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수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정책실장
소각시설 배출기준 대비 5배 허용…시멘트 공장에만 관대
폐기물 사용량 큰폭 증가, 소각시설과 동일기준 적용해야

“위험한 화장실(시멘트 소성로) 언제까지 방치할 셈인가”

[이투뉴스] 먹는 것만큼이나 버리는 것도 중요한 시대다. 본채와 멀리 떨어져 있던 화장실(뒷간)이 이제는 집안으로 들어와 중요한 장소가 됐다. 전통적으로 정서상·위생상 좋지 않다고 여겨졌던 화장실이 집안으로 들어오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분변을 흘려보내야 하고, 냄새도 없애야 했다. 위생적으로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여겨진 다음에야 가능했던 일이다.

지금 화장실 역할을 하는 곳은 소각시설이다. 대부분의 소각시설은 대기오염방지시설들을 설치해 다이옥신, 질소산화물(NOx), 황산화물(SOx), 먼지, 중금속 등 대기오염물질의 배출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 폐기물의 재활용을 통해 스팀, 온수, 전력 등 소각열에너지를 생산하기도 한다. 주민들과 주변환경에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와중에 유독 관대한 곳이 있다. 시멘트 공장이다. 연·원료 등으로 사용하는 폐기물의 양이 늘어나면서 사실상 소각시설과 다름없지만, 환경기준은 지나치게 허술하다.
 

2007년 1월 31일 이전 설치된 시멘트 소성로가 대부분인 우리나라 시멘트 소성로의 질소산화물(NOx) 배출기준은 270ppm이다. 국내 소각시설 배출기준인 50ppm과 무려 5배나 넘게 차이가 난다. 심지어 환경 후진국인 중국 시멘트 소성로의 46.3ppm보다도 허술하다. 독일 등 선진국도 약 77ppm을 허용기준으로 적용하고 있다.

‘질소산화물’은 인간과 자연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미세먼지·산성비 원인’ 중 하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질소산화물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으며, 만성 기관지염, 폐렴, 천식, 폐출혈, 폐수종 등 호흡기 질환의 발병원이다. 질소산화물은 온도가 높을수록 많이 배출되는데, 시멘트 소성로의 경우 고온에서 연소하기 때문에 많이 배출될 수밖에 없다.

국내 시멘트 공장은 질소산화물 배출량 1위 업종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환경개선에 필요한 설비에 소극적인 투자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2021년 3월,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실현에 맞춰 시멘트 업계도 순환자원 재활용 극대화, 온실가스 감축 등을 목표로 하는 ‘ESG 경영’을 선언했다. 앞다퉈 수천억 원의 각종 시설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실상은 폐기물 투입량 확대를 위한 시설투자 비용이 대부분이다.

7개 시멘트 업계의 ‘ESG 경영’과 관련한 총투자금액은 1조4,302억 원으로 이 중 74%인 1조650억 원이 폐기물 연·원료 시설 확충에 집중돼 있다. 폐기물 속 이물질을 제거하고, 안정적으로 연료를 공급할 수 있도록 폐기물 연료 보관시설과 이송라인을 증설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반면, 냉각시설 여과집진기 교체 및 대기오염물질 배출 방지시설 유지보수 등 오염물질 저감설비는 총 투자 예산 중 9%인 1,259억 원에 불과하다.

시멘트 사업장에 주로 설치되어있는 질소산화물 오염방지시설의 효율도 대부분 40~60% 수준에 불과하다. 질소산화물 제거 효율이 90% 이상인 선택적촉매환원시설(SCR) 설치가 전무하고, 설치 및 운영 비용이 저렴하고 질소산화물 제거 효율이 30~70%에 불과한 선택적비촉매환원시설(SNCR)을 설치하는 실정이다. 심지어 시멘트 공장의 SCR 설치를 유도하기 위해 환경부가 3,000억 원의 질소산화물 방지시설 지원금을 지원하려했으나 선택적촉매환원설비(SCR)을 설치한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환경부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융자금이 제 목적대로 사용되지 않았음에도 제대로 된 점검도, 융자금 환수도 하지 않고 있다.

시멘트 업체들은 경제성 문제, 부지부족, 기술 적용 등의 문제로 SCR 설치에 어려움이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감사원에 따르면, 시멘트 업체들이 현재 가동 중인 소성로 37기에 SCR을 설치할 경우, 5년간 1조1,394억 원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반면 SCR을 설치하지 않을 경우, 질소산화물 부과금과 총량초과 과징금으로 납부하는 금액은 3,169억 원에 불과하다. 업체들이 SCR을 설치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환경과 국민 건강을 외면하면서까지 시멘트 업체에 ‘특혜’를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멘트 업계는 자신들이 폐자원의 재활용에 나서지 않았다면 늘어나는 폐기물을 처리할 여력이 없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고 주장한다. 환경부도 방치·불법 투기 폐기물이 늘어나는 상황으로 소각시설에서 전량 처리할 경우 타 물량 처리를 지연시키거나, 소각비용 및 대집행비용을 상승시키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면서 시멘트 소성로를 통한 폐기물 처리를 지원하고 있다.

시멘트 업계와 환경부의 유착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 최근 쌍용C&E 염소더스트 불법매립 사건이 단적인 예다. 쌍용C&E는 지정폐기물로 분류해 안전하게 처리해야 할 염소더스트를 감독기관에 거짓 보고까지 하면서 불법매립을 일삼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쌍용C&E는 불법 사실이 탄로날 것이 두려워 현장을 시멘트로 덮어 버리는 심각한 범법행위를 저지르기도 했다. 결국, 지난 11월 8일 「폐기물관리법」 및 「형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됐다.

“허가·승인받거나 신고한 폐기물처리시설이 아닌 곳에서 매립·소각해서는 안 된다”는 「폐기물관리법」 제8조 제2항의 폐기물 투기금지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고의를 가지고 염소더스트의 발생 사실을 은폐·은닉하고, 불법매립 사실을 원주지방환경청이 오인·착각하도록 한 것은 형법 제314조 제1항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에 해당한다.

납, 카드뮴, 구리, 수은 등 중금속이 포함된 염소더스트는 사람들에게 피부질환과 암을 유발하고, 건물의 철근 등을 부식시켜 건물 붕괴도 가져올 수 있다. 쌍용C&E의 염소더스트 불법매립은 지역 주민들이 피해를 가져오는 것은 물론, 중금속 침출수 유출 등으로 많은 국민이 피해를 볼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제는 시멘트 공장이 더 이상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환경을 파괴하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 시멘트 소성로에서 폐기물의 사용량이 늘면서 환경오염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폐기물이 안전하게 순환자원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대기오염물질 배출기준도 함께 강화해야 한다. 허술한 환경규제기준 강화 없이 시멘트 소성로의 폐기물 사용량만 늘리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2022년 6월 환경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시멘트제조업은 국내 이산화탄소 배출 2위 산업이다. '굴뚝 자동측정기기'가 부착된 전국 631개 사업장의 대기오염물질 7종의 연간 배출량의 26%(5만138톤)가 시멘트제조업에서 발생했다. 1위인 발전업((39%, 7만4,765톤)의 뒤를 이었지만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시멘트제조업이 36%(4만9,192톤)으로 압도적 1위다.

질소산화물 배출기준을 소성로의 설치 시점이 아니라 소성로 개보수 시점으로 바꿔 현재 적용 가능한 80ppm(2015년 1월 1일 이후 설치기준)으로 강화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소각전문시설과 마찬가지로 50ppm으로 강화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소각전문시설과의 형평성 문제는 또 있다. 시멘트 업계는 폐기물을 유연탄 대신 사용한다는 이유로 재활용 시설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소각열에너지를 생산해 탄소중립을 실현하고 있는 소각전문시설은 재활용 시설로 인정받지 못한다. 2021년만 놓고 봤을 때, 소각전문시설은 642만Gcal가 넘는 소각열에너지를 생산했다. 환산해보면, 2021년 우리나라 총 전력생산량 576,809GWh의 1.3%인 7,465GWh(1GWh=860Gcal)를 생산한 것으로, 소각열에너지 생산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시멘트 소성로와 유사한 기능을 가진 소각전문시설에만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시멘트 공장이 재활용 시설이라면 엄격한 환경기준을 준수하고 있는 소각전문시설도 마땅히 자원순환시설이자 재활용 시설로 인정돼야 한다.

폐기물 사용량이 증가할수록 시멘트 제품 자체의 유해성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 ‘폐기물 시멘트’에서 1급 발암물질인 ‘6가 크롬’이 EU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멘트의 포장 전·후(포대)의 중금속 조사에서도 비소, 구리, 아연 등 대부분의 중금속 성분이 검출됐다. 이런 중금속이 함유된 시멘트로 지어진 아파트나 주택에 입주해 몇 년씩 생활하는 경우 암은 물론, 아토피성 피부염, 가려움증, 알레르기, 두통, 신경증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대다수 국민은 발암물질과 중금속이 가득한 각종 폐기물을 투입해 생산된 시멘트로 지어진 아파트와 건물들에서 생활하지만, 어떤 폐기물이 포함됐는지, 중금속 성분은 무엇이고,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 시멘트는 인분을 처리한 오니류를 포함해 폐플라스틱·폐타이어·폐비닐·폐유·석탄재 등 88종이 넘는 폐기물을 원료나 연료로 사용해 만든다. 국민 건강에 치명적인 중금속이 검출된 만큼, ‘폐기물 시멘트’로부터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시멘트 제조 시 사용된 폐기물의 종류와 원산지, 사용량, 함량 성분을 시멘트 포대에 표시해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아울러 투입되는 폐기물을 제한해 주택용 시멘트와 산업용 시멘트로 분리 생산, 판매하도록 해야 한다.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시멘트 정보공개와 등급제 도입을 위한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이 발의돼 계류 중인 만큼, 국회는 국민 안전과 소비자의 알 권리, 선택할 권리가 보호받을 수 있도록 조속히 입법에 나서야 한다.

시멘트 공장은 우리 집안까지 들어와 있지만, 분변을 제대로 처리하지도 못하고 유해물질까지 발생시키고 있다. 언제까지 위험한 화장실을 방치할 것인가? 환경 문제는 미래 세대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폐기물 시멘트’로부터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정책실장 김삼수 peace@cucs.or.kr 
 

[반론보도] “[전문가 진단] 중국보다 못 한 시멘트 소성로 배출기준” 관련
본지는 지난 2023년 1월 2일자 “[전문가 진단] 중국보다 못 한 시멘트 소성로 배출기준” 보도에서, 시멘트 공장의 SCR 설치를 유도하기 위해 환경부가 3,000억원의 질소산화물 방지시설 융자 지원금을 지원했으나, 국내 시멘트 회사는 지원금을 목적대로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환경부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융자금이 제 목적대로 사용되지 않았음에도 제대로 된 점검도, 융자금 환수도 하지 않고 있으며, 시멘트는 인분을 포함해 폐플라스틱·폐타이어·폐비닐·폐유·석탄재·오니류 등 88종이 넘는 폐기물을 원료나 연료로 사용해 만든다는 취지로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시멘트협회는 국내 시멘트회사가 실제로 질소산화물 방지시설 융자 지원을 받은 액수는 3,000억원이 아닌 1,980억원(2021년 1,140억 원, 2022년 840억 원)이라고 알려왔습니다.  아울러, 한국시멘트협회는 “해당 보도에서 언급한 질소산화물 방지시설 융자 지원금의 운용요강에 따르면, 융자 지원금의 지원범위는 ▶ 연소방식을 개선한 고효율 저녹스(NOx)버너, ▶ SCR(선택적 촉매 환원법) 설비, ▶ SNCR (선택적 비촉매 환원법) 설비, ▶ 기타 미세먼지 발생·배출 저감 효과와 성능을 인정할 수 있는 설비 등으로 국내 시멘트 회사가 위 질소산화물 방지시설 융자지원금을 지원범위 외로 부정하게 사용한 사실이 없다”고 밝혀왔습니다.
또한 “시멘트는 제조과정에서 폐기물관리법 및 동법 시행규칙에 따라 건조 및 소각, 탈수 과정을 거친 오니류를 사용하고 있어, 인분을 원료로 사용하여 시멘트를 만든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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