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정상화 vs 일시적요인…총괄원가 하락에 대한 해석 엇갈려
“원가경쟁력 개선 노력 이어지도록 열요금체계 전면 개편해야”

[이투뉴스] 국내 열요금이 출렁거리고 있다. 7월 9.81%에 이어 10월에도 18.09%가 올랐다. 올들어 LNG수입가격이 지난해 평균 도입가격보다 2배 넘게 오른 여파다. 전기 및 가스 분야도 엄청난 요금인상 압박을 받고 있지만, 집단에너지가 가장 고달프다. 전기는 한전, 가스는 가스공사라는 방파제가 있으나 집단에너지는 각자도생(各自圖生)해야 할 처지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최근 한난과 민간사업자 간 총괄원가 차이가 이전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요금상한으로 인한 갈등도 이전에 비해 약화되고 있다. 그동안 집단에너지업계는 한난과 非한난으로 나뉘어 대립할 정도로 열요금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왔다. 고효율 CHP는 물론 공급세대수, 저가열원 확보 등 여러 측면에서 원가경쟁력이 우수한 한난을 기준으로 요금을 설정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그 출발점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한난요금을 준용하는 사업자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상당수 업체가 점차 한난 총괄원가와의 격차를 줄이고 있다는 점은 부익부 빈익빈에 시달려온 국내 집단에너지업계로선 고무적인 일이라는 평가다. 고질적인 열요금 문제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발전방안을 모색해야만 급변하는 미래 에너지시장에서 버틸 수 있다.

초기 많은 투자비를 쏟아부을 수밖에 없는 인프라업종의 특성상 점차 포화수요에 도달하는 등 후발주자들 역시 자리를 잡아갈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지역난방사업자 간 총괄원가 격차 축소가 정상적인 사업정상화를 통해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평가도 많다. 총괄원가는 내려가지만 경영난에 시달리는 사업자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한난과 민간기업의 투자 시기가 다른 것과 함께 글로벌 천연가스가격 급등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 등을 이유로 꼽았다.

총괄원가 상한제가 국내 집단에너지사업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만큼 현실에 맞는 요금체계로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사업자들은 실제 원가구조와 관계없는 도시가스 민수용 요금과의 연동제를 비롯해 적정 투자보수율 재산정, 미활용에너지 공급 따른 인센티브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주먹구구식 운영, 열요금체계 변천사
국내 지역난방 공급은 서울에너지공사가 시작을 알렸으나 보급확대는 한국지역난방공사(이하 한난)가 주도했다. 따라서 열요금의 경우 한난요금이 전체 집단에너지사업의 표준요금 형태로 작용했다. 집단에너지사업 경쟁체제 도입에 따라 민간사업자가 등장할 때 하나같이 한난요금을 준용하겠다는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공급세대는 물론 열원시설 등 모든 측면에서 열악한 신생업체가 완벽에 가까운 사업구조를 갖춘 한난의 벽을 넘기는 역부족이었다. 여기에 천연가스가격 급등을 시작으로 전반적인 사업구도가 적대적인 환경으로 바뀌면서 한난요금을 준용해선 살아남기 힘들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결국 사업자들은 열요금이 반드시 정부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는 신고제라는 점을 이용, 개별요금제로 변신을 꾀했다. 독자적인 열요금 산정 및 검증, 신고를 통해 한난요금에서 탈피해 자신들의 원가를 최대한 반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산업부 앞 집단행동을 비롯해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다만 이같은 열요금 분화는 공급업체별 요금차이가 최대 15%나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드러났다. 열이라는 동일한 재화임에도 누가 공급하느냐에 따라 소비자 부담수준 차이가 너무 벌어진 셈이다.

이러한 부작용이 생기자 산업부는 2015년 열요금 상한을 한난의 110%로 못박았다. 고정비 상한이 최적화된 원가구조를 가진 공기업(한난) 기준으로 설정돼 중소규모 사업자의 적정투자비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서도 너무 높이지 못하도록 막은 것이다. 또 열생산 원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도시가스 요금변동에 따라 열요금도 함께 조정할 수 있도록 연동제를 도입했다.

이후 시장기준요금 적용기준을 비롯해 총괄원가 중 고정비 재산정 주기(2년), 한난 요금조정률 적용 등 일부 세세한 규정도 정비했다. 여기에 미활용에너지를 공급하는 사업자에게 혜택을 주는 한편 열배관 안전투자를 강화할 수 있도록 에너지이용효율 향상 및 열수송관 안전관리투자 촉진제도를 도입했다. 특히 한난의 시장점유율이 50% 이하로 떨어지자 열공급량의 50% 이상을 공급하는 사업자를 추가하기도 했다.

열요금 제도 정비 이후 오랫동안 국내 열요금체계는 한난요금을 준용하는 그룹(동일요금사업자)과 한난요금을 초과하는 사업자(비동일요금사업자)로 구분됐다. GS파워와 서울에너지공사, 나래에너지서비스, LH 등 대형 및 공공 사업자의 경우 한난요금을 준용했고, 형편이 어려운 민간사업자는 한난요금의 110%를 채워서 받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100∼110% 사이에 있는 사업자도 있었지만 소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 사업자들의 고정비를 포함한 총괄원가를 재산정한 결과 모두 5개 업체가 한난 총괄원가와 동일하거나 낮아 한난요금을 준용하는 동일요금사업자 그룹으로 진입했다. 아울러 110% 상한을 적용했던 사업자 중 상당수가 100∼110% 사이에 들어오는 등 총괄원가가 낮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설립된 지 15년이 넘어서면서 상당수 업체의 공급세대가 사업계획의 80%를 넘어서는 등 크게 증가한데다 타사업자와의 열연계 및 외부 소각열 확보를 통해 원가경쟁력도 나아졌기 때문이다. 초기투자가 많을 수밖에 없는 집단에너지 사업특성을 고려할 때 점차 사업안정기에 접어들 것이란 기대도 잇따르고 있다.

집단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사업기반이 어느 정도 잡힌 중규모 사업자의 경우 총괄원가가 서서히 내려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들까지 한난요금 준용그룹으로 들어올 경우 수년 내로 90%가 넘는 지역난방 소비자의 난방요금이 동일한 수준으로 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실 반영 못하는 요금제, 전면개편 요구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현재의 총괄원가 변화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사업자의 총괄원가가 하락한 것은 전력부문 비중 증가를 시작으로 한난의 일시적인 원가 상승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즉 민간 및 중소 사업자 본연의 원가경쟁력 향상에 따른 총괄원가 하락이 아닌 LNG가격 급등 및 열배관 안전투자 확대 등 외부요인이 더 크다는 주장이다.

전기비중이 높은 대형사업자와 사업구조가 탄탄한 일부 사업자를 제외한 중소사업자가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고 말한다. 상당수 사업자는 열을 위주로 하는 소규모 사업자의 경우 총괄원가가 내려가는 것은 열요금 제도의 허점일 뿐 여전히 어려운 경영환경에 처해 있다고 강조한다.

한 단에너지업체 CEO는 “고효율·대용량 CHP가 있는지부터 소각열 및 발전배열 등 저가열원 비중, 공급세대수 차이가 사업자별 총괄원가를 가르는 절대 기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측면을 봤을 때 CHP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열위주 업체는 빈곤에 허덕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최근의 현상은 일시적으로, 조만간 되돌아갈 것으로 본다”고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후발 집단에너지사업자가 안정기에 들어 발생한 현상이든, 외부환경의 변화가 불러온 일시적인 상황이든 열요금체계에 대한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에 대해선 대부분 공감하는 분위기다. 연동제를 비롯해 정산시스템 등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는 만큼 개편이 시급하다는 진단이다.

가장 먼저 열요금 구조와 전혀 연관성이 없는 도시가스 민수용 요금과의 연동제는 하루빨리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과거엔 도시가스 요금과 연계하는 것이 일리가 있었지만 이젠 발전용은 물론 100MW 미만의 열병합 및 PLB용까지 전혀 다르게 움직이는 상황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는 도시가스요금에 묶여 집단에너지까지 골탕을 먹을 게 아니라 원가요인이 급격하게 변할 때 요금조정을 하는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사업여건이 최적화된 한난을 시장기준사업자로 삼아 요금을 통제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여전하다. 소수의 대형 사업자와 달리 원가 차이가 큰 모든 사업자를 묶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총괄원가를 보상한다는 대원칙과 사업자별 원가차이를 반영하기 위해선 개별요금제 또는 지역요금제 등 다양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원가경쟁력 향상을 위해 노력할수록 총괄원가만 하락, 사업자에겐 득이 없는 구조에 대한 개선요구도 많다. 산업부가 신재생에너지열 또는 소각열 활용, 발전배열 연계 등으로 에너지효율을 높일 경우 일부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지만, 미흡한 만큼 변별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문이다. 열 위주의 사업자에 대한 현실적인 지원책 마련 등 원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합리적인 제도개선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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