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두산중공업 창원 해상 풍력터빈 생산공장
170톤 발전기 아파트 30층 높이서 온실가스 감축

 

국내 최대, 아시아 최초 3mw급 국산 풍력터빈의 자신감 = 두산중공업이 3년간의 연구끝에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한 국내 최대 3mw급 풍력터빈 'winds 3000' 1호 모델 앞에서 정석용 책임연구원(맨 왼쪽)을 비롯한 기술진이 "우리가 최고!"를 외치며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 모델은 내달초 제주에 설치돼 실증운전을 거칠 예정이다.

[이투뉴스 이상복 기자] "잘 키운 딸을 시집보내는 것처럼 만감이 교차합니다."

지난 19일 경남 창원시 두산중공업내 풍력터빈 조립공장(assembly line). 33℃를 웃도는 날씨에 구슬땀을 훔쳐내던 정석용 책임연구원이 출고를 앞둔 'WinDS 3000' 1호 모델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순수 국내기술로 만들어진 이 모델은 아직 한 번도 외부에 공개된 적 없는 국내 최초, 최대의 3MW급 풍력발전기로 내달 2일 선박에 실려 '바람의 섬' 제주도 구좌읍 김녕 해안 80m 상공에 설치될 예정이다.

이 발전기가 완공되면 우리나라는 아시아 최초로 자체 기술의 해상풍력 발전기를 개발ㆍ설치한 국가가 되고, 1기당 연간 788만4000MWh(평균)의 무공해 전력을 생산해 연간 500여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게 된다.

앞서 두산중공업은 2006년 8월 해상풍력발전 시스템 개발 국책과제 주관기관으로 선정된 이래 3년간 연구개발비 300억원을 투자, 이날 조립단계에 있는 첫 양산품을 본지에 최초 공개했다.

여의도 면적의 1.6배(138만평)에 달하는 창원공장의 한 조립라인에서 정부와 업계가 꿈꿔 온 '재생에너지 산업화'의 한 획을 조용히 완성해 가고 있는 셈이다.

진종욱 풍력사업팀장은 "이 모델로 다음달부터 실증운전에 들어가 내년에 국제인증을 획득하고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3MW급은 전 세계적으로도 개발에 성공한 업체가 많지 않아 부가가치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아시아 최초 3MW급 해상풍력 터빈 개발

뒤늦게 재생에너지 산업에 뛰어든 한국이 후발주자로서의 핸디캡을 딛고 풍력강국으로 도약하고 있다. 선진기술을 뒤쫓기에 바빴던 과거와 달리 경쟁국을 앞서 달리는 승전보가 곳곳에서 전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외부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두산중공업의 'WinDS 3000' 모델은 그런 맥락에서 국산 풍력발전의 새 이정표로 평가되고 있다. 조립공장 내부는 외부인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된 채 막바지 공정이 한창이다.

이 모델은 기둥(Tower)을 제외한 상부 구조물의 총중량이 우주발사체 나로호보다 30여톤이 더 무거운 170여톤에 달하고, 바람을 회전에너지로 전환하는 날개(블레이드,Blades)의 회전반경이 90m나 된다.

폭 4.8m, 높이 5.2m, 길이가 17m에 달하는 대형 터빈 구조물이 30층 초고층 아파트 높이의 허공에 올려져 바람의 힘만으로 에너지를 만들어 내게 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3MW급 풍력터빈은 해상풍력의 최소 단위이자 육상풍력의 최대 단위로, 육ㆍ해상 모두를 공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 풍력메이커들이 앞다퉈 개발에 뛰어드는 미래 주력기종이다.

특히 이 기종은 최근 풍력터빈 대형화와 해상풍력단지 개발붐으로 인해 어느 때보다 수요가 폭발적이다. 

이런 흐름을 간파한 두산중공업은 'WinDS 3000' 모델을 설계하면서 전력주파수가 60Hz(헤르츠)인 한국과 미국은 물론 50Hz 시장인 중국, 인도, 유럽까지 바로 수출이 가능하도록 주파수 변환을 손쉽게 만들었다.

또 태풍과 난류가 잦은 국내 바람 사정을 감안해 초속 70m의 강풍까지 끄떡없이 견딜 수 있도록 설계했고, 염기에 의한 설비부식을 막기 위해 내부식성 소재를 사용하는 한편 기밀성도 한층 강화했다.

무엇보다 터빈 내부에 자체 크레인을 장착, 각종 유지보수와 정비 때마다 선박형 대형크레인을 동원해야 하는 기존 터빈의 비효율성을 제거한 것이 강점이라는 현장 기술진의 설명이다. 

일부 선진국이 풍력부문에서 100년 역사를 써나갈 때, 10여년간 국산기술이 없어 당해야 했던 설움을 국내 한 발전기 전문기업이 단숨에 만회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춘홍 풍력사업팀 차장은 "비록 풍력분야에서 후발주자였지만 발전설비 전문업체로 30년간 축적한 노하우를 활용해 단기간에 세계적인 풍력업체로 도약할 발판을 만들어냈다"며 "수출산업화를 통한 녹색성장도 빠른 시일내에 가능할 것으로 믿는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국산품 구매 유도 및 부품ㆍ시스템 업체 지원 절실"

지난 4월 두산중공업과 한국수력원자력, ㈜NCE 등 3사는 제주도 한경면 해상에 30MW급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한수원이 이번 국산 모델의 첫 구매자로 나서 국내 해상풍력산업 육성을 도모하고 저탄소 녹색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해 낸다는 그림이다. 이 사업이 완공되면 약 1만2000가구가 무공해 전력을 공급받게 되고 연간 3만2000톤의 온실가스 저감효과를 얻게 된다.

업계는 그러나 첫 걸음을 뗀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풍력산업화를 위해 국가적 지원이 절실한 때라고 강조한다.

국내 개발사들이 단기간에 실적을 쌓아 해외시장을 공략하려면 정부가 국산품 구매를 유도하고 다양한 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해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진종욱 두산중공업 풍력사업팀장은  "핵심ㆍ원천기술 확보와 지속적인 기술개발 없이는 기술종속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며 "특히 기술개발이 실질적인 고용창출과 경쟁력 향상으로 연결되려면 핵심 부품업계의 동반성장이 필수적이므로 이들 업체에 대한 생산설비 투자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창원=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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