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차 계획 이후 8년만에 신규 되살려
원자력계 '10기 추가 반영', 'SMR 대거 확충'
후보지 지정구역 철회 부지확보 어려울 듯

▲전국 가동 원전 및 건설원전 현황. 원자력안전기술원이 제공하는 원자로시설 안전규제 현황도에 최근 건설현황과 설비용량을 추가한 이미지이다.
▲전국 가동 원전 및 건설원전 현황. 원자력안전기술원이 제공하는 원자로시설 안전규제 현황도에 최근 건설현황과 설비용량을 추가한 이미지이다. (그래픽-박미경 기자)

[이투뉴스] 윤석열 정부가 연내 수립 예정인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에 신규 원전 건설계획을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036년까지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기존 원전 12기 10.5GW를 수명연장하고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한데 이어 문재인 정부가 백지화한 신규 원전건설 계획까지 되살려 원전 비중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달 현재 국내에서 가동되고 있는 원전은 한울(울진) 7기, 월성 5기, 새울 2기, 고리 5기, 한빛(영광) 6기 등 모두 25기 2만4650MW이다. 여기에 건설 중인 새울 3,4호기(옛 신고리 5,6호기)와 신한울 2,3,4호기 등 모두 5기 7000MW가 내년부터 2033년 사이 추가 완공되면 전체 원전 대수는 30기, 3만1650MW로 늘어난다. <그래픽 참조>

4일 <이투뉴스>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탈원전 폐기, 원전 생태계 복원’ 방침에 부응해 정권 교체 직후부터 원자력업계가 요구해 온 신규원전을 차기 전력계획에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 정책계획으로 관철되면, 박근혜 정부가 2015년 7차 전력계획에 2기를 반영(장소 미정)한 이후 8년 만에 정부 차원의 신규 원전 건설계획이 부활하는 셈이다.

군불을 지펴온 원자력계는 고무돼 있다. 산업부 2차관이 강경성 대통령실 산업정책비서관으로 전격 교체된 이후 신규 원전에 미온적이던 부처 공무원들조차 눈빛이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이런 흐름을 타고 최근 관가 주변에서는 ‘신규 원전 10기 증설’이나 ‘기존 원전만큼 SMR(소형모듈원자로) 건설’과 같은 원전 대량 확충설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정부 소식에 밝은 한 인사는 “현재 짓고 있는 원전에 추가로 10기를 더 건설한다든지 상당히 과감하고 과도한 계획이 나올 분위기”라면서 “많이 짓고 그것으로 수소도 생산한다는데, 전례가 있다보니 정권이 바뀌면 다치지 않을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산업부를)떠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으로 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올초 10차 전력계획을 확정한 산업부는 신규 발전사업자 선정과 같은 후속조치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 전력당국 측에 11차 계획 착수준비를 주문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원자력학회장 출신 A교수를 총괄분과위원장으로 내정했다거나 원전에 비교적 우호적인 전문가를 분과위원으로 구성하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라는 풍문도 나돈다.

▲신월성 원전
▲신월성 원전

10차 전력계획상 2036년 발전량 비중은 원전 34.6%, 신재생 30.6%, 석탄 14.4%, LNG 9.3%, 수소·암모니아(무탄소전원) 7.1% 순이었다. 수도권 한 대학의 B교수는 “(원자력계) 일각에선 이참에 원전비중을 50% 가깝게 높여놔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원자력계 희망대로 신규 원전 대거 반영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수급계획에 반영하더라도 후보지가 마땅치 않아서다. 보통 원전 예정구역 지정부터 건설기본계획 수립, 환경영향평가, 발전사업허가,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 승인까지는 아무리 빨라도 10~15년 가량이 걸린다. 영덕이나 삼척처럼 예정구역으로 지정해도 지역주민 반대나 정부정책 변화로 철회되면 첫단추부터 다시 꿰야 한다.

앞서 2017년 문재인 정부는 에너지전환 로드맵을 통해 신한울 3,4호기와 천지(영덕) 1,2호기, 대진(삼척) 1,2호기나 천지 3,4호기 등 모두 6기의 계획 단계 원전을 백지화 했다. 이 조치에 따라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는 2018년 6월 천지원전사업 종결을 의결한 뒤 전원개발사업 예정구역 해제를 신청했고, 2021년 4월 산업부가 최종 철회했다. 

원전업계에 의하면 기존 고리원전 여유부지(옛 고리 7,8호기 부지)는 1400MW급(APR 1400) 원전 2기를 건설하기에 비좁다. 그나마 한수원이 눈독을 들인 경북 영덕군 영덕읍 석리·노물리·매정리와 축산면 경정리 일원이 검토해 볼만한 후보지이지만, 이미 지정구역에서 철회된데다 한때 19%까지 매입했던 땅도 10%가량 되판 것으로 전해진다.

원자력계 한 유력인사는 사견임을 전제로 "부지조사부터 지역유치까지 지금이라도 다시 추진여건을 새롭게 만들어야 할 상황"이라며 "여건이 쉽지 않은 건 사실이다. 최소한 부지조사 절차라도 서둘러야 하는데, 토목비가 많이 추가 되더라도 그나마 영덕이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기존방식대로는 송전망 확보가 어렵다. 한전 사업권을 민간에 넘기는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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