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강 투입 앞두고 지난달 중순 건조중 화재
배터리실 특정 배터리팩 원인불명 이상 반응
"안전불감증, 잘못 취급 시 언제든 불날 수도"

▲배터리(전기) 추진선 배터리실에 진입한 소방대원들이 배터리팩에서 모듈을 분리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가평소방서 제공
▲배터리(전기) 추진선 배터리실에 진입한 소방대원들이 배터리팩에서 모듈을 분리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가평소방서 제공

[이투뉴스] 남이섬 등 경기도 가평군 북한강 일대 관광지를 오갈 예정이던 '국내 1호 순수 전기 배터리 유람선'이 건조중 발생한 화재로 선착장에 그대로 발이 묶였다. 작년 10월 진수식을 갖고 내달 정식운항 예정이던 440톤급 전기유람선 HJ크루즈호 얘기다. 전문가들은 온·습도 변화나 전기·물리적 외부충격에 취약한 리튬이온배터리의 특성을 충분히 감안한 기술적용과 실효적인 화재예방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0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건조작업을 위해 청평호에 정박해 있던 유람선에 불이 난 건 지난달 19일 오후 6시 20분께다. 3층 구조 선박 1층에 설치된 배터리실 특정 배터리팩(Pack. 모듈을 적층한 단위)이 알수 없는 이유로 연기를 내뿜으며 열폭주 전조증상을 보였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가평소방서 대원들이 진입해 불길을 잡은 뒤 해당팩에 설치된 모듈 16개를 선박 밖으로 빼낸 뒤에야 진화가 완료됐다.

이 화재로 유람선 배터리실내 배터리팩 8개 가운데 1개 100kWh 가량이 소실돼 소방서 추산 5580여만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배너리실 내부 전기배선이 녹아내린데다 화재 시 발생한 고열과 그을음으로 나머지 팩도 교체가 불가피해 피해액이 크게 불어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포함한 배터리팩은 동력용 배터리팩을 다뤄온 G사가 공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 의하면 선박용 배터리는 kW당 공급단가가 육상용 대비 3~4배 비싸고, 잠수함 등 군수용으로 쓰일 경우 매우 까다로운 조건과 인증을 요구한다. 일찍이 전기 추진선을 띄운 북유럽도 화재사고를 경험한 뒤 엄격한 설치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2019년 노르웨이 연안을 오가던 전기페리가 배터리 열폭주로 비상회항한 뒤 폭발한 사건도 회자되고 있다. 보급초기인 우리나라는 아직 각종기준과 규정이 미흡하다.  

▲화재가 발생한 배터리 추진선 완공 조감도 ⓒ선사 홈페이지 갈무리
▲화재가 발생한 배터리 추진선 완공 조감도 ⓒ선사 홈페이지 갈무리

이번에 불이 난 크루즈는 폭 12m, 길이 40m, 중량 440톤급 전기 추진선으로 승객 250명을 태울 수 있다. 2021년 해양수산부의 국내 1호 환경친화적 선박으로 예비인증을 받았고, 같은해 10월 해양교통안전공단의 친환경인증선박 보급지원사업 대상으로 선정돼 최근까지 공단의 건조 자문을 받으며 청평호 인근에서 막바지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선사 측은 유류 대신 전기를 사용해 공해와 소음이 적고, 운항 시 상수원보호구역인 북한강의 수질오염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빠르면 올해 3~4월 정식운항을 시작해 청평~북한강~남이섬(자라섬) 등을 오가는 왕복 3시간 코스를 운영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번 화재 원인규명부터 재발대책까지 상당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정식운항도 그만큼 늦춰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화재원인을 떠나 리튬이온배터리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운용관리 기준 및 유사 시 안전대책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배터리 화재예방 기술업체 관계자는 "선박의 경우 배터리룸(실)을 제대로 구축해 온도와 습도, 충격까지 모두 고려하고, 만일의 경우에도 피해가 확산하지 않도록 감시·예방조치가 필요하다"면서 "친환경 전기선 확대는 의미가 있지만, 안전불감증은 큰 화를 자초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제조사 출신 한 임원은 "숱한 ESS화재를 겪고도 매번 도돌이표다. 배터리는 잘못 취급 시 언제든 불이 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화재로 인출 조치된 크루즈 배터리실내 배터리팩
▲화재로 인출 조치된 크루즈 배터리실내 배터리팩 ⓒ가평소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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