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돈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신현돈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신현돈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이투뉴스 칼럼 / 신현돈] 새로운 정부로 바뀌었고 해가 바뀌었어도 새로운 희망은 없어 보인다. 각자가 최선을 다해도 항상 일이 실패하거나 진행이 안 된다고 하면 이것은 전체를 조율하는 통합적인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시스템만 갖추면 일이 저절로 잘 되느냐?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다.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군대가 갖고 있는 무기도 좋아야 하지만 상황에 맞는 무기를 선택하여 그 무기를 잘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일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충분한 자본, 적합한 기술과 함께 일을 추진할 의지가 함께 삼위일체가 되어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어야 가능하다. 

국가의 자원안보의 핵심인 해외자원개발도 마찬가지 아닐까? 성공에 필요한 일반적인 요건에 더하여 해외자원개발은 보이지 않는 지하의 자원을 찾아서 지상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크고 주변산업에서 사용이 가능하도록 생산물을 처리해야 되기 때문에 가치사슬 단계가 복잡하게 연계되어 있어 성공확률이 낮다는 것이 추가된다. 그러므로 국가적 차원에서 에너지자원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위한 성공적인 자원안보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자원안보 특별법 제정의 조속한 마무리도 중요하지만 이미 수립된 장기적인 계획이 추진될 수 있도록 충분한 예산과 시간확보가 동시에 뒤따라야 한다. 과거 한국에서의 해외자원개발은 5년 이상 지속된 경우를 찾기가 어렵다. 성공적인 자원안보확립의 시작은 정치와 단기적 정책과의 헤어질 결심에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수립된 정책 추진에 함부로 간섭하지도 말고 함부로 중단하지도 마라. 단기적인 외부 환경 변화에 우왕좌왕 하다가는 아무것도 되는 일이 없다. 들어서는 정권마다 좋아하는 과일이 다르다고 이미 심어놓은 과실수를 뽑아내고 새로운 과실수를 심으면 우리에게 비타민을 제공하는 과일은 도대체 언제 맛볼 수 있을까? 자원개발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에 맡겨 장기적으로 지켜볼 줄 알아야 하고 자원개발의 선순환 구조가 완성될 때 까지 일정 기간 동안 꾸준히 지원해야 한다. 이것이 반복된 실패에서 벗어나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다. 

최근 수년간 전 세계가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 시대로 접어들면서 새로운 대응전략을 수립하기도 추진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당장의 에너지 자원 수급도 문제이고 미래를 담보한 저탄소 에너지자원 공급망 확보도 문제이다. 한국과 같은 에너지자원 빈국에게는 더욱더 어렵고 무섭게 다가올 것이다.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30년만 버티며 모든 것이 우리의 청사진처럼 원하는 대로 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투자와 노력 없이는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다. 치밀한 준비와 구체적인 대안 없이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의 파고를 맞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상상조차하기 힘든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잘 못하다가는 탄소중립 목표도 달성 못하고 동시에 국가적 차원의 에너지자원 공급망 확보도 소원해질 것이다. 지난해 경험했던 전세계 천연가스 공급 문제와 같은 에너지자원 수급 위기는 탄소중립으로 가는 여정에 언제 그리고 얼마나 빈번하게 발생할지 모른다는 것이 우리를 더욱 어렵게 한다. 이를 모르기 때문에 준비를 못한다는 것이 해결책이 아니라 항상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경제 대국들이 국가적 차원의 자원안보를 말하는 것이다. 

이번 정부에서도 국가 경제안보 차원에서 자원 확보의 중요성을 잘 인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해외자원개발이 실패가 공기업 위주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라 진단하고 자원안보의 깃발아래 자원개발을 민간위주로 추진하려는 생각인 것 같다. 정말로 과거의 해외자원개발이 공기업이 주도했기 때문에 실패했을까? 단순히 이것이 아닐 것이다. 성공적인 자원개발 추진의 필수인 전문성과 지속적인 투자가 결여되고 정부의 간섭과 반복된 중단만 있었기 때문이다. 자원확보 전쟁에서 선수만 민간으로 바꾼다고 될 일이 아닌 것이다. 민간으로 바뀌면 정부가 얻는 것은 단 한 가지, 사업 실패로 욕을 먹거나 책임질 일은 없을 것이다. 과연 철저한 단기적 수익성에 기반 한 민간기업이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고 또한 성공확률이 낮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해외자원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설까? 전 세계가 자원무기화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자원공기업을 포기한 민간위주의 전략은 국가적 차원의 자원확보와 자원안보를 더욱 멀어지게 할 뿐이다. 올바른 상대와 헤어질 결심을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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