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대응지침 개정‧고지…국내 배터리社와 대조
전문가 "리튬이온배터리 안전 경쟁력 놓칠 수도"

▲영국 홀즈만에 설치된 15MWh급 테슬라 계통연계형 ESS ⓒ테슬라
▲영국 홀즈만에 설치된 15MWh급 테슬라 계통연계형 ESS ⓒ테슬라

[이투뉴스] 국내 기준 누적 40여 차례의 ESS(에너지저장장치) 화재로 설비안전에 대한 우려가 날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전기차업체인 테슬라가 리튬이온배터리의 위험과 화재 시 대응방안을 담은 ‘리튬이온배터리 비상대응지침(Lithium-ion Battery Emergency Response Guide)’을 작성해 공지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배터리강국’이라는 우리나라 제조사 중 유사지침을 만들어 공개하는 기업은 아직 없다.

지난해 개정 발간된 이 자료를 살펴보면, 해당 지침은 테슬라의 가정용 ESS(Power Wall)와 상업‧산업·공공용 ESS(Power Pack 및 Mega Pack) 사용자나 화재 시 현장에서 비상대응을 수행해야 할 소방관, 또는 관할 당국을 위한 참조자료다. 유용하지만 위험한 화학물질이나 제품은 그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제조사가 관련 정보를 외부에 제공해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지침에서 테슬라는 방전된 리튬이온배터리팩이라도 잘못 취급할 경우 부상이나 사망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물리적 손상으로 배터리팩 냉각수나 냉매, 셀 전해질이 누출될 수 있고, 셀 열폭주와 같은 발열반응이 일어나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또 셀 내 전해질이 육불화인산리튬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누출 시 접촉을 피하고 보호장비를 갖추라고 권고했다.

특히 비정상적인 가열로 전해질이 기화돼 셀에서 유출되는 상황을 열폭주 반응의 초기지표로 지목하면서, 이때 알킬카보네이트, 메탄, 에틸렌, 에탄, 수소, VOCs(휘발성유기화합물), 불화수소 등의 배출가스가 생성돼 눈과 피부 등을 자극할 수 있고 600℃가 넘는 고온이므로 위험하다고 했다. 이들 기화물질이 불꽃 등과 접촉하면 발화할 수 있다고도 고지했다.

상세 진압조치를 담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테슬라는 비상대응지침에서 화재진압 순서를 ▶시스템 정지 ▶대피 및 장치 접근금지(도어개폐 시도금지) ▶자사로의 기술지원 요청 ▶안전거리 유지 ▶진화 후 배터리팩 냉각 등으로 제시했다. 진화 시 가정용은 5m 이상, 상업‧산업용은 10m이상, 공공시설용은 20m이상 안전거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SS화재 안전 이격거리를 구체적으로 적시한 것은 처음이다.

불이 난 ESS에 물을 붓는 현행 소화방식의 한계에 대해서도 분명히 언급했다. 테슬라는 이 지침에서 소방대원은 배터리가 스스로 소진되도록 해야 하고, 위험확산을 완화하기 위해 물을 분무할 수 있으나 열폭주는 멈추지 않고 연소속도만 늦출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무리한 진화나 할론가스‧분말 등의 다른 소화물질로도 열폭주를 막을 수 없으므로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확산을 막는 게 최선이란 의미다.

실제 국내에서 반복해 발생하고 있는 ESS화재에 대해 소방당국은 대응은 배터리 내부에 담긴 전기에너지가 완전 소진될 때까지 다량을 물을 분사해 주변으로 화재가 번지지 않도록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밖에도 지침은 배터리 주변온도가 50℃를 넘지 않도록 하고, 보관시 충전량(SOC)을 50%이하로 채워야 수명과 화재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명시했다. 손상된 제품은 하루 이상 감시하라는 권고도 했다.

테슬라의 이번 비상대응지침은 작년 12월 NFPA(미국화재보험협회) 개정 안전표준코드(NFPA 855)로도 즉각 반영돼 향후 국내기업 제품의 UL9540 인증 등에도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수소방 전문가들은 ESS 화재대응의 큰 방향성이 구체적으로 처음 제시됐다며 정부와 국내기업과 기민한 대응을 촉구했다. 

김흥환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소방위는 "우리나라는 아직 리튬배터리 화재를 진압의 관점에서 보고 있으나 서구권은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최대한 열폭주 이전의 조기감지와 피해 최소화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예산과 행정력만 내세우는 공무원들에 기대 최신기술에 의한 위험을 대비하기는 어렵다. NFPA 코드와 같은 국제동향에 빠르게 발맞추지 못한다면 배터리 안전에 관한 경쟁력도 놓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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