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에서 에너지‧자원순환의 미래를 만나다]
원천에너지전환센터 & 바이오에너텍 버섯배지펠릿공장

▲충암 홍성군 결성면 금곡리 원천마을 원천에너지전환센터
▲충암 홍성군 결성면 금곡리 원천마을 원천에너지전환센터 (오른쪽 돔) ⓒ농업회사법인 성우

[이투뉴스] “이 좁은 한반도에 사람 5000만명과 돼지 1000만마리가 먹은 것을 어디에 뿌리겠습니까. 에너지시설이라기보다 농촌의 자원순환시설입니다.” 

이도헌 농업회사법인 성우 대표가 “요즘은 돈분(豚糞) 성상이 좋지 않을 때라 출력이 낮다”며 수배전반 표시창의 숫자를 가리켰다. 순간발전량은 142~146kW, 발전기 회전속도는 1799~1807rpm 사이에서 명멸했다. 칸칸이 분리된 분전함에는 교반기, 펌프, 냉각장치, 급배기, 밸브, 탈황기, 송풍기 등의 명패와 저마다의 조작 스위치가 달려있다.

지난 10일 오전 충남 홍성군 결성면 금곡리 원천마을 원천에너지전환센터. 주변 27개 농가에서 수거된 돼지똥이 돔 모양의 혐기성소화조로 투입돼 50일 이상 발효되는 공정을 밟고 있다. 이 과정에 발생한 메탄가스는 엔진발전기를 돌리는 연료가 된다. 하루 110톤의 분뇨를 처리하고 시간당 최대 430kW의 무공해 전기를 생산하는 바이오가스플랜트다.

성우농장이 농림축산식품부 가축분뇨에너지화 보조사업비 98억원에 자체사업비 50억원을 들여 2021년 준공했다. 2013년부터 이장 주도로 마을발전 추진위원회를 꾸려 주민 합의 아래 차근차근 친환경 에너지화 사업을 준비해 온 노력이 맺은 결실이다. 플랜트 곳곳에 실시간 감시센서와 탈취탑을 설치해 악취 발생도 최소화하고 있다.

전기를 생산하고 남은 숙성 퇴‧액비는 농경지를 비옥하게 한다. 1만4000톤 규모 지하저장고에 들어차 있다가 11월부터 이듬해 4월 사이 서산 농업지구 등에 살포된다. 에너지가격 급등으로 화학비료 가격이 동반 상승하면서 최근 수요가 늘긴 했지만, 여전히 경작지 대비 공급이 많다. 토양검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땅이 필요한 만큼만 과하지 않게 뿌리는 게 중요하다.

▲이도헌 성우 대표가 수배전반 앞에서 플랜트 특성을 설명하고 있다.
▲이도헌 성우 대표가 수배전반 앞에서 플랜트 특성을 설명하고 있다.

축산분뇨 자체 처리가 곤란한 영세농들의 고민을 해결하면서 에너지와 비료를 생산하는 자원순환형 사업이지만 반입수수료가 낮다보니 수지타산은 맞지 않는다. 성우는 이런 실정을 주민들에게 솔직하게 알린 뒤 외부 음폐수를 반입해 사업성을 확보하고 수익 일부를 마을상생기금으로 적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원천마을의 에너지자립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주민 62명이 사는 32가구 100%에 자가용 태양광을 설치하고 마을 안에 상업용 태양광 4.1MW를 유치했다. 올 하반기에는 마을기업 ‘머내협동조합’을 주축으로 태양광 500kW를 추가 설치해 주민소득향상과 취약계층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정작 매번 설계사 역할을 맡아온 이도헌 대표는 “에너지는 인간 삶의 한 부분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이 대표는 “규모의 경제와 에너지만 보는 정책이 오히려 탄소중립을 역행할 수 있다”며 “5년에 걸쳐 완성한 축산플랫폼과 데이터소유권을 마을기업 몫으로 돌려 청년이 결성면에 정착하면 일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군 은하면 바이오에너텍(진에너텍) 홍성공장.
▲홍성군 은하면 바이오에너텍(진에너텍) 홍성공장.

바이오가스로 전기자급 주택 100% 태양광 설치
국내 유일 버섯배지펠릿 생산 농가수익·수입대체

같은날 오후 원천마을에서 차량으로 10여분 거리인 홍성군 은하면 바이오에너텍 홍성공장. 콘크리트로 깔끔하게 포장한 7000여평 부지 위에 격납고 형태의 원료창고 5개동과 아파트 3층 높이 공장 2개동이 자리 잡고 있다. 소음이나 냄새, 이동인력이 없어 얼핏 물류창고를 떠올리게 한다.  

김재서 바이오에너텍 공장장의 안내로 생산라인 출입문으로 들어서자 비로소 양철북 4~5개를 동시에 두드리는 듯한 펠릿성형기 작동음이 요란하다. 톱밥과 버섯폐배지를 절반의 비율로 섞어 열량 3700~3800cal 펠릿을 만드는 국내 유일 버섯배지펠릿 생산공장이다. 하수슬러지 등의 처치곤란 유기성폐기물로 바이오연료를 생산‧공급해 온 진에너텍이 식용버섯 폐배지를 농업바이오매스로 자원화하기 위해 250억원을 투자해 2021년말 건설했다. 하루 200톤을 양산할 수 있다.

김 공장장은 “톱밥과 폐배지를 1차 파쇄‧분쇄한 뒤 입자 및 금속선별을 거쳐 정상제품만 건조기 라인으로 투입해 함수율을 60~10%까지 낮추고, 톱밥 폐배지 혼합물을 펠릿성형기 넣은 뒤 냉각기를 통과하면 함수율이 7~8%인 펠릿이 된다”면서 “모든 공정이 지하나 폐쇄라인으로 연결돼 있어 먼지나 악취 발생우려가 일체 없다”고 말했다.

버섯배지는 버섯종균을 넣어 키우는 목질계 농업부산물이다. 화학물질이나 유해성분이 없고 성분이나 성상, 발열량이 목재펠릿과 가장 유사해 발전연료로 우수하다. 국내 연간 발생량은 약 60만톤. 이번 자원화 기술 확보로 농가는 불필요한 폐배지를 처리하면서 부가수익을 올리고, 발전사는 수입펠릿 대체하면서 일자리도 창출하는 1석3조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앞서 2020년 진에너텍은 동서발전과 버섯배지펠릿 바이오연료 사업화 협력협약을 맺고 당진화력 시험 혼소 등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어 지난해 업계 최초로 관련 제조 특허 5건을 등록했다. 작년 한 해 발전사에 공급량은 5만~6만톤 내외다. 

원천마을 바이오가스플랜트와 마찬가지로 고민은 경제성 확보다. 버섯폐배지처럼 식물성 잔재물은 자연에서 확보한 연료여서 오염요인이 없음에도 폐기물관리법상 바이오SRF로 분류돼 일반 폐기물과 동일한 취급을 받고 있다.

서경선 진에너텍 전무는 "농업바이오매스가 에너지화 되려면 폐기물법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 초본계는 발전작물로 쓸 수 있는 항목자체가 없다"면서 "잠재량이 크고 환경에도 바람직한 자원이 농림부, 산업부, 환경부 등 여러부처 틈새에 끼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성=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바이오에너텍 버섯배지펠릿 성형라인. 사진 좌측은 건조설비다.
▲바이오에너텍 버섯배지펠릿 성형라인. 사진 좌측은 건조설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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