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價 상승으로 한해 내내 비상

엄청난 인상요인에도 불구 전기-가스-난방 요금이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에너지기업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1. 글로벌 흐름과 따로 노는 국내 에너지가격
한국전력공사 30조원, 한국가스공사 10조원. 국내 대표 에너지공기업들이 어마어마한 적자에 휘청이고 있다. 3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지역난방공사 적자는 애교수준이다. 모두 글로벌 에너지가격 상승에도 불구 국내 전기·가스·난방 요금을 올리지 못해 발생한 문제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 여야는 지난달 국회에서 에너지공기업 회사채 발행한도를 늘리는 법안 처리를 옥신각신 끝에 겨우 통과시켰다. 본질을 외면한 채 돌려막기에 급급하는 모양새다. 문제는 정부가 사실상 채무보증을 서는 공기업뿐 아니라 집단에너지(구역전기 포함) 분야 등도 엄청난 적자가 불가피, 민간기업에까지 여파가 확대되고 있어 시급한 해결이 요구되고 있다.

2. 확 바뀐 에너지정책 '원전 확대, 신재생은 축소'
새로 출범한 윤석열정부의 에너지정책은 ‘탈원전 철회, 재생에너지 비중목표 현실화’로 축약할 수 있다. 문재인정부의 원전비중 축소와 재생에너지 목표 상향과는 정반대의 행보로, 5년 만에 에너지정책의 급선회가 불가피 한 상황이다. 실제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가 5년간 바보 같은 짓(탈원전) 안 하고 원전 생태계를 더욱 탄탄히 구축했다면 지금은 아마 경쟁자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새 정부 정책 철학은 산업통상자원부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정부안에 담겨 구체화 된다. 정부가 지난달 말 국회에 보고한 정부안을 보면 2030년 NDC 기준 원전 발전량비중은 기존 23%에서 32.4%로 대폭 높아진다. 현재 가동 중인 원전 24기 외에 신한울 1~4호기를 추가 건설하고 2030년까지 운영허가가 끝나는 원전 10기를 모두 연장 가동한다는 전제다. 반면 재생에너지 2030년 30.2%가 22.1%로 쪼그라든다. 2030년 발전원별 믹스는 석탄 19.7%, LNG 22.9%, 수소·암모니아 2.1% 등이다.

신한울 1, 2호기 전경.

3. 도화선 불붙은 LNG시장 재편
천연가스 시장을 둘러싼 정책적 변화가 이어지면서 LNG시장 재편의 기류가 확산됐다. 천연가스 공급 인프라 활용도를 높이고 보다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자가소비용 LNG직수입자에 대한 조정명령이 시행에 들어갔다. LNG직수입자들도 국가통합수급관리 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이와 함께 민간 LNG직수입자의 비축을 의무화하는 대신 국내 제3자에 대한 도시가스 판매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국가자원안보에 관한 특별법’이 입법발의됐다. 이로 인해 천연가스 시장을 둘러싼 민간기업과 한국가스공사의 주도권 쟁탈은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광양 포스코 LNG 인수기지 전경.

4. 유례없는 경유‧등유 가격역전에 석유시장 시끌
국내 경유값이 휘발유 가격을 뛰어넘은 가격역전 현상이 7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올 6월부터 야금야금 가격차를 벌리기 시작하더니 현재 이달 기준 경유는 휘발유보다 리터당 230원가량 더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 글로벌 경유공급 부족이라는 대외적인 요인과 유류세 인하조치에 경유가 혜택을 덜 받게 된 대내적 요인이 맞물렸다는 분석이다. 이유가 어찌됐든 비싼 경유값에 ‘디젤차의 배신’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여기에 등유값까지 천정부지로 치솟아 서민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일부 주유소에서는 등유가 휘발유보다도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등유 가격은 올 1월대비 50% 가까이 올랐고, 지난해 1월과 비교하면 곱절 뛰었다. 서민연료라는 말이 무색해진 상황이다.

5. 재생에너지 진입 늘면서 전력계통 골머리
전력계통에 간헐성 전원인 태양광이 증가하면서 기존 전통발전기들이 출력조절이나 감발운전에 들어가는 구축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올해 기준 태양광 설비용량이 26GW까지 증가하면서 풍력발전은 출력제한 횟수가 제주기준 98회까지 늘어났다. LNG·석탄화력·열병합·원전 등은 유연운전 요구나 빈번한 가동·정지 지시로 골머리를 앓기 시작했다. 특히 석탄화력은 LNG발전기처럼 낮 시간에 발전기를 멈춰 세웠다가 일몰 이후 재기동하는 ‘DSS(Daily start and stop)’ 운전까지 준비하는 처지다. 여기에 복합화력은 기존 기동·정지 횟수가 가파르게 늘고 있고, 열병합발전기는 전력거래소 중앙급전시스템의 AGC운전(주파수변동 출력조절) 지시를 받지 않다가 올해부터 연동시험운전을 시작했다. 대표적 경직성 전원인 원전은 2020년부터 설과 추석마다 감발운전을 시작했고, 올해 처음 봄·가을 주말에 출력을 낮춰 운전하고 있다. 양수발전기는 지금까지는 경제성 운영 원칙을 따랐으나 작년 말부터 계통신뢰도 문제로 발전과 펌핑을 병행하고 있다. 당국은 발전기 유연운전에 어떤 전원도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태양광발전소를 점검하는 모습.

6. 전기·수소차 2배 증가, 친환경 모빌리티 급성장
2020년부터 시작된 친환경차 보급 정책이 결실을 맺으면서 전기·수소차 등 무공해차가 빠르게 늘고 있다. 여기에 최근 각광 받는 하이브리드차까지 포함할 경우 이제 친환경 모빌리티는 자동차 및 교통부문의 거대한 흐름으로 바뀌고 있다. 아직 승용차가 앞장을 서고 있지만, 중소형 화물차도 서서히 시동을 걸고 있다.
작년 우리나라는 전기차와 수소차 24만여대를 보급, 무공해차 누적 50만대 시대를 열었다. 10여년 동안 보급했던 숫자를 한 해 만에 곱절로 늘릴 정도로 속도전이 대단했다. 정부의 친환경차 보조금이 큰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친환경 모빌리티로의 전환은 세계적인 흐름이 되고 있다. 교통부문 탄소중립을 위해 필요한 친환경·무공해 자동차 보급의 약진을 올해도 기대한다.

▲주유소와 병행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
▲주유소와 병행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

7. 초유의 도매전력 SMP 상한규제 도입
정부가 한전 적자 해소책의 일환으로 도매 전력시장가격(SMP) 인위 조정이란 초유의 정책을 동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 및 규칙을 개정, 12월부터 일명 'SMP 상한제'을 단행했다. 규제개혁위원회 심의과정에 '3개월 초과 연속 적용 금지'와 '1년 뒤 상한제 일몰' 단서가 달렸다. 발전사업자들의 반발을 의식해 변동비가 상한가격 정산금을 초과할 땐 별도 보전해 주고, 100kW 이상 발전기로 적용대상을 좁힌 것도 특징이다.
한전은 상한제 시행으로 매달 4000억원 가량의 전력구매비 감소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전력시장 내 반응은 차갑다. 전문가들은 “에너지위기 해결에 하등 도움이 안 되는 임시방편일 뿐만 아니라 멀쩡한 발전사들까지 부실화 할 위험이 큰 하책 중의 하책”이라고 성토한다. 더욱이 정산조정계수로 추후 수익을 조정하는 발전자회사와 달리 개인 등 민간발전사 수익만 삭감하는 조치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재생에너지업계가 SMP 상한제 도입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재생에너지업계가 SMP 상한제 도입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8. 에너지 효율·절약 급부상, 실천은 깜깜
정부가 대대적인 에너지 효율과 절약 세일즈에 나섰다. 수요효율화 종합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에너지 공공기관 및 시민단체와 함께 실천운동에도 착수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비롯된 에너지 위기를 넘기 위해선 공급 측면뿐 아니라 수요부문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에너지캐쉬백과 에너지 다이어트 10, 공공기관 난방온도 제한 등 에너지절약 및 효율 향상을 유도하는 캠페인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물론 지난해는 이전 정부의 예산안을 토대로 정책을 펼쳤다. 올해부터 윤석열정부 예산이 반영된다. “경제·산업 전반에 저소비-고효율 에너지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이창양 산업부 장관의 말이 실행될지 지켜볼 대목이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이 에너지효율혁신 발대식을 하고 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이 에너지효율혁신 발대식을 하고 있다.

9. 자원안보 강조하는 尹정부… 플레이어가 없다
윤석열정부가 민간 중심으로 해외자원개발 생태계 회복에 나섰다. 현재 정부는 해외자원확보-비축-재자원화로 연결되는 선순환형 공급망 구축을 추진 중이다. 러-우 전쟁으로 각종 에너지 가격이 치솟고 각국이 자원무기화를 공공연하게 드러내면서 자원안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실책으로 오랫동안 외면받던 해외자원개발을 더이상 내버려둬선 안된다는 전략적 판단도 한몫했다.
자원안보 강조에도 불구 나서려는 기업이 거의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뜻이 있는 기업이 있더라도 광구개발이 아닌 리튬‧니켈 등 배터리 관련 광물 확보에만 관심이 집중돼 있다. 공공의 지원 아래 민간이 주도하면 최상의 그림이지만 실행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10. 친환경 거센 바람 분 GHP 시장
대기오염물질에 대한 배출기준이 없어 도마 위에 올랐던 GHP(가스히트펌프)의 대기오염물질 배출가스에 대해 질소산화물 일산화탄소, 총탄화수소 등 허용기준이 마련됐다. 오는 2023년 1월1일부터 GHP를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로 관리하며, 여기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 일산화탄소, 탄화수소의 배출허용기준을 신설한 것이다. 기존에 설치된 GHP의 경우 시행을 2년 유예했다.
전국 초·중·고교에 설치된 GHP를 가동할 때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이 나와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논란이 종식되면서 GHP의 친환경·고효율 바람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투뉴스 특별취재반 e2news@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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