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댕댕이', '원주꼬끼오' 등 이색상호 내건 '디오티디'
도‧소매 모두하는 석유유통사…주유소 14곳, 대리점 1곳
김동호 대표, 주유원부터 영업직까지 20년 油 외길인생

[이투뉴스] 수원몬스터, 수원햄스터, 파주태권V, 인천랍스터, 파주댕댕이, 원주꼬끼오, 아산꿀꿀이, 고양용가리, 파주마징가, 원주베짱이, 김포햇님이, 아산멍멍이. 어린이집 반 이름이 아니다. 누가 이를 보고 주유소를 떠올릴 수 있을까. 톡톡 튀고 개성넘치는 주유소를 만든 주인공은 김동호(45) 디오티디 대표다. 1일 '고양용가리' 주유소에서 그를 만났다. 사무실 내부는 주백색 조명으로 환했고, 벽면은 레고블럭으로 가득했다. 업계가 힘들다고 말하면서도 말속에는 열정과 의지과 묻어났다. 주유소업계에서 오랜만에 느낀 젊음과 에너지다. 

"사명 디오티디는 '데이 오브 더 드리머(Day Of The Dreamer)'의 약자에요. 몽상가라는 뜻이죠. 매일 꿈을 꾸고 있어요." 

▲김동호 디오티디 대표가 석유유통구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동호 디오티디 대표가 석유유통구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디오디티는 14개 주유소와 1개 석유대리점을 보유하고 있는 자동차용 연료유 도‧소매유통업체다. 지난해 전체 매출액은 2400억여원으로 매년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140% 뛰었고, 2년 전과 비교하면 200% 올랐다. 현재 SK에너지 5개소, 현대오일뱅크 4개소, GS칼텍스‧에쓰오일‧알뜰 각각 1개소 등 국내 주유소 폴 모두를 운영하고 있다. 

꿈을 꾸며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어느새 직원 70여명을 거느린 기업사장이 됐다. 김 대표의 성공은 외길인생을 달려온 덕분이다. 2000년부터 20여년간 오롯이 '기름'에만 집중해 왔다.

시작은 2000년 주유원부터다. 20대 초반 하루 12시간씩 교대근무로 고되게 일했다. 직접 주유기를 잡고 손님을 응대하면서 말못할 수모도 수없이 겪었다. 그러던 어느날 기름때로 검게 물든 자신의 손을 보며 새햐안 와이셔츠가 너무나도 욕심이 났단다. 결국 2004년께 대리점으로 회사를 옮긴다. 영업인생의 시작이다. 

이후 13여년간 이곳저곳 주유소를 드나들며 석유를 공급해 팔았다. 직접 주유소를 돌면서 명함을 뿌리고, 거래처를 뚫었다. 기름을 사달라고 수없이 사정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가격에 예민하지 않을 때였어요. 인간적인 측면을 많이 어필했지요."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경영악화로 일터가 문을 닫게 되자 이참에 사장이 되기로 결심, 2017년 디오티디를 창업했다. 본인이 직접 뚫은 거래처들이 따라와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본래 사장이란 타이틀에는 별다른 욕심이 없었어요. 사실 할 줄 아는 게 이거 밖에 없어서 선택지가 없었죠." 그의 인생의 큰 변곡점이다.  

망한 대리점을 인수해 사명을 바꾸고 본인 입맛에 맞게 젊은 감각으로 회사를 뜯어고쳤다. 이듬해 하반기부터는 주유소를 인수, 본격적으로 소매업에도 뛰어들었다. 수도권 중심으로 차곡차곡 사업장을 늘리다 보니 4년 새 주유소가 14개로 불었다.  

폐업이 일상인 업계임에도 지난해에만 '아산꿀꿀이', '원주꼬기오', '고양용가리', '파주마징가', '원주베짱이', '김포햇님이' 6개 주유소를 탄생시켰다. 올 4월에는 '아산멍멍이' 주유소'가 문을 열었다. 보유 중인 14개 주유소 중 현재 12개 주유소가 수도권 등지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주유원부터 대리점 영업사원까지 소매와 도매시장을 직접 뛰어 봤다는 것이 본인만의 강점이 됐다. 양쪽 모두를 경험해 본 덕분에 지금의 사업구조를 완성할 수 있었다. "석유유통업계는 도매와 소매를 같이 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요.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인데 저는 과거의 현장 경험이 있기에 가능했죠."

◆수도권 등지에 동물이름 딴 주유소 12곳 신설 

▲'고양용가리' 주유소에서 고객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디오티디의 8호점.
▲'고양용가리' 주유소에서 고객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디오티디 8호점.

"작명을 특이하게 한 이유는 불미스러운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해서에요. 주유소 이름이 독특하면 소비자 기억에 분명히 남을 테니까요."

누구도 시도한 적 없는 독특한 주유소 이름을 고민했다. 그러다 나온 것이 동물농장 콘셉트다. 두글자 지역명에 동물이름 세글자를 붙이기로 했다. 2018년 9월 1호점 '수원몬스터'가 그렇게 세상에 태어났다. 탄력을 받은 그는 10개월 후 200m 맞은편에 2호점 '수원햄스터'도 차렸다. 

3호점 '파주태권V'는 그전 주유소 상호가 태권브이였기 때문에 인수하면서 기존 분위기를 이었다. 대신 글자수를 맞추기 위해 영어 'V'로 표기했다. 4호점은 인천이라는 지역특성을 감안해 '인천랍스터', 5호점은 인터넷에 귀엽다고 입소문이 퍼진 '파주댕댕이'다. 그 밖에도 6호점 '원주꼬기오', 7호점 '아산꿀꿀이' 등이 김 대표 손에서 줄줄이 탄생했다.

8호점 '고양용가리'는 기존 상호 청룡주유소에서 착안해 세글자 용가리로 재탄생시켰다. 9호점 '파주마징가'는 인근에 있는 태권V가 외롭지 말라고 형제를 만들어 줬단다. 올 4월 문을 연 12호점 '아산멍멍이'는 꿀꿀이와 둘도 없는 친구라고. 

모든 이름이 각기 이유가 있고 스토리가 있는데 11호점 '김포햇님이'는 유추가 어렵다. 하지만 설명을 듣고 나니 디오티디 작명 중 제일이다. "아기가 태어날 때 개업한 주유소라서 태명을 붙였지요.(웃음)"

다음 사업아이템을 귀띔해 달라는 말에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답했다. "사실 몇가지 생각해 놓은 것이 있어요. 고양시 마스코트를 활용한 '고양야옹이' 주유소, 파주시에 많은 동물인 '파주고라니' 주유소. 어때요. 재밌죠?" 

◆"주유소는 기름값 비쌀 때 더 힘들어요"

▲'인천랍스터' 주유소.​
▲'인천랍스터' 주유소.​

주유소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고유가 때 수익을 올린다는 사실이다. 특히 올 3월 러-우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국내 휘발유값이 리터당 2000원을 돌파했을 때 국내 주유소업계는 괜시레 비난을 받아야 했다. 모두가 고통받는 상황에서 주유소만 떼돈을 벌고 있다는 국민적 질타다. 

이에 김 대표는 잘못된 사실이 가뜩이나 힘든 업계를 더욱 짓누르고 있다며 하소연했다. 고유가 때는 힘에 부치고 되레 저유가에 수익이 난다는 설명이다. 

주유소업계는 내부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는 곳이다. 실제로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을 보면 3분 단위로 시도별 최저가 주유소가 계속해서 바뀌는 것을 볼 수 있다. 하루에도 여러번 주유소 사장들은 가격을 만지며 보이지 않는 경쟁자들과 시름하고 있다.  

"경쟁이 너무나도 심한 곳이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오른 만큼, 공급가가 오른 만큼 기름값에 반영하기가 결코 쉽지 않아요. 주위 경쟁업체보다 단 1원이라도 싸야 손님이 오거든요. 결국 원가가 오른 만큼 올릴 수가 없어요. 바로 옆에서 안 올리고 버티면 울며겨자먹기로 따라갈 수밖에 없어요."  

규모의 경제가 극심하게 작용하는 업계임도 분명히 했다. 저장탱크 크기가 곧 매출로 직결된다. "저장탱크가 크면 싸게 들여온 기름이 아직 남아있다는 말이잖아요. 이런 곳은 가격을 천천히 올려도 아직은 버틸 힘이 있다는 얘기죠. 그럼 규모가 작은 주유소는 어떻게 되겠어요. 바로 경쟁에서 도태되는 거예요. 올해 주유소 폐업이 유독 많았는데 바로 이점 때문이에요. 고유가 때 작은 주유소는 도저히 경쟁을 할 수 없어요."

무엇보다 제일 큰 요인으로 부대비용 증가를 꼽았다. "자기자본 100%로 주유소를 운영하는 곳이 얼마나 될까요. 고유가 때는 금융이자도 동반 상승해요. 카드수수료는 1.5% 정률로 발생하기 때문에 수수료로 빠지는 비용도 같이 늘고요. 고유가 때는 여러모로 힘이 듭니다." 실제 디오티디도 지난해 전체 지출에서 인건비와 카드매출수수료가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업계가 힘든 상황인데 아이러니하게도 김 대표는 주유소 확장을 꾀하고 있다. 업계에 남이 보지 못한 빛을 보고 있는 것인지, 길이 있다 믿는 것인지 되물었다. 사명처럼 몽상가 다운 대답이 돌아왔다.

"글쎄요. 그냥 꿈을 꾸고 있는 것이 너무 좋고요. 사업을 키워가는 과정도 너무 재미있어요. 목표 주유소 갯수를 정해 놓은 것은 없지만 힘닿는 데까지 늘려볼 생각이에요. 주위에서는 주유소업계가 사양산업이라고 말하지만 살아남으면 그만 아닌가요. 디오티디를 끝까지 살아남게 만들거에요."

▲김 대표가 앞으로의 포부를 말하며 팔짱을 끼고 있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젊은 CEO 김동호 대표다.

<고양=김동훈 기자 hoon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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