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녕 자원환경경제학박사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부교수

우리나라의 자동차산업은 이제 확실히 선진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매출액과 순이익으로 대표되는 회사의 규모면에서나 세계적 전문기관이 발표하는 순위에서 나타나는 제품의 품질 면에서나 모두 세계적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미래 첨단기술의 적용 부분이다.

 

우린 아직 일본이나 유럽의 자동차메이커가 오래전에 출시한 하이브리드 자동차나 전기자동차와 같은 첨단기술이 집약된 미래형 자동차를 양산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그 덕택에 선진국 국민들은 이미 즐기고 있는 고연비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필자를 비롯한 우리나라 국민들은 그저 바라만 보아왔다.


그런데 올해부터 하이브리드 기술을 적용한 준중형급 차량이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 생산돼 판매될 것이라고 한다.

 

또 연이어 일본 제조사들도 준중형급 하이브리드 모델을 국내에 판매할 것이라고 한다.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정부도 때를 맞추어 하이브리드차량의 높은 구입비용에 대한 각종 지원책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한꺼풀 벗겨보면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의 문제가 여전히 숨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내 업계가 생산 판매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휘발유를 사용하는 차량이 아니고 LPG를 사용하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제조사의 발표자료를 토대로 분석해 볼 때 올해 나올 국내회사의 LPG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경우 일본 경쟁사가 제조하는 휘발유사용 하이브리드 차량의 연비에 크게 뒤질 뿐 아니라 몇몇 경유사용 준중형차량의 연비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여전히 기술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또한 함께 LPG를 사용하는 경차 모델도 출시한다고 한다.

 

10년전 IMF 외환위기 때 급증했던 LPG 차량수요를 이번 경제위기에 적용, 내수진작용으로 내어놓은 경영전략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문제는 지난 2003년 경유승용차 판매 허용 이후에 그러했듯이, 올해 LPG 경차와 하이브리드차가 시판되면 현재의 낮은 연료가격으로 인해 LPG 차량 및 LPG 수요는 급증할 것이며, 정부는 세수 균형 등의 핑계를 들어 곧바로 수송용 세제개편을 통해 LPG에 부과하는 세금을 올릴 것이 불을 보듯 확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해 싼 LPG 가격과 정부지원을 믿고 LPG차량을 구입한 소비자들이 몇 년후 5년전에 경유사용 RV를 구입했다가 세금상향조정으로 급상승한 경유가격에 손해를 봤던 국민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LPG 세금상승으로 인해 당혹감을 느끼게 될지 모른다.


LPG가 휘발유보다 환경친화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전기자동차나 CNG자동차에 비하면 배출하는 오염이 많으며, 이산화탄소 배출면에서는 경유차에도 뒤진다. 무엇보다도 연비에서 매우 불리하기 때문이다. 안전면에서도 휘발유나 경유에 비해 뒤진다.

 

따라서 현재 사용되는 수송용 연료중에서 LPG가 가장 비효율적인 연료라고 말할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LPG는 사용량의 대부분을 제품의 상태로 수입하고 있어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에서 국내정유공장에서 생산되는 휘발유나 경유에 비해 뒤진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LPG 제품 사이에도 차별이 있다. 현재 국내 정유회사에서 생산하는 LPG에는 수입부과금이 부과되나 LPG 제품으로 구입할 경우는 부과되고 있지 않다.

 

국내 업계에 불리한, 이해하기 어려운 이런 상태가 된 것이 LPG가 서민용 연료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판은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부탄을 사용하는 LPG 자동차는 서민용으로 허용되지 않아왔다.

 

본래 용도인 택시와 장애인용 이외에 LPG는 7인승 승합차와 렌트카에 허용됐지 경차 및 소형승용차에는 허용되지 않고 있었다.

 

렌트카의 경우, LPG 차량 운전자라면 모두 이수해야 하는 가스안전교육의 이수 여부와 관계없이 일반인도 모두 운전이 가능하도록 돼있어 심각한 안전문제가 숨겨져 있다. 


경차에 LPG를 허용하는 것은 따라서 서민층 배려의 측면에서 또 잠재적인 연비향상의 측면에서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 그러나 대신 승합차나 렌트카에의 LPG 사용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또한 LPG하이브리드차를 즉시 택시 및 장애인 용으로 사용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높은 차량가격은 택시 및 장애인용에 한해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을 것이며 높아진 연비로 인해 택시요금인상요인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야 경차에 LPG를 허용하더라도 LPG 총수요는 크게 증가하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LPG 가격을 크게 올릴 이유가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국내 자동차업계는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R&D를 통해 휘발유 및 경유 하이브리드차량, 수소연료전지 차량, 전기자동차 등을 시판할 수 있는 기술력을 길러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LPG 사용 승용차의 허용이 평균연비의 하락으로 인해 수송부문에서의 에너지효율성이 후퇴하는 경우가 되지 않도록 그래서 수송부문의 저탄소 녹색성장이 이루어 질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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