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휘발유값이 다시 오른다고요?"

이달 말 유류세 인하조치 일몰을 앞두고 정부의 고심이 깊다. 최근 국제유가가 다시 오르는 등 변수가 있긴 하지만 어쨌든 요근래 분위기는 연장은 하되 인하폭을 줄이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실제 국내 휘발유·경유값은 리터당 1600원대에서 움직이면서 지난해 대비 나름 안정세라는 평가다. 휘발유보다 비쌌던 경유도 올 2월 23일을 기점으로 제자리를 찾았다.

정부는 국제유가가 오를 때마다 서민부담을 덜기 위해 유류세 감면이라는 카드를 꺼내왔다. 지난해에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자 두차례에 걸쳐 유류세 인하조치를 단행했다. 기름값을 잡아 서민고통을 덜겠다는 취지는 공감한다. 감세를 싫어하는 소비자는 없다.

누군가 짐을 덜었다면 대신 누군가는 짐을 짊어져야 한다. 정부가 기름값에 인위적으로 손을 대다보니 일반 소비자는 웃지만, 석유유통업계는 난처한 상황에 마주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나치게 가격만 의식해 현장의 고통은 외면하고 있다는 울분이다. 

우선 주유소는 유류세를 환원하는 과정이 힘이 든다고 호소한다. 유류세 인하조치는 기한을 정해놓고 하는 일인만큼 언젠가는 종료된다. 세금을 내렸다면 언젠가는 다시 정상값으로 돌려야 한다. 그런데 이를 적용해야 하는 업계는 말처럼 쉽지 않다. 출혈경쟁도 감내하는 특정 주유소가 손해를 감수하면, 경쟁 주유소는 울며 겨자먹기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한다. 소비자는 작은 가격차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심지어 인하분에 맞춰 가격을 올렸음에도 주변보다 비싸다는 이유로 외면받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업계가 "소비자가 사용한 카드를 통해 유류세 인하분을 직접 환급해달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유사는 반대로 유류세를 내리는 과정이 힘에 부친다. 정유사는 인하조치가 시행될 때마다 기름값에 즉각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언론과 소비자의 집중포화를 맞는다. 견제와 감시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십분 동의하지만 정유사도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다.

일단 정유사들은 인하조치 직후 직영주유소에 가격을 반영한다. 문제는 다음이다. 4사 직영주유소는 전국 760여개로 전체 주유소 중 10%도 채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정유사가 컨트롤할 수 없는 개인사업자다. 각자 주유소는 재고소진 여부, 경영전략 등 여러가지 이유로 인하시기 및 폭이 다를 수밖에 없다. 정유사가 개인 사업자에게 가격을 강제할 순 없다. 

그렇다면 소비자는 유류세를 깎아줬다가 다시 원래대로 되돌리는 행위를 어떻게 생각할까. 본래 자리로 돌아가는 것임에도 마치 세금을 더 받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부가 휘발유값을 내려줬으니 이번에는 다시 원래대로 복구하는 것이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기름값이 오른다는 뉴스에 더 귀가 솔깃한 법이다. 

사실 대다수 소비자는 유류세, 인하, 환원 등 배경을 세세하게 알지도 못한다. 언발의 오줌누기는 그만하고 유류세에 관한 보다 근원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올 하반기 국제유가가 다시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나 관측이 곳곳에서 나온다. 소비자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런 것은 잘 모르겠고요. 그래서 휘발유값이 다시 오른다고요?"

김동훈 기자 hoon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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