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우리가 어떻게 되겠어요?” 그렇다. 걱정도 팔자고, 쓸데없는 오지랖이다. 한성전기시절부터 따지면 사사(社史)만 124년, 2만3728명 ‘한전 대군’의 미래를 일개 기자가 걱정하다니. ‘너나 잘하세요~!’ 핀잔을 듣지 않은 게 다행이다. 한 달 전쯤 나주 출장 때 만난 한전 간부 얘기다. 그날 점심엔 한 임원과 소화도 시킬 겸 영산포 둑길을 걸었다. 한전 걱정은 산업부 혼자 다 한다. 세종시서 수시로 전화가 울려댄다. 부풀대로 부푼 빚 풍선의 안위를 걱정해서다. 산업부라고 뾰족한 수가 있을까. 한국의 전기는 공공재도 모자라 ‘정치재’로 퇴화한 지 오래다. “누구말대로 꼭 관짝을 봐야 눈물이 난답니까?” 대출한도를 늘려 부도는 막아주겠다는 여(與)·야(野)·정(政)의 편애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할지 난감한 표정이다. 국내 1년 전기료 수준으로 불어난 한전채는 이미 자본시장의 뇌관이다. 언제 터질까 모두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정부의 바람대로, 또는 전기료 일부 정상화로 위기를 가까스로 넘긴다치자. 그러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걸까. 글로벌 에너지위기로 주요 에너지수입국의 전기·가스요금이 갑절 이상 뛰었다.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무덤덤하다. 가스료는 가스공사 미수금으로, 전기료는 한전 적자로 쌓아놨다가 훗날 알게 모르게 청구한다. 가격이 비싸면 아껴 쓰게 마련이다. 함정은 더 있다. 한전과 가스공사는 공기업이다. 공기업 부채는 결국 국민이 상환한다. 공짜점심은 없다. 결제일을 늦춰주고 이자를 붙여 청구하는 카드사 리볼빙서비스와 같다. 이 와중에 정부는 전력시장가격(SMP)에 상한을 씌워 시장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외부 환경변화에 대응해 시장제도를 일체 혁신해야 한다는 지적을 모로쇠로 일관해 온 쪽도 정부다. 

에너지위기는 지금보다 자주, 더 다양한 양상으로 닥쳐올거다. 에너지자립률을 높여야 하고, 그럴려면 재생에너지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시장제도와 거버넌스를 바꾸지 않고선 불가능한 목표다. 화석연료 중심의 시장제도는 재생에너지 주력전원 시대에 맞게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요금변화가 소비자 행동변화로 이어지도록 한전이 독점한 판매시장을 개방해야 한다. 한전의 역할이나 입지축소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지만 괜한 걱정이다. 전력망 보강과 재생에너지 전원개발도 한전의 고유역무다. 해외진출용 국내 실적이 필요하면 송전부문을 독립시켜 망중립성을 확보하면 된다. 그렇게 하려면 전력시장과 계통을 아우르는 독립규제기관이 필수다. 윤석열정부가 첫단추를 꿴다면 훗날 높은 평가를 받게 될거다. 한전을 바꿔야 전력시장이 바로 선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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