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硏 '세이프가드 매커니즘과 바로사 프로젝트' 보고서
기후솔루션 "지금이라도 공적금융 승인 재검토해야" 지적

▲호주 바로사 가스전 개발에 반대하는 현지 시민사회단체들이 주호주 대한민국 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어 한국 공적 금융기관의 투자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기후솔루션
▲호주 바로사 가스전 개발에 반대하는 현지 시민사회단체들이 주호주 대한민국 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어 한국 공적 금융기관의 투자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기후솔루션

[이투뉴스] 원주민 소송으로 잠정 중단된 SK E&S의 호주 바로사 가스전 개발사업이 또다시 암초를 만났다. 호주 정부가 기후대응 법안과 정책을 쏟아내면서 최대 1조원 가까운 사업비 추가지출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반면 SK 측은 이미 발생량 전량을 상쇄할 탄소포집저장소(CCS)를 선제적으로 확보한 상태여서 사업비 추가 우려는 없다고 일축했다.    

호주 씽크탱크인 호주연구소가 이달 중순 발간한 '새로운 세이프가드 메커니즘(Safeguard Mechanism)과 바로사 가스전 프로젝트’ 보고서에 따르면, 바로사 가스전은 지난 3월 개정된 연방법(세이프가드 메커니즘)으로 탄소배출 저감을 위해 5억 호주달러에서 최대 9억8760만 호주달러(한화 약 8760억원)까지 추가비용이 들 전망이다.

바로사 가스전 전체 사업비의 최대 20%에 달하는 규모다. 이 사업에 한국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산업은행 등 국내 공적금융기관은 8000억원 규모 금융지원을 결정한 상태다. 

세이프가드 메커니즘은 새로 개발하는 가스전의 경우 채굴 과정에 대기로 유출되는 저류층(reservoir)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들고, 그외 가스전 관련 직접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간 4.9% 감축하도록 하고 있다. 바로사 가스전 사업은 호주 가스전 중에서도 저류층 이산화탄소의 함유량이 가장 높아 온실가스 배출량 상쇄하는 부담이 더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호주연구소는 SK E&S 등이 규제당국에 제출한 사업계획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근거로 가스 채굴이 2025년부터 시작되는 것을 전제로 5년간 저류층 배출량 910만톤을 포함해 모두 1316만톤을 저감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세이프가드 메커니즘은 온실가스 저감 수단으로 탄소포집저장기술(CCS)을 활용하거나 기존 호주 내 자발적 탄소배출권 거래제(Australian Carbon Credit Units, ACCU), 세이프가드 메커니즘 규정에 따라 새로 만들어질 상쇄배출권 등을 활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호주연구소는 바로사 가스전 CCS 사업이 연기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배출량을 모두 배출권으로 상쇄하는 시나리오를 가정해 비용을 추정했다. 현재 배출권 가격(톤당 38호주달러)을 그대로 반영하면 5억 호주달러(약 4439억원), 배출권 상한선 가격(톤당 75호주달러) 적용하면 최대 9억8760만 호주달러(약 8757억원)가 든다는 계산이다. 

세이프가드 메커니즘 도입으로 바로사 가스전 사업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분석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올해 2월 독일 씽크탱크 클라이밋 애널리틱스(Climate Analytics)는 새 규제로 바로사 가스전 수익이 2.5~5.6%부터 최대 10~11%까지 감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CCS 사업에 대한 호주 정부의 기조 변화도 변수다. 호주는 지난해 10월 CCS 산업에 주어지던 연방 보조금 2억5000만 호주달러(약 2200억원)을 삭감하고 철강이나 시멘트처럼 당장 대안이 없는 난감축 산업에 제한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했다.  

로드 캠벨 호주연구소 연구이사는 “이번 연구의 비용 추정은 2030년까지 국한돼 있지만, 사업의 실제 비용은 그 이후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현 시점에서 대규모 오염원에 대한 신규투자는 특히 위험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소민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호주내 가스전 중에서도 이산화탄소 함량이 높은 바로사 가스전은 이번 호주 정부의 감축 규제로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면서 "공적 금융기관은 바뀐 여건을 고려해 지금이라도 승인을 취소하고 금융지원을 처음부터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바로사 가스전 사업에 대한 현지 여론도 녹록지 않다. 지난달 20일 호주 환경단체 캔버라 350.org와 무브 비욘드 콜(Move Beyond Coal)은 주호주 대한민국 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어 국내 공적 금융기관들의 투자 중단을 촉구했다. 같은달 24일에도 호주 비욘드 가스 네트워크(Australia Beyond Gas Network)가 이창훈 총영사 및 윤석열 대통령 앞으로 가스전 사업 반대 서한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SK E&S 측은 세이프가드 매커니즘 법안이 발의되기 전부터 가스전 생산 시 저류층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직접감축을 위해 선제적으로 CCS사업을 추진, 향후 설비가 가동되면 발생량 전량을 직접 포집·저장할 예정이라고 반박했다. CCS 관련비용도 이미 사업성 평가에 반영해 배출권 상쇄에 드는 비용이 막대하게 커질 것이란 주장도 합리적이지 않다는 입장이다.  

SK E&S는 "파트너사들과 바로사 가스전 인근에 위치한 고갈가스전(바유운단)을 저장소로 활용해 CCS를 추진하기 위해 기본설계까지 마무리한 상태"라며 "가스전 생산시 발생하는 저류층 CO₂ 200만톤은 CCS 기술로 전량 포집 제거할 예정이며, 이후 액화 공정과정에 발생하는 150만톤도 탄소배출권 구매 등으로 전량 상쇄시킬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SK E&S는 공적 금융기관 지원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미 국책 금융기관들도 이번 호주 법안 개정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음을 인지하고 있다. 국가 에너지안보 차원에서 자원개발의 필요성과 이를 위한 국책기관의 지원 필요성 등을 설명하면서 PF 유치에 지장이 없도록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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