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스·우편 등 서면보고도 여전히 존재
주유소 고령화에 전산화 어려움 있어

▲경기도 시흥시 한 주유소. 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경기도 시흥시 한 주유소. 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이투뉴스] 지난해 전국 주유소 10곳 중 6곳이 수급보고시스템 홈페이지를 통해 수급·거래상황을 보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3곳은 POS 등으로 자동집계되는 전산보고를 이용했다. 팩스나 우편 등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곳도 여전히 존재했다. 

본지가 한국석유관리원(이사장 차동형)으로 제출받은 '수급보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주유소 중 58.8%는 전자보고, 전산보고는 32.4%, 서면보고는 8.8%로 집계됐다.  

현재 석유사업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석유제품 재고량을 비롯해 입하량과 출하량 등 모든 수급거래 현황을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 데이터 확보를 통해 국내 석유수급 안정성을 확보하고 유통질서를 확립한다는 취지에서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제38조에는 "산업부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산업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석유정제업자, 국제석유거래업자 또는 석유대체연료 제조업자에게 사업에 관한 보고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구체적인 보고대상은 지난해 말 기준 정유4사, 대리점 519개소, 주유소 1만1144개소, 일반판매소 1876개소다.  

2014년부터 7월에는 그물망을 더욱 촘촘하게 짰다. 가짜석유 유통 근절을 위해 보고기관 및 주기를 바꿨다. 우선 대리점과 주유소는 보고기관을 석유관리원으로 통합했다. 과거에는 각각 석유유통협회와 주유소협회에 현황을 보고했었다. 기존 월간보고 방식에서 주간보고로 주기도 단축시켰다. 

단, 대리점의 경우 휘발유·경유·등유 외 중유와 같은 석유제품은 기존 방식을 그대로 유지했다. 일반판매소 역시 바뀌지 않고 현행방식을 이었다. 

지난해 수급 보고율은 100%에 근접했다. 모든 사업자가 충실히 관련 내용을 보고하고 있단 얘기다. 일반대리점은 99.9%, 주유소는 99.9%, 일반판매소는 100%로 집계됐다.

석유사업자가 보고를 하지 않았을 경우 업태별, 유형별, 위반 횟수에 따라 과태료가 차등 부과된다. 1회 미보고시 경고조치를 받고, 2회 누락했을 경우 대리점은 150만원, 주유소는 50만원, 판매소는 15만원씩 각각 과태료가 붙는다.

◆전산보고 꾸준한 증가…8년새 12%p↑
보고방법은 전산보고, 전자보고, 서면보고 등 3가지다. 전산보고는 ERP(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 POS(판매시점관리시스템)와 같은 전산 프로그램을 이용한 방식이다. 주유기와 사무실 컴퓨터를 연동해 판매 등 거래가 생기면 실시간으로 물량정보가 처리된다. 자동 집계·보고되기 때문에 데이터 조작이 일절 불가능하다.

편리성 때문에 주유소업계에서 전산보고 비율은 꾸준히 늘고 있다. 전산보고는 수급보고 제도가 바뀐 2014년 7월 도입됐다. 이듬해 전산보고를 이용하는 주유소는 전체 20.3%에서 지난해 32.4%로 확대됐다. 8년새 12.1%p 늘었다. 

반면 전자보고와 서면보고는 사업자가 거래상황기록부를 직접 작성하는 방식이다. 전자보고는 인터넷 홈페이지(수급보고시스템)에 데이터를 입력해야 한다. 현재 주유소 사업자 절반 이상이 이 방식을 택하고 있다. 서면보고는 양식을 다운받은 뒤 수기로 작성해 팩스, 우편 등으로 전달한다. 

유통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석유관리원은 전산보고 방식을 적극 권하고 있다. 현재 석유관리원은 POS 등 전산장치로부터 거래상황 보고자료를 생성 및 전송할 수 있는 중계소프트웨어 설치비용를 전액 지원한다. 1년동안은 무상으로 유지보수도 해준다.  

올해는 300개소를 선착순으로 지원하며, 지난달 13일 기준 43업체가 지원을 완료했다. 

◆8.8%는 여전히 우편·팩스 이용
전산·전자보고가 늘고 있다 하지만 서면보고도 여전히 많다. 근로자 평균 연령이 높은 업계여서 그렇다. 

지난해 서면보고 비율은 8.8%. 약 1000곳이 지금도 팩스나 우편을 이용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이 방식(서면)으로 보고를 해왔기 때문에 바꿔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사업자가 많다는 후문이다.

일반판매소는 이보다 더 열악하다. 일반판매소는 어르신 혼자 운영하는 영세한 곳이 대부분이다. 전산보고나 전자보고를 하려면 컴퓨터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형편이다. 차량을 몰며 직접 현장에서 판매를 하는 만큼 현실적 제약도 있다.  

일반판매소를 운영하고 있는 한 사업자는 "팩스가 없어 지인에게 부탁해서 보고를 하는 사업자도 있는 마당에 전산보고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나아가 가짜석유유통과 수급보고 전산화는 연관성이 적다는 뒷말도 나온다. 석유유통업에 종사하고 있는 관계자는 "재고량, 입하량 등 데이터를 기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숫자만으로는 그것이 가짜석유인지 알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동훈 기자 hoon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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