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에너지 설치의무화, 지역별 차등요금, 분산편익 보상 쟁점
입법취지 살리기 위해선 후속법령 제정 및 예산지원 받쳐줘야

[이투뉴스] 지난해 발의된 이후 험난한 과정을 거쳐 상임위원회인 산업통장자원위원회를 통과했던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법사위에서 다시 한 번 제동이 걸렸다. 고압 송전선 문제와 분산에너지 설치의무화, 지역별 차등요금제 등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통과가 보류된 것이다. 다만 강력한 반대가 아닌 한 번 더 들여다보자는 의미가 커 빠르면 5월, 늦어도 상반기에는 국회 통과가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분산에너지법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시행까지는 1년을 더 기다려야한다. 부칙에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명시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산업부는 분산에너지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관련 고시 등 하위법령 제정작업에 나설 전망이다. 이를 위해 한국에너지공단이 법무법인에 관련 연구용역을 추진하는 중이다.

법에서 큰 틀은 정했지만 분산에너지 설치의무화 대상지역 및 비율을 비롯해 구체적인 지역별 차등요금 산정방안,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 세부요건, 전력계통영향평가 등 핵심적인 내용은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명시된다. 따라서 후속법령이 어떻게 나오는지에 따라 분산에너지 활성화 제도에 대한 최종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특히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가를 분산편익 보상 역시 어느 수준으로 지원책이 마련될 것인지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반대로 편익보상 조항은 비록 빠졌지만 보조·융자 등 피해갈 수 공간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문가들은 결국 분산에너지 활성화는 정부가 어떤 의지를 갖고 제도설계에 나서느냐가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최초 발의안과 위원장 대안 차이는
3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위원장 윤관석)는 전체회의를 열어 김성환 민주당 의원과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최초안을 폐기하는 대신 여야합의를 반영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안(위원장 대안)’을 의결했다. 이후 법제사법위원회로 이관된 분산에너지법 대안은 법사위 심사와 본회의 의결만 남았다.

앞서 산업자원위원회는 소위를 열어 김성환 의원 및 박수영 의원 발의안에 대한 병합심사에 나서 쟁점 내용에 대해 타협방안을 모색해 합의안을 만들어냈다. 우선 의견이 갈렸던 중소형 원자력 발전사업(SMR)을 집단에너지, 구역전기, 통합발전소, 신재생에너지, 수소발전 및 연료전지, 소규모전력중개, 수요관리사업과 동일하게 분산에너지 범위에 포함시켰다. 다만 부칙에 “중소형 원자력 발전사업은 원자력안전위원회 인허가를 받은 날부터 적용한다”는 단서조항을 넣었다.

김성환·박수영 의원 발의안에 있던 배전사업자의 출력제어와 함께 김성환 의원이 요구한 ‘한국배전감독원 설치’는 대안에서 빠졌다. 산업부가 출력제어 및 보상 부분은 발전-배전-송전사업자를 모두 다루는 전기사업법에서 다뤄야 한다는 의견을 수용했다.

박수영 의원이 제안한 지역별 전기요금제는 도입근거를 법안에 넣되 세부 내용은 산업부 및 전기사업법에 맡기는 형태로 조율됐다. 이에 따라 45조에 “전기판매사업자는 분산에너지 활성화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송전·배전 비용 등을 고려해 전기요금을 달리 정할 수 있다”고 근거만 명시했다.

분산편익에 대한 보상 및 지원을 담은 조항 역시 "분산전원 확대를 위해 노력한다"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마무리지었다. 기획재정부가 분산편익 측정이 어렵고 막대한 재정 소요가 우려된다며 보상 및 지원을 넣어선 안된다고 강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결국 분산편익(제46조) 조항은 보상이나 지원이라는 표현이 빠진 채 “산업부 장관은 분산에너지사업이 안정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분산전원의 사회적·경제적 편익 확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로 수정됐다. 다만 47조에 “정부는 분산에너지 개발 및 보급촉진을 위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비용을 보조 또는 융자할 수 있다”며 지원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밖에 분산에너지법 대안에는 ▶분산에너지 정의(집단에너지, 구역전기, SMR, 신재생에너지, 통합발전소, 저장전기판매, 수소발전, 소규모 전력중개, 수요관리사업) ▶등록제 및 실태조사 ▶분산에너지 활성화 기본계획(10년) 수립 ▶분산에너지 할당 및 공급 의무화 ▶전력계통영향평가 대상지역 지정·고시 ▶분산에너지특화지역 지정 ▶특화지역 내 전기직판 허용 ▶진흥센터 및 지원센터 지정 등이 원안과 동일하게 담겼다.

▲2021년 기준 지역별 전력자급률(세부원별) 현황.
▲2021년 기준 지역별 전력자급률(세부원별) 현황.

법사위 심의과정에서도 일부 조항에 손질이 가해질 전망이다. 먼저 용어의 정의와 관련 ‘중소형 원자력 발전사업’에 대한 규모나 특성이 규정되지 않았다면 구체적인 요건을 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원자력안전법에 따른 원자로를 활용한 발전사업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규모 및 요건을 충족하는 사업’으로 특정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과징금 상한도 변경된다. 법안 제15조 및 제18조에서는 각각 의무설치량 미충족과 배전망 증설계획 등 미이행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면서도 한도액을 명시하지 않아서다. 이에 따라 과징금은 산업부가 제시한 ‘분산에너지 설비 설치단가의 100분의 150을 곱한 금액’으로, 상한은 ‘10억원’으로 설정될 것으로 보인다.

분산에너지사업자에 대해 국세를 감면할 수 있도록 하는 49조 역시 기획재정부가 조세특례제한법의 입법 취지에 배치된다고 주장해 조세 감면 규정이 삭제될 전망이다. 여기에 분산에너지사업자의 보험가입 규정도 제3자에 대한 피해보상까지 이뤄질 수 있도록 수정된다.

◆핵심쟁점 수두룩후속법령 세부규정 관심
분산에너지법의 기본철학은 ‘수요처는 발전소 인근으로, 발전소는 수요지 인근으로’가 핵심이다. 이를 위해 발전소를 수요지 인근에 짓도록 전력계통영향평가를 하는 것부터 분산에너지 할당 및 설치의무도 부여한다. 또 분산에너지가 하루빨리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분산편익에 대한 보조·융자와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 등 인센티브와 규제를 동시에 도입하는 이유다.

상임위에서 쟁점 조항에 대한 이견을 모두 해소, 위원장 대안으로 법안을 의결함에 따라 분산에너지법은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상반기에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산업부는 기대하고 있다. 비록 첫 번째 법사위 전체회의에선 반려됐지만 5월 또는 6월 열리는 국회에선 통과될 것이란 의미다. 법사위가 다시 법 통과를 방해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우세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산에너지법이 국내 전력 및 집단에너지,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향후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 과정 등 넘어야 할 산이 수두룩하다는 의견도 적잖다. 더불어 시행령·시행규칙에서 논란이나 이견 발생을 이유로 후퇴할수록 본연의 입법취지와는 거리가 멀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현행 송전이용요금제와 지역별 송전이용요금제 비교.
▲현행 송전이용요금제와 지역별 송전이용요금제 비교.

먼저 지역별 요금제의 경우 산업부는 상징적인 의미(근거조항)를 담았지만 현실적으로 완전 차등은 쉽지 않고 송·변전 비용을 지역별로 반영하는 정도로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미 발전소가 밀집된 지역에서는 전기요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는 호재라며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반대로 대도시권 의원들은 유권자의 불만을 불러올 게 뻔하다는 이유로 은근한 견제하는 모습을 보인다. 향후 이를 둘러싼 상당한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그만큼 정부의 어깨가 무거워진 셈이다.

여기에 전력자립률에 따라 분산에너지 설치의무가 부여될 가능성이 큰 지자체의 경우 이를 규제로 인식하고 있다. 산업부와 에너지공단은 광역지자체를 기준으로 전력자립률이 낮은 지역의 경우 최대 25% 수준의 설치의무를 부여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부산과 인천을 제외한 대부분의 광역시도가 분산에너지 설치의무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대도시의 경우 분산에너지시설 설치에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는 점은 풀어야 할 숙제다.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에 대한 세부요건 및 지정 이후 혜택 등에 대해서도 기대가 크다. 제주도와 새만금 지역의 경우 이변이 없는 한 특화지역으로 지정될 것으로 전망되며, 집단에너지 및 구역전기사업 대상지역 일부도 특화지역 지정을 준비하고 있다. 특화지역의 경우 전기직판이 허용되는 만큼 시장을 놓치지 않겠다는 기득권 세력의 견제를 뚫는 것이 과제로 대두될 전망이다. 전기사용자의 공급자선택권을 규정하는 세부절차 및 정산 등도 언제든 뜨거운 감자로 등장할 수 있는 조항이다.

법안 과정에서 가장 쟁점이 됐던 분산편익 보상 역시 뚜렷한 결론 없이 봉합되는 수준에 그쳐 향후 법률 해석을 놓고 이견이 발생할 여지를 남겼다. 기재부가 단호하게 ‘편익에 대한 보상을 위해 지원할 수 있다’는 조항을 거부한 데 따른 것이다. 산업부가 분산에너지의 사회적·경제적 편익을 산정할 수 있도록 한 점과 보조·융자(47조) 및 분산에너지사업에 대한 기금 투자(48조)를 명시한 것은 진일보한 조치임에도 향후 예산지원 및 배정 등 여러 가지 제약이 불가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분산에너지 특별법 제정이 1차 목표인 국회 통과가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 만큼 세부제도 설계를 꼼꼼히 살펴 분산에너지 활성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분산에너지 설치의무, 전력계통영향평가, 지역별 차등요금제 등 많은 조항에서 이해관계가 엇갈릴 가능성이 높아 이를 조율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특히 분산편익 보상 강화가 기재부 반대로 벽에 부닥칠 수 있는 만큼 실효적인 지원책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력계통영향평가제도 도입 배경.
▲전력계통영향평가제도 도입 배경.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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