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발행인
연비를 높이고 온실가스를 줄이는 움직임이 세계적으로 본격화하면서 자동차업계가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유럽에서부터 시작된 연비강화와 온실가스 감축문제가 드디어 우리 자동차업계 발등에도 불이 되어 떨어졌다. 부시 행정부까지만 해도 강 건너 불 보듯 하던 미국 행정부가 오바마 대통령 등장으로 친환경정책이 급속도로 가속되기 시작하면서 도망칠 구멍이 없어졌다.

사실 미국이 구체적으로 움직이기 전만 해도 우리 업계는 그다지 진정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웃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는 친환경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프리우스를 10년 전부터 시판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 들어서 LPG를 활용한 하이브리드 차량을 이제 내놓은 판이다. 상대는 대학생인데 우리는 초등학생 꼴이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업체인 도요타가 그동안 100만대가 넘는 하이브리드 차량을 판매해 20조원의 적자를 내면서도 더욱 연구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이같은 세계적 흐름을 간파했기 때문. 더 이상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자동차는 설 땅을 잃을 것이라고 알아챘다. 손해를 보면서도 계속 친환경 차량을 생산하는 것은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우리 정부도 저탄소 녹색성장을 기치로 내건 이상 자동차문제를 놓고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상황. 우선 연비를 리터당 17km 이상으로 높이거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km당 140g이하로 낮추도록 했다. 2012년까지는 국내 판매량 가운데 연비가 좋은 차량부터 따져서 30%까지 이 요건을 충족시켜야 하며 2015년에는 전량에 해당된다.

업계는 갑작스런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내심 당황해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그동안 준비를 해오지 않았기 때문에 더 충격이 클 것이다. 현재 국산차의 평균 연비는 리터당 11.6km. 배출량은 188g으로 앞으로 6년 안에 정부가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업계는 자동차의 무게를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며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일 것이다.
연구진은 피와 땀을 흘려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날밤을 새워야 한다.

우리는 여기서 국내 자동차업계가 근본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업계가 환골탈태하지 않고서는 이번 위기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이다. 자동차에는 1만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간다. 쉽게 얘기하면 완성차업체가 날고뛰어도 관련 부품업계의 협조 없이는 연비 목표 상향 및 온실가스 감축이 용이하지 않다.

완성차업체는 중소 부품 및 협력업체와 머리를 맞대고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사협상 때마다 임금상승분을 협력업체에 전가시키는 관행 갖고는 원활한 협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대차를 비롯한 완성차 업계의 노사가 먼저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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