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 늦춰지고 상용화는 더딘 걸음 / H사는 기술수입 '실속 차리기'

풍력 국산화를 외치며 대형 풍력사업에 뛰어든 대기업들의 말못할 속앓이가 깊어가고 있다.

 

제때 국제인증을 받지 못해 상업화 일정에 차질을 빚는가 하면 정부 R&D 위주로 사업을 영위하며 답답한 행보를 보이는 기업도 있다. 일부 업체는 아예 외산 기술을 이전받아 실속을 차리겠다는 움직임이다.

 

8일 국내 주요 풍력업체와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Y사는 독일 GL인증이 예정보다 늦춰졌다는 이유를 들어 이 회사의 풍력사업 총괄 임원을 사실상 해고 조치했다.

 

앞서 이 회사는 올해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지방에 생산공장을 짓고 자체 실증단지도 세울 예정이었다. 특히 지난해말에는 국내 최대 5MW급 국산화 정부 R&D과제의 주관기업으로 선정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영진 쪽에서 인증지연에 대한 책임을 해당 임원에게 지우고 새로운 책임자를 영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사자가 지금껏 Y사의 풍력사업을 이끌고 정부 R&D과제 수탁까지 총괄한 인물이어서 주변에서도 적잖이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

 

3MW급 해상풍력발전기를 국내 기술로 상용화하고 있는 D사도 다소 답답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회사는 당초 이달부터 실증테스트에 돌입해 오는 7월 처음으로 시제품을 시범 설치하고, 내년부터는 양산체제에 돌입한다는 계획을 세워놨었다.

 

그러나 최근 업계 사이에선 D사가 일정대로 상용화를 소화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풍력사업에 대한 그룹사 차원의 의지가 부족하고 조직도 R&D 위주로 편성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A사 풍력 담당은 "상반기에 실증을 끝낸다고 했지만 풍력터빈의 특성상 실제 테스트 기간이 얼마나 소요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며 "진정 풍력을 주력사업으로 키우겠다면 실행 조직부터 꾸려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D사 관계자는 "풍력을 주축으로 연료전지, IGCC를 아우르는 미래에너지 전담 조직을 만들면서 풍력사업조직과 R&D조직을 통합한만큼 이 분야의 시너지 효과는 배가될 것"이라고 우려를 일축했다. 

 

일찍이 풍력분야에 발을 들여놓은 이들 기업이 고전하는 사이, 중형급 외산 기술을 수입해 이를 기반으로 단숨에 대형급을 공략하겠다는 '실속파'도 등장했다.

 

최근 H사는 최고경영자의 직접적인 지시에 따라 풍력사업에 1000억여원을 투입키로 하고 최근 해외 A사로부터 1.6MW급 제조기술을 이전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별도의 R&D를 생략한 채 수입한 외산기술로 짧은기간에 선도업체를 따돌린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1.6MW급 생산은 10월로 예정돼 있다.

 

손충렬 한국풍력학회장은 "중국이 내수 진작을 위해 종전 신재생에너지 보급계획을 2배로 늘리고 해상풍력에 속도를 내고 있는 등 남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면서 "정부도 국산화 보급에 좀 더 힘을 쏟고 기업들은 프론티어 정신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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