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발행인
정부는 최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어 에너지 가격 원료비 연동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아울러 석유 사용 주원인이 되고 있는 자동차의 연비를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때가 늦은 감은 있지만 바람직한 방향이다. 서서히 유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정책의 선택이다.

우리는 그동안 합리적인 에너지가격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누누이 지적해 왔다. 가격만이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결정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빠른 길이기 때문이다. 값이 비싸면 소비자는 구매행위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에너지 요금 구조는 이같은 시장원리와는 동떨어졌던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단적으로 말하면 석유나 석탄 등 1차 에너지를 원료로 생산하는 2차에너지인 전기 값이 1차에너지보다 훨씬 저렴한 비정상 구조를 온존해 온 것이다.

당연히 시장은 값싼 전기로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다. 기름을 때서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는 농민들도 지난해 국제 원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하면서 전기를 이용하는 걸로 시설을 많이 바꾸었다. 심지어는 농림수산식품부마저도 전기사용을 권장하는 웃지 못할 정책을 내놓기도 했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이같은 모순을 해결하고 에너지가격을 합리화하기 위해 원료비 연동제를 들고 나온 것은 올바른 선택이다. 정부는 이처럼 시장이 기능할 수 있도록 전기요금을 합리적으로 재조정해야 한다. 원가 이하로 공급하고 있는 산업계 전기요금도 대대적으로 손질해야 한다.

원가보다 싼 전기를 공급받다보니 굳이 에너지 절약이나 절약시설 투자 및 에너지 효율개선에 나설 필요가 없었다. 강 건너 불 보듯 해왔다. 이는 우리나라 제조업의 에너지 투입비율을 높였다. 우선은 국제경쟁력에서 앞설지는 모르겠으나 장기적으로는 상대적으로 비싼 전기요금을 내는 국민이 부담해야 한다. 한전의 적자도 결국은 국민부담으로 돌아간다. 이런 점에서 보면 장기적으로는 우리 산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번에 에너지 대책을 마련하면서 자동차 연비 기준도 대폭 강화하기로 한 것도 어쩔 수 없는 측면이 강하다. 주요 시장인 미국만 해도 연비가 승용차의 경우 리터당 15km가 되지 않으면 수출할 수 없다.

연비뿐 아니라 자동차의 배기가스 배출규제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은 현재 km당 배출가스 기준을 160g에서 120g까지 낮출 계획이다.

차제에 우리는 정부가 보다 획기적인 에너지 대책의 전환을 모색하기를 기대한다. 우리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에너지소비가 늘어나는 불가피한 측면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세계 각국이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수요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좌시해서는 안된다.

에너지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에너지 기본계획을 바꿔서라도 수요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서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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