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차 교체지원안을 둘러싸고 오락가락하던 정부가 지난주 최종안을 확정 발표했다. 그러나 이 안은 결국 노사합의에 의한 자동차업계 구조조정이라는 선행조건에 대해서는 슬그머니 꽁무니를 뺀 상태로 결말이 나고 말았다. 결국은 노조를 설득하지 못하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대한 노사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지원만 이루어지는 꼴이 됐다.

 

이같은 문제점에 대해 지식경제부의 노후차 지원안이 발표된뒤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이 연말까지 자동차업계의 구조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지원안이 무산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시장은 종이호랑이의 포효 정도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윤장관이 경제부처 장관을 지휘할만한 위치에 있지 않고 청와대 등도 힘을 실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해 새 정부가 그토록 목청을 올렸지만 최종적으로는 정부가 노조앞에 무릎을 꿀어버린 형국이 됐다. 이번 사안은 앞으로 두고 두고 정부의 잘못된 사례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자동차업계만 어려운 것이 아니고 우리 산업 전반이 큰 난관을 겪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티비나 냉장고 등도 오랜 된 제품을 대체하는 경우 정부가 지원하라고 한다면 뭐라고 대응해야 할지 의문이다. 이번 노후차 지원안은 최소한 정부가 당초 약속한대로 선결조건인 노사합의가 이루어졌어야만 한다. 나중에 보자는 식을 누가 믿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자동차업계는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간의 노노 갈등은 물론 현장 근로자들의 수천만원에 달하는 평균 임금으로 인해 국민으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노사관계 선진화 없이 이번 조치로 자동차업계만 경기회복 편익을 누린다는 것은 결국 국민이 또 세금으로 자동차업계를 지원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하루 살기도 힘든 자영업자나 근로소득자들이 더 높은 임금을 받고 있는 자동차업계 근로자들을 지원한다는 것은 여간 모순이 아니다. 소도 웃을 일이다.


세금을 깍아주는 문제이기 때문에 국회의 심의과정이 남아 있긴 하지만 최소한 정부의 양식을 의심하는 이번 노후차 교체 지원안은 재고되어야 한다.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입만 벌리면 앞으로는 노사관계는 물론 공공질서 확립을 위해 만전을 기하겠다고 이구동성이다.

 

그러나 노후차 교체 지원안처럼 정부가 한입 갖고 다른 소리를 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민이 정부를 믿을수 없다. 양치기 소년의 우화를 되새겨야할 시점이다. 마지막 관문인 국회에서도 종이호랑이 처럼 업계와 노조에 굴복해서는 안된다.

 

집권여당이 진정으로 질서를 바로세우고 싶다면 노후차 교체 지원안을 원점부터 재점검하고 선행조건을 준수하도록 정부와 업계 및 노조를 압박하고 설득해야 한다고 우리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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