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학원, 호흡기 노출 통한 시·공간적 체내 분포 특성 규명

[이투뉴스]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가습기살균제의 살균보존제 성분이 실험용 쥐의 코와 비강을 통해 폐에 도달하는 것은 물론 폐 손상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국립환경과학원(원장 김동진)은 방사성 추적자를 활용해 가습기살균제 성분물질 중 클로로메틸이소치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치아졸리논(MIT)에 대한 영향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과학원은 지난해 4월부터 최근까지 경북대학교(전종호 교수) 및 안전성평가연구소(이규홍 단장)와 공동으로 가습기살균제 성분물질의 체내 분포특성을 연구해왔다.

방사성 추적자는 방사성 동위원소가 포함된 화합물로 방사성 동위원소가 붕괴될 때 방출하는 에너지를 측정해 해당 화합물의 체내 이동 경로와 분포 특성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방사성 동위원소(14C)가 표지된 가습기살균제 성분물질을 합성, 실험용 쥐의 비강과 기도에 노출시켰다.

▲가습기살균제에 들어 있는 CMIT와 MIT의 체내 거동과 독성평가 연구 결과.
▲가습기살균제에 들어 있는 CMIT와 MIT의 체내 거동과 독성평가 연구 결과.

이후 실험동물의 체내 방사능 농도를 관찰한 결과 비강 또는 기도에서 폐까지 가습기살균제 성분물질인 CMIT와 MIT가 이동하는 것을 시각적(정량전신자가방사선영상)으로 확인했다. 또 최대 1주일까지 노출 부위와 폐에 남아있는 것도 파악했다.

아울러 같은 경로로 가습기살균제 성분물질이 노출된 실험동물의 기관지폐포세척액을 분석한 결과 폐 손상과 관련 있는 염증성 사이토카인 등이 유의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폐포세척액은 실험동물의 기관지 및 폐포 분비물을 채취, 면역세포나 단백질 지표를 통해 병태생리학적 특성 분석에 주로 활용된다.

이번 연구 결과는 가습기살균제 성분물질인 CMIT와 MIT가 호흡기 노출을 통해 폐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은 물론 폐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정량적으로 입증한 최초의 사례다. 환경과학원은 환경과학 분야 상위 5% 수준(JCR 기준)의 국제 학술지인 ‘인바이런먼트 인터내셔널’ 12월호에 게재해 신뢰도를 인정받았다.

신선경 환경과학원 환경건강연구부장은 “연구 결과는 가습기살균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활화학제품의 호흡기계 독성영향을 평가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안전한 화학물질 관리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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