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전기료 인상안 결정 때 기습 인가
국내 1호 직접PPA 사업도 경제성 상실 비상
"한전밖 재생에너지거래 불이익 주겠다는 것"

▲재생에너지 직접PPA 거래구조
▲재생에너지 직접PPA 거래구조

[이투뉴스] 재생에너지 전력판매자와 사용자가 전력시장을 거치지 않고 당사자간 전력을 직거래하는 ‘재생에너지 직접PPA(Power Purchase Agreement)’ 제도가 작년 9월 본격 시행된 가운데 한전이 직접PPA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되는 별도 요금제를 돌연 신설하면서 제도 무력화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기업 등 전기소비자의 RE100 이행지원을 위한 직접PPA가 한전 입장에선 고객이탈이자 비용증가 요인이라서다.

15일 발전업계와 전력당국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지난달 30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77차 전기위원회에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고객 요금제 신설’을 내용으로 하는 기본공급약관 변경 인가안을 상정해 심의를 받았다.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하면서 부족전력을 한전으로부터 조달하는 일반용‧산업용(을) 고압고객을 상대로 적용할 새 요금제를 만들어 외부에 처음 공개한 것이다.

이날 약관 변경은 여론의 시선이 올해 1분기 전기요금 인상폭 결정으로 집중된 가운데 소리 소문없이 이뤄졌다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위원회 회의 당일까지 전기위 당연직 위원들조차 안건에 대한 사전 설명을 듣지 못했고, 인가 이후에도 전기료 조정내역을 설명하는 한전 홈페이지 게시글로 포함돼 적시된 것 외에 이렇다 할 대외공지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을 감안해 전기위원회도 신설 제3자간 및 직접PPA 사용자용 전기료에 대해 홍보가 필요하다는 부대의견을 적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국 한 관계자는 “안건을 사전 배포하지 않아 전혀 알지 못했고, 나중에 고지된 것을 보고 인지했다”면서 “미리 알릴 의무는 없다지만, RE100이나 직접PPA와 관련된 중요사안을 이런 방식으로 처리한 것이 의아할 뿐”이라고 말했다.

예고 없는 직접PPA 요금제 신설로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앞서 지난달 GS EPS와 LG전자는 경남 창원 LG전자 스마크파크 통합생산동 옥상에 2.2MW 태양광을 설치해 ‘국내 1호 재생에너지 직거래'를 막 시작한 터였다. 옥상 태양광에서 생산된 전력을 별도 송전선로 없이 직접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비계통연계형 온사이트(On-site) 방식이다. 전력거래소가 국내 1호 직접PPA 사업으로 치켜세울 만큼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한전의 이번 전용요금제 신설로 신설로 판매사업자나 수요기업 모두 난감한 입장이 됐다. LG전자 창원사업장의 경우 요금이 상대적으로 높은 주간 중간부하 시간대에 태양광 전력을 사용해 전체 비용을 감축하는 모델인데, 새 전용 요금제의 기본료가 기존 일반용보다 비싸 직접PPA 편익은 사라지고 오히려 손해를 볼 판이다. 판매사 관계자는 "양사 모두 좋은 의도를 갖고 협력했는데 적잖이 난처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산업부는 직접PPA를 활성화하겠다고 발표했는데, 또다른 산업부와 한전은 전혀 반대되는 방향으로 요금제를 만들었다. 정책 일관성을 어디서 찾아야 하는 것이냐"면서 "더욱이 산정근거나 최소한의 설명도 없이 그냥 결과를 받아들이거나 다른 방법을 찾으라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정부가 어떤 제도를 만들고 활성화한다 해도 어떤 기업이 나서서 투자하겠냐"고 반문했다.

한전은 직접PPA 고객의 특성상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한전 요금전략처 관계자는 “PPA고객도 보완공급을 위해 설비유지비가 발생하는데, 그걸 해당고객에게 회수하지 못하면 나머지 소비자에게 비용이 전가된다”며 “요금제의 경우 기업마다 부하율과 사용시간대가 달라 꼭 불리하다고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한전이 외부에 의뢰한 용역을 통해 평균비용 산정방식으로 요금제를 도출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정책 취지에 맞지 않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김영산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재생에너지 공급확대 비용을 사회 전체가 부담하는 이유는 재생에너지 진작을 위해서다. 장려는 하지 못할 망정 직접PPA 기업들에게 그 비용까지 부담하라는 건 사회적 분담 원칙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한전을 통하지 않는 재생에너지에 대해 불이익을 주겠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전은 독점 판매사업자로서 보완요금제를 제 맘대로 정하게 하면 안된다. 사회적 합의를 통하든지, 인가권을 쥔 산업부가 꼼꼼히 챙겨야 한다"며 "이번 (1호)사업의 경우 잉여를 상계처리해주는 자가소비용 주택 태양광과 다를 게 없어 불이익은 부당하다"고 부연했다. 전력당국 관계자도 "그렇지 않아도 RE100 이행비용이 부담이라는데, 직접PPA가 시작부터 이렇게 가면 제도활성화가 안된다"고 우려했다. 

직접 PPA법안을 발의해 입법화 한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직접PPA는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로 조속히 전환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도입한 제도"라면서 "직접PPA 요금이 기존 전기료보다 비싸면 누가 PPA를 하겠는가. 시대의 흐름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이라고 한전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 의원은 "법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조속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건물 위 태양광발전소 ⓒE2 DB
▲건물 위 태양광발전소 ⓒE2 DB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