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타 가스전 대비 탄소함유량 약 2배
탄소 포집·저장 계획도 이행여부 불투명

[이투뉴스] 호주 연방법원 판결로 진행이 멈춘 호주 바로사 가스전 사업의 환경성을 다시 검토하고, 앞으로 탈석탄뿐만 아니라 화석연료 전반의 투자에 있어 훨씬 엄격한 심사조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열린 한국무역보험공사 국정감사에서 ‘그린워싱’된 호주 바로사 가스전 사업을 원점에서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주 바로사 가스전 사업은 호주 북부 동티모르 인근 해역에서 추진되고 있는 매장량 약 7000만톤, 미화 37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다. 우리나라에서는 SK E&S가 총 14억 달러, 37.5%의 지분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무역보험공사는 SK E&S에게 3억3000만 달러(한화 약 4700억원)의 금융지원을 결정하였고, 뒤이어 수출입은행도 같은 금액의 여신제공을 결정함으로써 우리나라의 공적자금만 약 1조원, 전체 프로젝트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달 호주 연방법원은 이 사업의 허가를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인근 원주민과의 환경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사업주는 원주민과 협의를 보완해 항소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김성환 의원은 “호주 연방법원이 허가 취소 판결을 내린 것은 ‘이해관계자와 협의가 충분하지 못했다’는 판단인데, 이는 무역보험공사가 채택한 국제금융공사의 성과표준과 ‘적도원칙’에 위배되는 사항이기도 하다”며, “현 상황만으로도 자금 지원 철회를 검토할 충분한 사유”라고 주장했다.

기후 전문가단체 ‘기후솔루션’과 미국 싱크탱크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바로사 가스전은 호주 여타 가스전에 비해 탄소함유량이 2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LNG로 액화하는 과정에서 훨씬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는 의미다. 사업주인 호주 산토스 사와 SK E&S는 발생하는 탄소를 포집해 인근 폐 가스전에 저장한다는 계획이지만, 이조차 LNG의 생산·가공·유통·소비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14.5%만을 포집하고 나머지 85% 이상의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에 내뿜게 된다는 게 김성환 의원의 설명이다. 

또한 이 사업은 그간 해외 화석연료 개발 프로젝트들과는 다르게 플랜트 EPC 등 우리 기업의 참여 비중이 높지 않다. SK E&S 외에 두드러진 참여업체는 올해 SK 계열사로 편입된 삼강엠앤티 뿐이다. 국내기업의 수혜효과도 크지 않으며 그마저도 SK그룹에 집중돼 국내기업의 해외진출 지원이라는 명분도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김성환 의원은 “무역보험공사는 바로사 사업을 ‘친환경’으로 판단한 근거를 묻는 질문에 ‘환경부 K택소노미 초안에 LNG발전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며, “우리나라와 EU 모두 택소노미에 포함한 것은 LNG발전 설비이지 가스전 개발사업이 아닌데, 이것은 자의적 해석인가 무지인가”라며 신랄하게 질타했다. 

국내 공적 금융의 해외 화석연료 지원금액은 전 세계 최고 수준인 반면, 재생에너지 지원액은 ‘걸음마’ 단계라는 점 또한 지적됐다. 김성환 의원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산업은행의 해외 석유, 가스 지원액은 약 141조원이며, 이 중 무역보험공사의 지원액은 41조원에 달한다. 또한 무역보험공사의 최근 5년 지원액만을 보면, 무역보험공사는 화석연료와 원자력에 40조7000억원을 지원하면서 재생에너지는 불과 3조2000억원을 지원하는데 그쳤다. 7.4%에 불과한 수준이다. 

김성환 의원은 “공적 금융기관의 금융지원이 화석연료 사업에 집중된다는 것은 그 자체의 좌초자산 위험 증가뿐만 아니라, 국내 산업을 고탄소 산업으로 고착화하는 악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IEA도 넷제로 달성을 위해서는 신규 화석연료 개발을 억제해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는 만큼, 공적 자금의 화석연료 투자 허들을 대폭 상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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