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성실’ 초심 지키며 52년간 2대째 계보 이어
차별화된 컬러 찾는 소비성향에 맞춰 다양성 확보

[이투뉴스] 경기도 이천의 대표적인 페인트 전문점으로 자리매김한 ‘이천칠공사’는 1970년 설립 때부터 정직과 성실을 원칙으로 삼았다. 부모님의 사업장을 물려받아 2대째 페인트 전문점 계보를 이어오고 있는 이창환 대표(52세)는 지금도 타성에 젖지 않기 위해 종종 설립 때의 초심을 떠올린다.

이창환 대표가 대학을 졸업한 1994년, 평범한 주변 동기들과 마찬가지로 부푼 꿈을 안고 취업 준비와 기업 면접 준비에 한창이었다. 하지만 페인트 판매점 운영과 현장 시공을 함께하던 부모님이 나이가 들수록 점점 힘들어하는 모습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며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됐다.

이 대표는 부모님이 20년 넘게 운영해온 페인트 전문점을 누군가가 이어받지 않으면 문을 닫아야 한다는 사실에 결국 가업을 이어받기로 결심했다. 지금껏 피 땀 흘리며 여기까지 키워온 페인트 전문점을 더욱 성장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이 대표는 당시를 회상하며, 대학교 동기들이 대기업에 취업해 현재 임원으로 근무하고 있지만, 부모님의 가업을 물려받고 30년째 매장을 운영하면서 지난날 선택에 대한 후회는 없다고 잘라 말한다.

이천칠공사는 이 대표가 운영을 시작하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공사시공 등 현장 위주의 활동에 비중을 둔데서 최종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는 판매점 운영에 중심을 두었다. 국내에 조색기가 들어오며 소비자들은 단순 페인트가 아닌 차별화된 컬러를 찾기 시작했고, 이러한 추세에 맞춰 다양성을 확보하면 판매점으로서 성공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섰기 때문이다.

노루페인트 특약점으로의 동행은 이때부터다. 이 대표는 컬러의 다양성을 위해 당시 다양한 색채 구현이 가능했던 노루페인트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고, 노루페인트의 조색기를 매장에 도입했다.

부족한 페인트에 대한 지식과 경험은 노루페인트에서 제공한 기술자료집과 페인트 전문 매거진을 보면서 공부했다. 또 노루페인트 직원들에게 수십 번씩 전화해 물어보고, 현장을 직접 방문해 경험과 지식을 쌓았다. 이 대표는 지금은 본사에 없지만 당시 노루페인트 직원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지금도 그들과 더없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천칠공사는 ‘타성에 젖지 말고 항상 친절하자’, ‘페인트 한 통을 구매하는 손님이라도 최선을 다하자’ 등의 슬로건을 내걸며 정직과 성실을 원칙으로 고객 중심의 방침을 세워 직원들과 공유하고, 이를 실천하고 있다. 

◆ ‘페인트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
이 대표는 꼼꼼한 성격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주문이나 사소한 요청사항을 놓치지 않고 즉시 대응한다. 무심코 질문한 내용에 대해서도 열정을 다한다. 이러한 점이 상대적으로 더 꼼꼼한 여성 손님들이 이곳을 자주 찾는 비결이다. 

이 대표는 페인트 외에도 모든 구매 결정에는 여성들의 파워가 강하다고 생각한다. 유튜브, 네이버 등과 같은 정보의 바다에서 페인트 DIY 시공에 대한 수많은 콘텐츠가 생산되고, 이에 가장 관심이 많은 소비자가 여성이라는 판단에서다. 특히 본사인 노루페인트가 차별화된 색채감이 장점인 팬톤페인트를 도입하고, 젊은 소비자와 여성들의 눈길을 끄는 감성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이천칠공사 판매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페인트를 구매하는 소비자는 대부분 남성이다. 현장에서 시공을 하는 고객이 남성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천칠공사를 방문하는 손님의 50% 이상은 여성이다. 그만큼 특별한 응대 방식으로 여성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대표에게 페인트의 가치에 대해 묻자 망설임 없이 답이 돌아왔다. “건축물을 지을 때 페인트는 가장 마지막에 시공되는데, 전체 공사비에서 페인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또 일반인들은 페인트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페인트는 단순히 컬러를 입히는 제품이 아니다. 건축물의 수명을 연장하고, 때로는 항바이러스의 역할도 한다” 

이 대표는 이 같은 페인트에 대한 가치를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노루페인트가 진행하고 있는 ‘가치를 올리다’ 캠페인과 마케팅활동으로 이제 ‘빨간색 노란색 페인트를 주세요’가 아닌 컬러코드를 직접 이야기하는 등 페인트의 기능과 세밀한 색채까지 요청하고 있다면서 소비자 인식과 분위기 변화를 반겼다. 

이 대표는 요즘 1994년 처음 일을 시작할 때와 비슷한 고민에 빠져 있다고 토로했다. 바다 건너 이웃나라 일본은 부모의 가업을 이어받아 100년이 넘는 장인정신을 발휘하는 기업들이 많은데, 이천칠공사 역시 50년의 역사를 이어받을 후계자가 언젠가 나타나길 바라고 있는 것이다. 국내 페인트 역사와 함께한 이천칠공사가 100년 기업으로 위상을 다질 수 있도록 여정을 이어가는 이창환 대표에게서 장인의 향기가 느껴진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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