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목표 달성 의구심 큰데다 CCS 등 포함

[이투뉴스] 영국 정부가 탄소배출 제로를 위한 새 에너지계획을 30일 발표했으나 환경단체체들과 학계는 "기후목표를 고려하지 않고 현실성 없이 건성으로 만든 정책"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이번 계획은 지난해 7월 영국 고등법원이 정부의 기존 계획이 기후목표를 달성하는데 충분히 상세하지 않다고 판결함에 따라 다시 세워진 것이다. 하지만 이번 계획도 법적 구속력이 있는 탄소저감 약속을 이행하는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BBC>등 현지 언론 보도를 보면 1000쪽 분량의 새 정책은 이전과 다를 바 없는 녹색투자를 명시하고 있어 글로벌 기후협력에서 영국의 역할 축소가 우려되고 있다. 

아울러 법적 구속력이 있는 기후목표를 충족시키지 못할 위험이 크고, 이는 추가적인 법적조치를 촉발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이와 관련 그랜트 샵스 영국 에너지안보배출제로부 장관은 탄소포획과 원자력, 해상풍력, 전기차, 가정용 열펌프, 수소전력에 대한 지원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에너지 전략을 발표했다.

샵스 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영국 에너지안보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유럽내 가스와 전기 도매가격이 급등했으며, 영국 정부는 10월부터 가정용과 기업용 에너지 요금을 보조해 주고 있다. 그는 자국내 에너지 생산을 위한 소형 모듈형 원자로 발전을 지원하고 수소발전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계획은 기존 정부의 정책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자금안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런던 정치경제대학교 그랜섬 연구소의 조시 버크 수석연구원은 “장기적인 투자 부족은 투자 자신감을 위축시키고 영국이 세계 녹색 경쟁을 주도하는 것을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해 청정에너지 솔루션에 대한 민간 투자를 가속화하고, 에너지 비용을 낮추기 위한 3700억 달러 녹색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정부의 이 보조금 정책으로 영국의 주요 녹색 산업들이 미국으로 건너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영국 정부의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비등했다.

버크 연구원은 “영국 정부는 미국의 인프레이션 감축법에 뒤처져 이 순간을 파악하지 못하고, 현재 녹색전환이 제공하는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기업들은 현재 투자 결정을 내리고 있으며,  6개월 후 영국은 훨씬 더 뒤쳐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배출량을 축소하고 에너지 안보를 보장하는 육상 풍력 등의 기술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육상풍력개발협회인 리뉴어블UK의 안나 머샛 대표는 “그 어느 때보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정부 정책은 재생에너지 분야에 필요한 투자를 유치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각을 세웠다.

그는 “에너지안보를 강화하고 소비자 요금을 인하하는 동시에 배출 제로에 도달하는데 필요한 수준으로 투자를 모으기 위한 접근 방안이 필요하다”며 “그것 없이는 새로운 청정 에너지 공급망을 구축하지 못하고 경제적 이익도 얻지 못한다. 기업들은 더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날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전 계획은 환경단체인 지구의친구들(Friends of the Earth)과 환경법률회사 클라이언트어스(Client Earth) 및 굳로프로젝트(Good Law Project)의 주도로 소송이 제기돼 재작성을 명령 받았다. 지구의친구들의 마이클 차일즈 정책 책임자는 "수정된 계획안이 배출 제로 달성에 부족할 경우 단체 변호사들이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거센 비판 속에 리시 수낙 영국 총리는 “영국의 탈탄소화 실적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영국 원자력공사를 방문한 수낙 총리는 “영국은 다른 주요 경제국들보다 빠르게 탄소를 제거했고, 우리의 탄소 배출량은 40% 이상 감소했다”고 말했다.  

영국의 이번 전략의 핵심 내용 중 하나는 자국 최초의 탄소포획저장사업(CCS)이다. 가스 등 화석연료를 태우는 동안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획해 북해 아래 저장한다는 구상이다. 이 사업을 통해 영국 산업계가 배출하는 배출량의 최대 50%를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 사업으로 석유가스 등 화석연료가 계속 사용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그랜섬 연구소의 밥 워드 정책 책임자는 “CCS가 모든 배출량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새로운 화석 연료 매장지 개발을 계속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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