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정부의 녹색성장은 '말따로, 행동따로'다.

 

향후 30년간의 '국가에너지 대계(大計)'라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할 때도 그러했고, '저탄소 녹색사회'를 운운하며 각종 에너지 시책을 쏟아낼 때도 이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 게 없다.

 

그저 대통령이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발전의 새로운 축으로 삼겠다니까 기존 계획에 덧대 중구난방식 정책을 쏟아 놓고, 그마저도 뜯어보면 '녹색성장'의 취지는 온데간데 없다.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면서 새로운 '녹색시대'를 열겠다는 마음의 자세가 엿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은 "녹색성장은 가도 되고 안가도 되는 길이 아니라 가야만 하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나 우리 공복들은 여지없이 보신주의와 탁상행정의 전철을 밟아 임기응변식 정책만 양산하고 있다.

 

새 정부들어 '녹색성장'으로 포장돼 수립된 주요 에너지계획들을 살펴본 사람은 이같은 지적에 공감할 것이다.

 

일일이 들춰 나열하기에 거북하지만 수요확대 중심의 전근대적 전력수급계획, 산업계의 눈치만 살피다 위축된 에너지이용합리화계획, 타협은 있고 의지는 없는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 패러다임 변화와 거리가 먼 공급자 중심의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 등이 그러하다.

 

이들 계획대로 '녹색성장'이 추진된다면 우리는 고갈이 임박한 화석에너지를 더 많이 사용하면서 필연적으로 더 많은 온실가스를 내뿜게 될 게 분명하다.

 

혹자는 원자력으로 일거에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강변하지만, 우리 세대의 환경부하를 미래 세대로 떠넘기는 일은 윤리적으로도 옳지 않다. 당장 해결할 일을 뒤로 미루는 선택과도 같아 후대에 더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할지 모른다.

 

불과 10여년전만 해도 재생에너지 확대는 경제를 모르는 환경운동가들의 이상론으로 치부되곤 했다.

 

그러나 오늘날 재생에너지는 온실가스 배출권 시장이라는 새로운 영역의 신산업을 창출하며 한나라의 경제를 좌우하고 있다. 일부 선진국들은 재생에너지에서 전통 산업보다 더 많은 일자리와 수익을 만들고 있다.

 

우리가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을 운운하고 있을 때 '말보다 행동'으로 움직였던 그들이었다.

 

최근 교수사회는 올해의 사자성어로 '호질기의(護疾忌醫)'를 꼽았다고 한다. 병이 있는데 의사에게 보여 치료받기를 꺼린다는 뜻으로, 남의 충고를 귀담아듣지 않는 정치권을 빗댄 풍자다.

 

억지춘향식으로 이를 에너지계에 비유한다면, 겉으론 재생에너지의 화급성을 논하면서도 쓴소리에는 역정을 내면서 행동은 딴판인 우리 정부가 떠오른다. 에너지정책 전반에 '호질기의'가 만연해 있는 것은 아닌지 새해 아침 곱씹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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