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미국 뉴욕선물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는 지난 18일 배럴당 54.39달러로 하락했다. 이는 불과 4개월전인 7월의 최고가 147.27달러와 비하면 무려 64%가 떨어진 것이다. 우리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기준가격이 되는 두바이유도 배럴당 지난 19일 46.67달러까지 떨어져 비슷한 내림폭을 보이고 있다. WTI는 작년 1월 이후 22개월만에 다시 최저로 떨어진 수준이며 두바이유의 경우는 3년반만에 40달러대에 들어선 것이다.

 

국제유가는 이처럼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있으나 국내 석유류값의 움직임은 더디기 짝이 없다. 국제유가가 오를 때는 와이어를 타고 온 국제뉴스가 보도되기만 하면 그대로 값에 반영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이 사실이다. 바꾸어 말하면 국제유가 오름세가 국내가에 반영되려면 일주일이나 열흘이상의 시차가 생기는데도 먼저 올리고 보는 것이 드물지 않았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떨어지면 일선 주유소는 이런저런 이유로 값을 내리지 않는다. 내림폭이 석유제품에 반영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올릴 때는 모른 척하고 올리면서도 내릴 때는 다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두바이유 값이 요즘 수준을 나타내던 2005년 6월1일의 국제유가를 반영한 6월 셋째주 주유소 판매 휘발유값(무연보통 기준)은 전국 평균 1406.11원이었다. 당시 원∙달러의 환율은 1000~1020원대에서 안정돼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국내 석유류값은 당시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올 11월 첫째주 현재 전국 평균 휘발유값은 1590원에 이르고 있다. 위에 지적한 바와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가격이 급상승하고 급하강 할때 소매업 하는 업자들은 의외로 재미를 본다고 알려져 있다. 석유제품을 판매하는 업자들도 마진이 적다고 울상이지만 실속을 따져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올릴때는 가격에 반영되기도 전에 더 빨리 올리고 내릴 때는 시간을 끌어서 최대한 늦게 내린다면 그 처럼 쉬운 장사가 또 있을까.

 

당국은 이런 사태를 방관해서는 안된다. 물론 개별 석유류제품 판매업자들의 동향을 일일이 체크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1만개가 넘는 전국의 주유소를 전체적으로 단속하려 들면 어려운 일이나 샘플을 뽑아서 단속을 벌인다면 못할 것도 없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불공정한 가격 담합행위나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일방적인 폭리만 노리는 업자들이 온존하는 한 건전한 거래질서는 확립되지 않는다. 보다 과학적인 방법을 동원하고 정밀하게 분석한 다음 그런 자료를 바탕으로 선별적이고 시범적인 단속을 통해 가격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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