킬 때 문제의 심각성을 감안해 모두 비상상태가 된다"고 말했다.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앞으로 탄소중립 대응을 위해 재생에너지가 더 늘어나면 석탄화력과 같은 전통전원도 변동성에 대응해 유연하게 운영해야 하며, 그런 맥락에서 올 추석연휴에도 원전 감발조치가 있었다"면서 "보조시설 부재로 전력수급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당국히 확실히 실태를 점검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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