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학원, 호흡기 노출 통한 시·공간적 체내 분포 특성 규명
[이투뉴스]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가습기살균제의 살균보존제 성분이 실험용 쥐의 코와 비강을 통해 폐에 도달하는 것은 물론 폐 손상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국립환경과학원(원장 김동진)은 방사성 추적자를 활용해 가습기살균제 성분물질 중 클로로메틸이소치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치아졸리논(MIT)에 대한 영향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과학원은 지난해 4월부터 최근까지 경북대학교(전종호 교수) 및 안전성평가연구소(이규홍 단장)와 공동으로 가습기살균제 성분물질의 체내 분포특성을 연구해왔다.
방사성 추적자는 방사성 동위원소가 포함된 화합물로 방사성 동위원소가 붕괴될 때 방출하는 에너지를 측정해 해당 화합물의 체내 이동 경로와 분포 특성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방사성 동위원소(14C)가 표지된 가습기살균제 성분물질을 합성, 실험용 쥐의 비강과 기도에 노출시켰다.
이후 실험동물의 체내 방사능 농도를 관찰한 결과 비강 또는 기도에서 폐까지 가습기살균제 성분물질인 CMIT와 MIT가 이동하는 것을 시각적(정량전신자가방사선영상)으로 확인했다. 또 최대 1주일까지 노출 부위와 폐에 남아있는 것도 파악했다.
아울러 같은 경로로 가습기살균제 성분물질이 노출된 실험동물의 기관지폐포세척액을 분석한 결과 폐 손상과 관련 있는 염증성 사이토카인 등이 유의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폐포세척액은 실험동물의 기관지 및 폐포 분비물을 채취, 면역세포나 단백질 지표를 통해 병태생리학적 특성 분석에 주로 활용된다.
이번 연구 결과는 가습기살균제 성분물질인 CMIT와 MIT가 호흡기 노출을 통해 폐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은 물론 폐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정량적으로 입증한 최초의 사례다. 환경과학원은 환경과학 분야 상위 5% 수준(JCR 기준)의 국제 학술지인 ‘인바이런먼트 인터내셔널’ 12월호에 게재해 신뢰도를 인정받았다.
신선경 환경과학원 환경건강연구부장은 “연구 결과는 가습기살균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활화학제품의 호흡기계 독성영향을 평가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안전한 화학물질 관리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