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빚어진 유럽 천연가스 수급 위기로 세계 LNG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이 같은 세계 LNG시장의 변화는 가격 변동성을 키우고, 그 여파는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하는 우리나라에 더 크고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불균형이 심화되는 천연가스 원료비 연동제의 파장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다. 한국가스공사의 도매원료비는 2020년 8월부터 주택용·일반용의 민수용과 그 밖의 비민수용으로 구분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천연가스 도입가격이 고공비행을 이어가는 속에서 급등한 원료비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는데다 용도별 괴리가 크다. 

한국가스공사가 원가보다 싸게 가스를 공급하며 회수하지 못한 미수금이 올해 기준 6월 기준 5조4011억원에 이르며, 이 가운데 약 95%에 달하는 5조1087억원이 민수용에서다. 지난해 1분기 민수용 미수금 2788억원 보다 약 18배, 12월 기준 민수용 미수금 1조7656억원 대비 약 3배 늘어난 규모다. 미수금은 올해 동절기가 지나면 8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공공요금을 통한 물가안정과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를 고려한 정책적 선택이라고 주창할 수 있으나, 이 정도면 실무적 판단은 외면한 채 정무적 판단이 앞선 결과다. 

문제는 원료비를 제때 반영하지 못한 현재의 가스요금을 지금은 소비자가 좋아할지 모르지만 결국 더 큰 부담을 국민이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가스공사의 경우 원가보다 싸게 공급해서 쌓인 미수금을 한전과 달리 자산으로 잡는다. 나중에 언젠가 받아야 할 돈으로 책정하기 때문이다.
 
제때 원료비를 반영하지 않아 누적된 미수금이 8조원에 달하면 단순계산만으로도 이자비용이 수천억원 규모다.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이는 결국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조삼모사이며, 폭탄돌리기라는 비난이 거센 이유다. 원하지도 않았는데 미수금과 그에 대한 이자비용까지 더해 정산단가라는 이름으로 수천억원의 추가비용을 반길 소비자는 없을 것이다. 
 
이미 우리는 MB정권 때 원료비 연동제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으면서 쌓인 미수금 5조5000억원을 추후 4년에 걸쳐 회수하며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오죽하면 2017년 10월 정산단가 회수가 완료된 후 산업부가 보도자료를 통해 “향후  미수금 누적 및 회수의 악순환으로 인한 국민부담 증가, 시장가격 왜곡 등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원료비 연동제를 정상적으로 운영해 나가겠다”고 공표했을까. 

이제 합리적인 소비 유도와 가스산업 전반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왜곡된 원료비 연동제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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