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발행인
원자력발전소에서 쓰고 남은 이른바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차세대 에너지를 싸고 확실한 대안이 없는 가운데 원자력 비중이 늘면서 나온 여론이다. 이왕 원자력 비중을 확대한다면 연료도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해서 다시 원료로 사용하는 것은 두가지 측면에서 유익하다. 원전의 연료인 우라늄도 제한된 자원이기 때문이다. 한번 쓰고 남은 것을 다시 처리해서 사용한다면 그만큼 자원의 효용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원전 구내에 쌓여가고 있는 사용후 핵연료의 처리 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현재 4개 원전 부지에 보관하고 있는 사용후 핵연료가 저장용량의 78%에 이르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2016년이면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재처리하는 것이 경제적이고 당연하지만 한ㆍ미 원자력협정에 따라 우리 마음대로 할수 없다는데 큰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미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 및 각국과 체결한 원자력협정에 따라 핵연료의 재처리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사용후 핵연료는 원자폭탄 개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미국과 맺은 원자력협정에 따라 재처리를 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에 재처리를 의뢰할 수도 없다.

최근 원자력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정부도 조심스럽게 한ㆍ미 원자력협정문제를 들고 나왔다. 현재의 협정은 2014년 개정해야 한다. 개정을 앞두고 조심스럽게 군불을 때고 있는 형국.

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은 최근 “한미 원자력협정을 조속한 시일 안에 개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으며 원자력 연료의 공급이나 쓰고 남은 연료의 처리 문제에 있어 상업적 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구체적인 협의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유 장관은 기술적으로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없는 ‘파이로 프로세싱’(핵연료 건식처리) 방안도 포함해 협정 개정에 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외교통상부를 중심으로 각 부처 관계자가 망라된 태스크 포스(TF)를 구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한ㆍ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앞두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러나 협정 개정 문제는 상대가 존재하고 있는 만큼 조용하면서도 끈질기게 추진해야 할 사안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일본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일본은 핵무기를 만들지 않겠다는 점을 미국에 집중적으로 설득했고 미국을 안심시킴으로써 재처리를 성사시킬 수 있었다.

이미 우리나라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강도 높은 사찰을 받은 사실도 있는 만큼 핵무기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신뢰를 확보하는 데 무엇보다도 주력해야 한다. 차분하면서도 냉정하게 대처하고 상대방에게 확신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는 데 모두가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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