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링장비 알람·자체 소화장비 가동불구 전소
2017년 이후 누적 38건…"피해 최소화 대책 필요"

▲8일 전남 담양군 무정면 덕곡리 한 태양광발전소 ESS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담양소방서 제공
▲8일 전남 담양군 무정면 덕곡리 한 태양광발전소 ESS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담양소방서 제공

[이투뉴스] 전남 담양군 무정면 덕곡리 한 태양광발전소에 설치한 ESS가 화재를 일으켜 9.1MWh규모 배터리와 전력변환설비 등이 불에 탔다. 올해 들어 발생한 다섯번째 ESS화재이자 국내 누적 38번째 사고다.

8일 소방당국과 현장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시설관리자인 A씨는 이날 오후 3시 32분께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중 ESS 모니터링 장비가 배터리실 이상 경보를 울려 즉각 현장으로 달려갔다. 불길은 없이 배터리실 문틈 사이로 연기만 새어나오는 상황이었다.

A씨는 “소프트웨어 유지관리업체 장비가 경고를 울려 깜짝 놀랐다. 배터리실에 이상이 있다고 하는데, 연기 탓에 항온항습기 이상인지 배터리 이상인지 확인할 길이 없었고 바로 소방서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신고를 접수한 담양소방서는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소방장비 22대, 소방인력 150여명을 출동시켜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큰 불길은 잡혔지만, 배터리 내부에 축적된 에너지가 계속 방출돼 향후 10시간 가량은 추가 진화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소방서 관계자는 “출동 당시 배터리실 자체 이산화탄소 소화설비가 작동해 1차적 진화가 이뤄진 상태로 판단하고 소방차를 교대로 가동하면서 계속 물을 주입하고 있다”면서 “잔불이 계속 옮겨 붙어 완전방전과 완진까지는 사흘가량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시설은 3MW규모 태양광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리튬이온배터리에 충전했다가 방전해 전력의 부하를 평준화 해주는 역할을 해왔다. PCS(전력변환장치)는 데스틴파워가, 배터리는 삼성SDI가 각각 공급했다. 설비용량은 PCS 2.5MW, 배터리 9.1MWh이다.

2017년 9월 ESS를 설치해 햇수로 6년째 설비를 운영했고, ESS화재가 빈발했던 2년전 쯤 캡슐형 소화약제 추가설치를 위해 삼성 측이 배터리를 모두 회수했다가 재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배터리를 사용하는 국내 ESS사업장은 1100여곳, 용량으로는 6GWh에 달한다.

한동안 뜸했던 ESS화재가 주기적인 재발 양상을 보이면서 업계와 배터리사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017년 이후 국내 발생 누적 ESS화재는 이번까지 모두 38건이다. 올해 들어서만도 1월 울산 SK에너지 피크부하용 50MWh, 같은달 군위 태양광연계용 1.5MWh, 5월 익산 태양광연계용 2MWh와 장성 태양광(용량미확인)까지 모두 5건이 발생했다. 

한 ESS사업자는 "배터리 회사가 주기적으로 이상이 발생한 배터리를 교체하고 소화설비도 추가 설치했지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라면서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꼭 필요한 설비라면 정부가 안전관리와 예방대책에 좀 더 신경을 써야한다"고 말했다.  

ESS화재 전문가인 이주광 티팩토리 전무는 "해외서도 ESS화재가 발생하지만 우리처럼 모든설비를 태우지 않고 피해가 랙단위에 그친다"면서 "초기에 배터리화재와 비(非)배터리화재를 구분·검출해 시스템 셧다운과 연동 소화시스템 가동이 즉각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전무는 "ESS는 앞으로도 계속 화재가 날 수밖에 없다. 해외 법제화 여부를 따지기보다 화재예방부터 진화, 차단, 폭발방지까지 다단계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담양소방서가 소방차를 동원한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담양소방서가 소방차를 동원한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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