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잔인한 10월이 가고 무기력한 11월도 속절없이 지나고 있다. 가슴속 상처와 아픔을 추스르지도 못한 채 일주일의 국가애도기간이 눈 깜짝할 새 흘렀다. 모두가 가슴 한편에 죄스러움과 미안함을 지니고 일상으로 되돌아왔다. 

여느 때와 같은 출근길 지하철이지만 유독 공기가 무겁다. 마저 꾸겨 탑승하지 않고 다음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유독 많이 보이는 것은 기분 탓이 아닐 테다. 곱곱절은 무서웠고 두려웠을 그대들이여. 좁은 골목길에서 너무나도 많은 젊은이들이 무기력하게 희생당했다. 

참사 이후 수습하는 꼴을 보고 있노라면 말문이 더 막힌다. 높으신 분들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며 책임전가에만 급급하다. 면피성 발언만이 뉴스에 도배되고 있다. 그 많은 신고를 받고도 방치했던 어느 조직의 우두머리들이 주범인데 되레 화살은 애꿎은 부하직원을 향하고 있다. 

앞서 같은 주 경북 봉화에서의 발생한 한 사고를 보자. 이곳 아연광산에서는 붕괴사고가 발생해 광원 2명이 매몰됐다. 

지하갱도에 고립됐던 박 씨(62)는 막장에 있던 비닐로 움막을 치고, 산소용접기로 젖은 나무에 불을 붙여 체온을 유지했다. 특히 들고 내려갔던 커피믹스 30여봉이 생존에 큰 역할을 했다고 전해진다. 그렇게 그는 221시간만에 '생환'에 성공했다.  

그가 병원에서 회복을 하면서 꺼낸 말이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업체가 광산찌꺼기(광미)를 물에 섞어 폐기해 왔고, 그것 때문에 사고가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경찰은 원·하청 2곳의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수사에 돌입한 상태다. 이곳은 앞서 올 8월에도 붕괴사고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당한 전례가 있다. 

모든 결과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다. 특히 인명사고는 박 씨의 증언이 말하는 것처럼(또는 대부분의 다른 사고가 그러한 것처럼) 사람의 부주의에서부터 시작한다. 원칙을 지키지 않고, 과정을 생략한 채 일을 진행하다 보면 반드시 부메랑처럼 돌아와 해를 입힌다. 10월 29일 토요일 밤에 있었던 일도 마찬가지다. 이날의 참사도 명백한 '인재(人災)'다. 인재라고 한다면 누군가 응당 책임을 져야 한다.

김동훈 기자 hoon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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