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격경쟁만 부추겨 일반주유소 경영난 봉착
주유소協 "기울어진 운동장, 공정한 시장 만들어야"

▲유기준 주유소협회장이 17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유기준 주유소협회장이 17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투뉴스] "석유공사는 석유유통시장을 관리‧감독하는 기관임에도 알뜰주유소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 경기에서 심판이 직접 경기를 뛰는 것과 같다." 

주유소 사업자들이 대통령실을 비롯해 정부, 석유공사를 찾아 "알뜰주유소를 폐지해 달라"며 동시다발적인 거리집회에 나섰다. 현재 알뜰정책으로 일반사업자들이 차별을 받고 있으며, 이는 윤석열 대통령 정책기조인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차라리 이럴 바엔 "전 주유소를 알뜰주유소로 바꿔달라"는 역설적인 주장까지 펼쳤다. 

한국주유소협회(회장 유기준)은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울산 한국석유공사 앞에서 동시집회를 열고 알뜰주유소 정책 철회를 촉구했다. 용산 대통령실 앞에선 주유소협회장과 수도권 지회장들이 참석해 릴레이 1인시위를 벌였고, 기재부와 석유공사 앞에서도 지역지회 및 회원사가 참여해 항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주유소업계는 알뜰주유소 존재를 놓고 오랫동안 갈등을 빚어왔다. 알뜰주유소 운영주체가 석유공사‧한국도로공사‧농협중앙회 등 공공이기 때문이다. 공급물량을 일반주유소보다 리터당 40~100원가량 싸게 주고 있어 판매가 또한 저렴하다. 2021년 말 기준 국내 알뜰주유소는 도로공사(186개소), 농협중앙회(649개소), 자영알뜰(431개소) 등 모두 1200여개에 이른다. 진즉에 시장점유율 10%를 돌파했다.

이날 집회서 주유소 사업자들이 가장 강조한 것은 '공정성'이다. 정부 알뜰정책으로 알뜰주유소만 이득을 보고 일반주유소는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

협회는 성명서에서 "정부가 주유소시장에 부당하게 개입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시장가격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어 일반 주유소들이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 알뜰주유소보다 비싸게 판매하면 나쁜주유소 소리를 듣는 처지"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시장에서 경쟁은 필수적인 것이고, 경쟁에 따른 업계의 어려움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차별정책으로 인해 피해를 받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직격했다.  

이와 함께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했다. 법안은 정유사 도매가격 공개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으로 오는 24일 국무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 재심의를 앞두고 있다. 

협회는 "정책대상은 공급자인 정유사지만 소비자가 공개된 가격정보를 보게 된다. 주유소 구매원가와 소비자 판매가의 단순비교를 통해 비싸게 판매하는 주유소를 비난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심지어 개정안에는 알뜰주유소 도매가는 공개하지도 않는 등 불공정경쟁이 계속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에선 "차라리 전 주유소에 알뜰화를 도입해달라"는 역설적인 주장까지 내놓은 상황이다.

유기준 주유소협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공정과 상식을 강조함에 따라 석유유통정책도 변화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지난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되풀이하고 있다"면서 "업계가 요구하는 것은 정부지원이 아니다. 노력한 만큼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공정한 시장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공사 사옥 앞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석유공사 본사 앞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김동훈 기자 hoon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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